바뀌기 시작한 기업, 환경보호·사회공헌에 힘주는 이유

김동욱 기자 2023. 5. 5.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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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 - ESG 대전환의 명암] ① '착한 기업' 이미지로 소비자 선택 겨냥… 투자금 확보 의도도

[편집자주]기업들이 환경보호 및 사회공헌 활동을 늘리고 있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이 글로벌 트렌드가 된 영향이다. 일부 업계가 펼치고 있는 친환경 사업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기술개발 난이도가 높고 수익성이 확보되지 않아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의견이다.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활동이 아쉽다는 얘기도 들린다. 총수일가 중심으로 경영권이 대물림되고 소액주주 권익 보호에는 관심이 적다는 이유에서다. 전 세계적으로 ESG 경영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지금, 국내 기업들의 상황을 점검했다.

국내 주요 대기업이 친환경 및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사진은 미래를 위한 동행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는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삼성전자
▶기사 게재 순서
①바뀌기 시작한 기업, 환경보호·사회공헌에 힘주는 이유
②"탄소 다배출 이미지 벗자" 친환경 집중 철강·석화… 실효성은 '글쎄'
③쏙 빠진 지배구조 개선 논의… 환경·사회에만 집중하는 기업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환경보호 및 사회공헌 활동에 힘을 주고 있다. 시민의식이 높아지면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이 소비자들로부터 선택받을 수 있게 된 영향이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채권 등을 통한 투자금 확보를 노린 선택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현대사회 속 기업들의 역할이 커지면서 ESG가 기업 경쟁력을 평가하는 주요 지표가 된 것으로 본다.


탄소 배출 저감에 방점… 협력사 상생 활동도


삼성전자는 환경보호에 앞장선다는 취지로 제품 생애주기 전 과정에 걸쳐 불필요한 자원이 낭비되지 않도록 생산 공정을 바꾸고 있다. 제품에 사용되는 플라스틱의 크기·두께를 줄이거나 폐기물 재활용 소재를 활용하는 방식이다. 제품 포장 상자 생산 시 스테이플러 대신 접착제를 활용해 금속 자원 낭비를 방지하고 포장 상자에 인쇄되는 제품 설명을 간소화해 잉크 사용도 줄인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23에 참가, 스마트홈 플랫폼 스마트싱스를 활용한 탄소배출 저감 솔루션을 소개했다.

삼성전자는 혁신 기술을 바탕으로 기후위기 극복에 동참한다는 내용의 신환경전략을 지난해 9월 발표했다. 폐전자제품 수거 및 재활용, 수자원 보존, 오염물질 최소화 등 환경경영 과제에 오는 2030년까지 총 7조원 이상을 투자한다는 게 골자다.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이루기 위해 RE 100(기업 사용전력을 모두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캠페인)에 가입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삼성전자는 2027년까지 모든 해외 사업장에서 재생에너지 목표 달성을 추진하고 이미 재생에너지 목표를 달성한 국가에서는 재생에너지공급계약(PPA)을 확대할 방침이다.

SK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도 친환경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SK그룹 핵심 계열사 SK이노베이션은 '올 타임 넷제로' 실현을 추진하고 있다. 1962년 회사가 설립된 후 사업을 펼쳐오며 배출해 온 모든 탄소를 2062년까지 전부 상쇄할 계획이다. 목표 실현을 위해 청정에너지 공급, 플라스틱 재활용 등 순환경제 구축에 힘 쏟는다. 현대차그룹은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탄소 배출이 적은 전기차 생산을 늘리기 위해 2030년까지 국내에 24조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신설되는 공장은 기존보다 약 20% 정도의 탄소 배출을 줄이는 저탄소·친환경 공장으로 구축된다.

사회공헌 활동도 펼친다. 국내 주요 그룹들은 올봄 강원 강릉에서 발생한 산불피해를 복구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지원금을 전달했다. 규모는 ▲삼성 30억원 ▲SK·현대차·LG·포스코 20억원 ▲롯데·한화·GS 10억원 등이다. 협력사 상생 프로그램도 대표적인 사회공헌 활동으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상생협력데이'를 통해 협력사들의 공급망 구축, 공장운영 최적화 등을 지원한다. SK이노베이션은 2018년부터 매년 협력사 상생 기금을 조성해 전달하고 있다. 현대차는 협력사들을 위해 탄소중립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ESG 챙겨야 기업 경쟁력 높아져


사진은 기사 내용과는 무관함. /사진=이미지투데이
기업들이 환경보호와 사회공헌에 힘쓰는 이유는 환경보호 및 사회공헌 활동을 펼친 기업의 제품을 사용하려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어서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해 공개한 'MZ세대가 바라보는 ESG 경영과 기업의 역할'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4.5%는 가격이 더 비싸더라도 ESG를 실천하는 기업의 제품을 구매하겠다고 밝혔다. 기업의 바람직한 역할을 묻는 질문에는 '투명윤리경영'이 51.3%로 가장 높았다. 기업의 핵심 역할로 꼽혔던 '일자리 창출'이 중요하다는 답변은 28.9%에 그쳤다. 이어 ▲환경보호(13.2%) ▲봉사활동(3.4%) ▲성실납세(2.1%) 등으로 집계됐다. 공정과 정의를 중시하는 시대·사회적 가치관이 반영된 결과다.

투자금 확보도 기업들의 ESG 경영 확대 요인 중 하나다. ESG 경영이 뒷받침되지 않은 기업은 미래에 살아남을 수 없고 투자자들 역시 이를 고려해 투자하고자 한다는 게 재계 관계자 시각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3월 ESG 채권 발행액은 8조4940억원으로 전월(4조1620억원)보다 104.1% 늘었다. ESG 채권은 환경, 사회, 지배구조 개선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이다. 항목별 발행액을 살펴보면 녹색채권(4000억→6000억원)과 사회적 채권(3조6120억→7조8740억원)이 확대됐고 지속가능채권(1500억→200억원)은 규모가 줄었다.

최근에는 ㈜한화와 포스코퓨처엠이 '한국형 녹색채권'을 통해 각각 1900억원, 3000억원을 조달한다고 밝혀 주목받았다. 한국형 녹색채권은 올해부터 시행되는 K-택소노미(한국형 녹색분류체계 지침서)를 적용한 회사채다. 두 회사 모두 수요예측 흥행으로 기존 계획보다 발행금액을 2배가량 늘렸다. ㈜한화는 조달한 자금을 이용해 한화솔루션 미국 조지아 공장에 태양광 제조 장비를 공급할 방침이다. 포스코퓨처엠은 포항 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NCMA),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 양극재 공장 시설자금으로 사용한다.

허해림 기후솔루션 산업팀장은 "최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주주 자본주의 모델에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모델로 전환하고 있다"며 "공급자, 소비자, 사회, 회사 직원 및 주주 등도 고려해 사업을 추진하는 추세"라고 밝혔다. "기후위기 등에서 기업과 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많아졌다"며 "친환경·저탄소 제품에 대한 수요와 기대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ESG가 기업 및 산업 경쟁력의 주요 지표가 됐다"고 덧붙였다.

김동욱 기자 ase84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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