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車 색 원하는대로 바꾼다”...신소재 필름 활용처 넓히는 나노브릭
색깔 톤 바뀌는 필름 개발...가전 기기·인테리어로 활용
카멜레온은 외부 환경에 따라 피부색을 자유롭게 바꾼다. 피부 아래 수 천개의 세포가 있는데, 이 세포 구조를 바꿔 원하는 피부색을 만들어 낸다. 이 원리를 모방해 사용자의 필요에 따라 색을 바꿀 수 있는 기능성 신소재를 만드는 회사가 있다.
지난달 찾은 경기도 평택에 있는 나노브릭 공장. 방진복과 방진모, 마스크, 장갑을 착용해야 들어갈 수 있는 클린룸에서는 대형 필름에 기능성 신소재를 도포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생활 가전부터 실내 인테리어까지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는 이 필름은 원하는 곳에 부착하면 색깔 톤을 조정할 수 있다. 2007년 설립된 나노브릭은 나노 신소재를 기반으로 위조방지 보안, 핵산추출 바이오, 기능성 디스플레이 등을 핵심 사업으로 두고 있다.
홍성철 나노브릭 이사는 “나노 신소재는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무궁무진하게 쓸 수 있다”며 “디자인 상품이 필요한 여러 회사와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나노브릭 신소재 제품은 자기장 방식, 전기장 방식으로 나뉜다. 위조방지·정품인증 라벨인 엠태그(M-Tag)와 바이오 분리·정제 시약인 엠비드(M-Bead) 등 현재는 자기장 부문에서 매출 대부분이 발생한다.
예로 정품 인증이 필요한 상품에 엠태그를 붙이고, 자석을 접촉하면 가품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기존 홀로그램 스티커는 위조가 가능해 엠태그 기반 라벨이 이를 대체하고 있다. 현재 중동지역의 의약품 가품 확인용으로 쓰이고 있다.
엠비드는 바이오 시약 정제 과정에서 나노소재를 투입해 바이오물질(핵산·단백질)을 선택적으로 분리하는 데 쓰인다. 국내외 여러 진단업체에 코로나19, 질병 진단용으로 납품했다.
최근엔 전기장 방식인 이스킨(E-Skin), 이틴트(E-Tint) 등의 응용 제품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전기장 세기에 따라 색이 바뀌는 이스킨 기술에 집중하면서, 올해 초 대량 생산 체제를 구축했다. 이스킨은 롤 형태의 대면적으로 만드는 게 가능해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비슷한 기술을 가진 회사로는 대만의 E-ink(이잉크)사가 있다. E-ink는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에서 이목을 끈 BMW 전기차 ‘디’(Dee)에 컬러 외장재를 붙인 곳이다. 외관 색이 바뀌는 자동차 Dee는 전자 잉크가 담긴 시트를 조각조각 이어 붙였다. 시트방식 공정 특성상 면적을 크게 만들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홍 이사는 “나노브릭이 개발한 E-Skin은 발광체가 아니라 자기장 방식으로 신소재를 깔아 색깔 톤을 조절한다”며 “롤투롤 방식으로 만들어서 대면적 필름으로 차 한 대를 감쌀 수 있고, LED방식 색가변보다 전력소모도 휠씬 더 적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년 CES에 참가해 E-Skin이 적용된 응용 제품들을 선보이겠다”고 설명했다.
색만 바뀌는 게 아니라 투명도도 조절할 수도 있다. 광량 조절 제품 이틴트(E-Tint)는 내년 상반기 양산을 목표로 두고 있다. 현재 인테리어 업체와 협업해 창호 시장 진출을 계획 중이다.
현재 공장에서 생산할 수 있는 가동 규모는 소재 기준 150억원 정도다. 그는 “공장 설비는 1차 구축을 완료한 상태”라며 “고객 주문량에 따라 가동 규모를 확대할 준비를 하고 있으며, 현재도 응용 제품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나노브릭은 연간 70억원 안팎의 매출을 올리고 있지만, 아직 수익성은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상당한 연구개발 비용이 들어가는 데다 아직 충분한 수요처를 확보하지 못했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대만 E잉크의 경우 같은 색을 구현할 수 있는 면적이 제한적이지만, 나노브릭은 자연에 가까운 색 구현이 가능하고 대면적 필름 생산이 가능한 데다 상대적으로 전력소모가 적다는 점에서 경쟁사보다 우수한 기술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나 연구원은 또 “가전과 가구, 자동차, 건물 내외장재 등 수요처가 다양해질 수 있다”며 “전방 산업의 영역이 넓어질 수 있는 범위가 크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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