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책은 복수를 한다” [새로 나온 책]
책에 대한 책에 대한 책
금정연 외 지음, 편않 펴냄
“그리고 책은 복수를 한다.”
책도 많고 책에 대한 책도 많다. '책에 대한 책에 대한 책'은 어떨까. 8명 저자는 모두 책과 가까운 일을 한다. 출판계에도 몸담고 있다. 각자 책에 대한 책을 골라 읽고 글을 썼다. 서평가 금정연이 〈NO-ISBN〉에 대해 쓰고, 도서 마케터 김보령이 〈책에 바침〉을 소개한다. 번역가 노지양은 〈책인시공〉을, 편집자 서성진은 〈책이었고 책이며 책이 될 무엇에 관한, 책〉에 대해 말한다. 책에 둘러싸여 있지만 ‘책에 관해 주름을 잡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는 이들의 책, 그리고 결국 본인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롭다. 그나저나 책이라는 글자가 몇 번이나 나올까.
가족을 폐지하라
소피 루이스 지음, 성원 옮김, 서해문집 펴냄
“이제는 당신이 가족을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 넘어서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데 동의하면 좋겠다.”
원가족은 자연재해, 결혼은 인재, 출산은 ‘스불재(스스로 불러온 재앙)’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한국 사회에서 가족은 ‘재앙’으로 상상된다. 이른바 정상가족의 파산은 단순한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재앙으로 느껴지는 감정의 문제일지도 모른다. ‘확장된’ ‘확대된’ ‘대안’ 가족이 아닌, ‘가족’이 없는 자리를 상상해볼 수는 없을까? 가족의 자리는 꼭 무언가가 대신해야 하는 걸까? 저자는 우리가 아직 보지 못한 세계를 상상하도록 질문을 끝까지 밀어붙인다. 가족제도를 폐지하자고 설득하지 않는다. 대신 폐지하지 않을 이유가 있는지 되묻는다. 무너진 자리야말로 새로 시작하기 좋은 장소가 된다. 가족 ‘제도’도 마찬가지다.
일본은 왜 한국 역사에 집착하는가
홍성화 지음, 시여비 펴냄
“임나일본부설로 대변되는 왜곡된 인식을 교정하려면, 20세기 초 일본인이 설정했던 역사의 틀부터 바로잡아 나가야 한다.”
고구려 광개토왕이 백제와 싸우던 5세기 초, 왜는 백제의 지원군으로 한반도에 온 적이 있다. 백제 패망 무렵인 663년엔 왜가 백제 부흥군을 돕기 위해 당과 대규모 수전을 벌이다 대패한다. 지금의 일본은 이런 사건들을 ‘북으로 향하는 일본’이 ‘남쪽으로 뻗치는’ 고구려나 당과 충돌한 사건으로 왜곡해 인식하고 있다. 저자는 일본의 한·일 고대사 인식을 ‘한국 역사에 대한 집착’으로 정의하며, 이 집착의 기원을 백제 패망으로 왜의 지배 세력이 느낀 위기감에서 찾는다. 이 같은 일본의 역사 인식이 지금까지 승계되어 현재의 한·일 관계까지 위협하고 있는 만큼 고대사에 대한 합리적 이해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저자는 역설한다.
이토록 굉장한 세계
에드 용 지음, 양병찬 옮김, 어크로스 펴냄
“다른 환경세계를 탐험하는 능력은 우리의 가장 위대한 감각 기술이다.”
우리의 감각은 제한적이다. 우리가 볼 수 있는 빛, 우리가 들을 수 있는 주파수, 우리가 인식하는 냄새 모두 드넓은 세상의 극히 일부다. 눈에 보이고 귀로 들리는 세상이 전부인 것처럼 여기지만, 자연에 존재하는 수많은 종은 각각 다른 감각을 통해 세상을 자각한다. 그리하여 우리가 평소에 생각해보지 못한 것들, 예를 들어 전기장과 자기장, 진동과 메아리 따위가 세상을 인식하고 몸을 움직이게 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기도 한다. 저자는 이처럼 모든 동물이 현실 세계의 충만함 가운데 극히 일부만 향유할 수 있다고 설명하며,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다양한 감각의 세계를 안내한다.
관찰력 기르는 법
사도시마 요헤이 지음, 구수영 옮김, 유유 펴냄
“관찰력이야말로 다양한 능력으로 이어지는 도미노의 첫 블록이다.”
일본의 스타 만화 편집자인 저자는 자신이 만나온 만화가들의 성장 과정에서 관찰력이 얼마나 큰 힘을 발휘했는지 깨닫는다. 이후 이것에 집요하게 매달렸다. 그의 팁은 마치 무림 고수가 기본동작부터 알려주듯이 세세하다. 예를 들면 관찰력을 기르는 법을 알아내기 위해선 관찰이 무엇인지 이해해야 한다는 식이다. 관찰이란 “사물에 대한 가설을 갱신하는 일”이다. 관찰은 “물음과 가설의 무한 반복으로 빚어내는데” 중요한 것은 이 반복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스스로 던진 질문에 답을 찾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만화 삽화로 지루할 틈 없이 읽을 수 있다. 메모하며 읽게 되는 책이다.
늙어감을 사랑하게 된 사람들
김영옥 지음, 위즈덤하우스 펴냄
“나도 무럭무럭 자라서 할머니가 되어야지.”
현행 65세 기준인 노인 연령을 상향해야 한다는 주장에 많은 사람들이 화답한다. ‘나는 아직 노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노인은 나이 든 사람을 가리키는 가장 일상적인 용어이면서 당사자들이 결코 듣고 싶어 하지 않는 호칭”이었다. 나답게 늙어가고 싶었지만, 정작 다른 이들이 늙어가는 모습을 찾기는 왜 어려운가. 페미니스트 연구 활동가인 저자가 농부부터 요양보호사, 장애여성 단체 대표, 퀴어 아카이빙 활동가 등 나이 듦을 배워가는 사람들을 찾아 나섰다. ‘늙어감도 진화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질문이 흥미롭다. 노년에 대한 상상력을 넓히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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