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법소년에서 기후위기까지… 아동委 3인에게 ‘아동권리’를 묻다

김태호 기자 2023. 5. 5.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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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아동권리보장원 아동위원 3명
일상 속 노키즈존에서 기후위기까지…
폭 넓은 스펙트럼에서 아동권리 고민해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아동권리보장원에서 아동권리보장원 아동위원 3기로 활동 중인 김동훈(14·왼쪽)군과 최강희(15·오른쪽)양이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아동권리보장원 제공

“촉법소년 아닐까요?”

마곡중 3학년 최강희(15)양은 단정하게 맨 그의 교복 넥타이처럼 곧은 목소리로 답했다. 최강희양은 ‘본인이 생각하는 주요한 아동권리 이슈가 무엇인지’ 묻는 기자의 말에 촉법소년(형사미성년자)을 언급했다.

보건복지부 산하 공공기관 아동권리보장원에서 꾸린 아동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인 최강희양은 촉법소년의 맹점을 지적했다. 최강희양은 “촉법소년은 본래 아동 보호를 위해 만들졌으나 잘못된 특권처럼 악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촉법소년의 연령을 낮추는 것도 검토할만하다”고 했다.

촉법소년은 범죄를 저질러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만 10세에서 만 14세 미만 소년을 뜻한다. 이 나이대의 아이들은 범법행위를 저질러도 형사처분을 받지 않고 사회봉사, 소년원 송치 등 소년법에 기반한 보호처분을 받는다. 아동권리 보호를 위해 만들어진 제도지만 이들이 받는 보호처분이 형사처분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처벌이 가벼워 아동범죄를 제재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동권리와 아동범죄 예방 사이에서 촉법소년은 언제나 ‘뜨거운 감자’였다. 지난해 정부는 촉법소년 상한연령을 만 14세에서 만 13세로 내리는 소년법 개정안을 내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대법원이 이에 대한 반대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지면서 다시금 촉법소년에 대한 논쟁이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아동위원회는 아동권리보장원에서 지난 2021년 처음 꾸린 조직이다. 아동 관련 정책 사업이나 제도 수립 등에 아동 당사자의 의견이 직접 반영되게끔 만들어진 모임으로 현재 전국에 8세에서 19세 사이 아동 77명이 아동위원회 3기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아동권리보장원에서 작년 2기 활동을 마치고 올해 3기 활동까지 연이어 하는 최강희양과 송일초 6학년 홍라희(12)양, 중원중 2학년 김동훈(14)군을 인터뷰했다. 이들이 고민하는 아동의 권리는 일상 속 노키즈존에서 미래의 환경과 관련한 생존권까지, 그 범위가 폭넓다.

아동권리를 신장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1년 동안 전국의 선배·또래·동생들과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지만 이들은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한다. 최강희양은 “지난해에 같은 학교 학생 150여명을 상대로 아동권리에 대해 알고 있는지 설문을 진행했는데 90% 정도가 모른다고 답해 충격이었다”며 “올해엔 또래 세대들에게 아동권리에 대해 더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김동훈군은 기후위기 관련 활동을 하기 위해 지난해 아동위원회의 문을 두드렸다. 김동훈군은 “기후라는 게 30년 동안 한 지역의 환경을 뜻하는데 어른들이 지금 당장 기후위기의 심각함을 느끼지 못한다고 무분별하게 개발하는 것은 미래세대의 생존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서 “교육기관에서 기후위기 관련 교육을 더 늘릴 필요가 있다”며 “미래세대 생존권을 지키는 정책을 고민해 하나 제안하고 싶다”고 밝혔다.

지난달 28일 아동권리보장원 아동위원 3기로 활동 중인 홍라희(12)양이 조선비즈와 화상 인터뷰를 하고 있다. /아동권리보장원 제공

홍라희양은 일상 속 노키즈존(No Kids Zone)과 마약범죄에 관한 관심을 드러냈다. 홍라희양은 “지난해 9월쯤 부모님과 함께 카페에 갔는데 주인이 ‘노키즈존이다’며 입장을 거부했다”며 “가게에 입구에 팻말도 없었는데 입장을 막아 당황했다”고 말했다. 이어서 “안전 등의 이유로 아이들이 가면 안 되는 장소가 아니라면 노키즈존은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을 밝혔다.

이들은 최근 아동에게까지 퍼진 마약 문제에 대해서도 우려를 많이 했다. 홍라희양은 “어른들이 마약으로 향하는 길을 쉽게 개방했다고 생각한다”며 “아동이 건강하게 발달하는 발달권도 중요한 권리인만큼 불법사이트 등을 통해 마약이 퍼지는 현상은 아동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들의 목표는 어른들이 아동의 목소리를 오롯이 들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김동훈군은 “큰 사고가 터지지 않으면 아동에 관한 법이 생기기 어려운 게 우리나라의 현실”이라며 “민식이법도 어린이가 숨지고 관심이 쏠려서 만들게 된 것 아니냐”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최강희양은 어른들의 아동권리에 대한 인식이 똑바로 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강희양은 “지금 또래 세대들이 학교에서 아동권리에 대해 배우는 문화가 정착됐지만 부모님 세대는 아동권리에 대한 교육이 이뤄지지 않은 세대라 아동권리가 뒤로 밀리는 것 같다”며 “아동들만큼이나 부모 세대에게 아동권리를 알리는 게 중요하다”고 전했다.

홍라희양도 올해 활동은 홍보에 방점을 찍었다. 일상생활에서, 미래에 대한 걱정에서 피부로 느낀 아동권리의 중요성을 또래와 어른들에게 동시에 알리는 게 목표다. 홍라희양은 “지난해 처음 아동위원회 활동을 시작했을 땐 ‘어른들에게 홍보해야지’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활동을 해보니 아동들도 아동권리에 대해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이어서 “아동들이 먼저 목소리를 내야 어른들도 귀 기울여 듣지 않겠냐”며 활동 의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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