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처럼, 아빠처럼' 전주 방정환, 문구점 아저씨 임희택씨 관심
[전주=뉴시스]이동민 기자 = 어린이날을 하루 앞둔 4일 오후 2시께 찾은 전북 전주시 덕진구 북일초등학교. 몸집만한 가방을 메고 하교를 하는 아이들은 곧바로 학교 앞에 위치한 문구점 '사랑문구'로 향한다.
손에 간식거리를 든 채 계산을 기다리는 아이들 속 멋진 수염을 자랑하는 '문구점 아저씨' 임희택(44)씨가 보인다. 임 씨는 아이들에게 둘러 쌓여 정신없을 법 하지만 학생들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부르며 여유롭게 안부를 묻고 계산을 한다.
부모님이 운영하던 문구점을 이어 받아 13년 넘게 운영하고 있는 임 씨는 재학생은 물론, 졸업한 지 10년이 지난 아이들의 이름까지 모두 외운다.
임 씨가 아이들의 이름을 외우게 된 계기는 '관심이 상대방을 변하게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 이후다.
그는 "문구점 운영 초기 한 아이가 자신의 이름을 물었는데 대답을 못한 적이 있었다. 그 때 그 아이가 굉장히 서운해 하는 모습을 봤다"며 "그 이후부터 그 아이가 올 때마다 이름을 불러주니 아이의 태도가 바뀌더라. 이름은 관심이고 관심은 상대방을 변하게 한다는 것을 느껴 이름을 외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타 지역에서 대학을 다니는 유현우(20)씨는 "7년 전에 북일초를 졸업했는데도 사장님은 나를 기억하고 반갑게 맞아 주신다. 오늘도 연휴를 맞아 전주에 왔는데 집에 가기 전 문구점을 먼저 들러 사장님을 만나러 왔다"며 "옛날과 다름없이 아이들과 지내는 모습을 보면 존경스럽기도 하고 대단하다는 생각도 든다"고 했다.
아이들을 향한 임 씨의 관심 덕분에 '사랑문구'는 아이들의 아지트 겸 놀이터가 됐다. '사랑문구' 출입문과 유리창에는 '이 문구점의 주인공은 학생들이야'라고 말하는 듯 문구점을 다녀간 아이들의 사진이 가득하다. 부모님이 운영하던 1996년부터 최근까지 문구점을 거쳐간 수많은 학생들의 사진들이 문구점을 장식하고 있다.
이날 문구점을 찾은 북일초 2학년 박소율, 송세현, 전아윤 양은 벽에 붙은 사진들 속 자신들을 찾으며 문방구 아저씨와 새로운 추억을 쌓기도 했다.
이들은 "문구점 아저씨는 재밌는 개인기도 많고 착하고 친절해서 친구들이 모두 좋아한다"면서 "매일매일 문구점에 와 아저씨랑 같이 놀아도 항상 재밌다"고 웃었다.
문구점 안에서는 임 씨를 향한 아이들의 사랑을 엿볼 수 있다. 매대와 벽면에는 아이들이 손수 그린 임 씨의 초상화와 감사의 마음을 담아 꾹꾹 눌러 쓴 편지, 상장 등이 걸려 있다. 임 씨는 이 그림들과 상장들을 '보물 1호'라고 설명했다.
그는 "편지를 쓸 때, 그림을 그릴 때 만큼은 오롯이 나만을 생각하는 것이기에 그 마음이 정말 고맙고 말로 표현이 안된다"며 "아이들이 그려주는 그림, 글, 모두 추억이기에 모두 보관하고 있다. 세월이 지난 후에 그러한 것들을 바라보면 한 아이의 어린시절의 상황이 어제 일처럼 떠오른다"고 했다.
'짝사랑'. 임 씨가 아이들을 보면 드는 생각이다. 아이들이 초등학교를 다니는 6년 동안 웃고 장난치고 지냈음에도 졸업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변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나 혼자 외사랑을 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고 임 씨는 말한다.
임 씨는 "처음에는 아이들이 변해가는 과정을 견디기 힘들고 허망함까지 들었다. 상처가 크니 정을 많이 주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도 했었다"며 "그러나 아이들을 보면 '아이들바라기'가 되고 만다. 그냥 아이들이 모두 잘 되길 바라며 아낌없이 주는 짝사랑만 하겠다"고 웃었다.
'아이들이 놀고, 학원 가기 전 쉬다 가는 공간'은 사랑문구가 앞으로 나아갈 지향점이다. '친구처럼, 삼촌처럼, 아빠처럼'은 임 씨가 정한 사랑문구의 슬로건이다. 어린이들이 언제 어디서든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받고 행복하고 건강한 것은 임 씨의 꿈이다.
'어린이날을 맞아 어린이에게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임 씨는 "세상이 많이 변했지만 그럼에도 어린이 답게 순수하고, 때로는 천방지축 말괄량이처럼 아무 걱정 없이 성장하길 바란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iamdongmi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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