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대관식, 2.2kg 왕관의 무게…찰스 시대 英 복잡한 시선도

최윤정 2023. 5. 5. 06: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영국인 10명 중 6명 군주제 지지…외교·관광 효과 긍정적
왕실 세금 지원 부정적·선출 권력 희망…영연방 구심력 약해져
영국 대관식 왕관 모양 조형물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런던=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영국 찰스 3세 국왕이 6일 대관식을 치르고 정식으로 무게 2㎏가 넘는 왕관을 쓴다.

화려한 왕관이 대표하는 대관식을 향한 영국인들의 시선은 복잡하다.

왕실 지지가 여전히 과반이 넘지만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카리스마가 걷히고 물가 급등으로 경제 사정이 어려워지며 눌려있던 불만이 영국과 영연방에서 튀어나오고 있다.

군주가 투표로 뽑히는 존재는 아니지만 '백성'의 지지 없이는 지속되기 어렵다.

대영제국의 흔적, 외교·관광에 도움…왕실 지지 60% 넘어

영국 왕실 지지 여론은 60%가 넘는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온라인 여론조사 업체 유고브는 4월 조사에서 군주제를 지속해야 한다는 의견이 62%로 1년 전과 비슷하게 나왔다고 밝혔다.

열성 왕실 팬들은 대관식 행렬을 보려고 며칠 전부터 버킹엄궁 앞 명당에 진을 쳤다.

영국 대관식 예행연습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보석이 박힌 왕관과 화려한 황금마차 행렬, 웅장한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1천년 역사가 담긴 예식, 거리에 나부끼는 거대한 국기, 세계의 관심은 영국인들에게 사라진 대영제국의 영화를 떠올리게 한다.

왕실 팬까진 아니더라도 왕실이 외교와 관광에 도움이 되니 '실용적인' 측면에서 유지하자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굳이 바꿀 필요까진 없다는 것이다.

젊은층 지지 하락…경제 어려운데 왕실에 세금 지원 불만

군주제 지지는 10년 전에는 75%에 달하다가 하락세다.

특히 18∼24세의 지지는 36%로 2015년(69%)의 거의 절반으로 떨어졌고 지금은 공화제 지지가 40%로 더 높다.

반면 65세 이상은 군주제 지지가 79%로 예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18∼24세 지지는 2020년 전후로 크게 추락했는데 이때가 해리 왕자와 부인 메건 마클의 왕실 결별, 앤드루 왕자의 미성년자 성추행 의혹이 크게 불거졌을 때다.

군주제 지지 하락을 찰스 3세 개인 탓으로만 보긴 어렵다.

찰스 3세가 잘하고 있다는 답변이 60%로, 잘 못한다(14%) 보다 훨씬 높다. 작년 9월 여왕 서거 당시엔 각각 30%대로 비슷했다. 유고브는 다들 찰스 3세가 예상보다 잘하고 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대관식 전 버킹엄궁 가든파티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심지어 윌리엄 왕세자가 잘 할 것이란 답변은 70%로 더 높다.

세금이 들어가는 화려한 대관식을 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유고브 조사에서 51%가 대관식 세금 지원에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영국 정부는 대관식이 끝난 뒤에 비용을 공개할 예정인데 일각에서는 1억파운드(약 1천670억원) 추정이 나온다.

브렉시트와 코로나19 여파에 물가가 급등하면서 서민은 생계비를 대느라 쪼들리는데 어마어마한 자산을 보유한 국왕의 대관식을 왜 세금으로 치르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가디언지는 대관식을 앞두고 왕실의 재산 규모와 재정 불투명성에 관한 기사를 싣고 있다.

다문화·다종교 사회로 변화…왕실 무관심층 확대

70년전 여왕 대관식 때와 비교하면 영국은 인구구조가 크게 변화하고 다문화 사회가 됐다.

인도계 힌두교도인 리시 수낵이 작년 10월 총리로 취임한 것이 가장 상징적이고, 그 밖에도 파키스탄계 무슬림인 사디크 칸 런던 시장 등 이민자의 후손들이 주요 자리에서 영국을 이끌고 있다.

그러나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이들은 왕실에 거리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잉글랜드 시골 마을에 사는 노인들과 같은 마음은 아닌 것이다.

또 기독교인 비중이 절반 이하로 낮아지면서 대관식을 통해 하나님의 승인을 받았다는 점이 군주로서의 정당성을 담보하는 효과가 예전에 비해 약해졌다.

영국 왕실 팬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잉글랜드 국교회 최고위 성직자인 캔터베리 대주교가 대관식을 집전하며 국왕에게 성유를 바르는 의식은 국왕이 하나님과 연결된 특별한 존재임을 강조하기 위한 것인데, 비기독교인들에겐 그저 하나의 의식처럼 여겨지기 때문이다.

영연방 이탈 들썩…식민지배 사과 요구 봇물

대관식을 계기로 영연방 왕국에서는 공화국 전환 움직임이 커지고 식민지배에 사과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영국의 외교·경제 파워가 축소되면서 구심력이 약해지는 것이다.

군주제 반대 시위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영국 보수당 상원의원 마이클 애쉬크로포트가 영국과 14개 영연방 왕국 약 2만3천명을 대상으로 최근 설문조사한 결과 6개국에서 당장 내일 국민투표를 한다면 공화국 전환을 선택하겠다는 답변이 군주제 유지보다 많이 나왔다.

이미 바베이도스가 공화국으로 전환했고 앤티가 바부다, 자메이카 등 카리브해 국가들이 독립 의향을 내비치고 있다.

호주와 뉴질랜드 총리들은 당장 행동에 옮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하지만 장기적으로 공화정이 지향할 방향이란 입장을 밝히곤 한다.

영연방 소속 12개 국가의 원주민 정치인과 유력인사 등은 최근 찰스 3세에게 '사과, 배상, 유물과 유해의 반환'이라는 제목의 서한을 보내 영국의 식민 지배를 공식 사과하고 왕실 재산을 이용해 배상하라고 요구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일부 활동가들은 '아프리카의 별'로 알려진 세계에서 가장 큰 다이아몬드 '컬리넌'을 반환하라고 요구하며 온라인으로 8천여명의 서명을 받아 탄원서를 작성했다.

런던 관광버스와 영국 국기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merciel@yna.co.kr

▶제보는 카톡 okjebo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