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쿨존 참변' 막겠다는데…주민 민원에 안전시설물 설치 중단

영도구 청동초 앞 시선유도봉 설치 계획…"주차 공간 부족" 민원
구 "불법주정차 위법 행위 잘 알지만…주민 불편에 어쩔 수 없어"

(부산=뉴스1) 노경민 조아서 기자 = 부산 영도구 한 초등학교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대형 화물에 부딪혀 10세 초등학생이 숨진 사고와 관련해 관할 구청이 설치하려 한 교통안전 시설물이 주민 민원에 의해 중단된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 후 뒤늦은 대응에 논란이 일자 구청이 부랴부랴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운 것이지만, 민원에 막혀 우왕좌왕 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5일 영도구에 따르면 구는 지난 2일부터 청동초 스쿨존 중앙선에 시선유도봉(차선규제봉)을 설치할 계획이었다.

불법주정차를 줄이기 위해 약 700만원을 들여 중앙선 500m에 시선유도봉을 설치하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구는 일부 주민들로부터 민원이 제기됨에 따라 시선유도봉 설치를 중단했다. 어린이 사고를 줄인다는 취지는 좋지만 현실적으로 스쿨존 주변에 주차할 곳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지금처럼 중앙선에 시설물이 없으면 불법주정차가 양 차로에 있을 때도 쉽게 운행할 수 있지만, 시설물이 설치되면 중앙선과 불법주정차 사이 간격이 좁아 차를 몰 수 없다는 게 구의 설명이다.

스쿨존에서 불법주정차가 금지됨에도 주민들의 불편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구 관계자는 "사고 지점에 불법주정차 문제가 있어 방지책으로 시선유도봉을 설치하려 했으나, 주차 공간이 부족하다는 주민들의 민원이 있어 설치를 중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스쿨존 불법주정차 위법 행위에 대해서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면서도 "기존 주차 차량이 너무 많다 보니 시선유도봉 설치 시 차량 통행이 어려워진 점을 헤아리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구는 대신 오는 9월까지 설치할 예정인 불법주정차 폐쇄회로(CC)TV를 당초 계획보다 빠르게 설치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현재 구는 CCTV 업체와 설치 장소를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 이달 중으로 과속방지턱 2개와 안전펜스 설치를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오전 8~9시 등교 시간에 불법주정차 특별단속을 실시하고 있다.

경찰도 사고를 낸 어망 제조업체 대표를 상대로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영도경찰서는 이날 오전 11시부터 약 2시간 동안 A업체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경찰은 사고와 관련한 자료 등을 확보하기 위해 압수수색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경찰은 업무상과실치사 및 건설기계관리법 위반 혐의로 A업체 대표 B씨를 불구속 입건해 수사 중이다.

B씨는 지난달 28일 오전 영도구 청동초 스쿨존 도로 1개 차로를 점유한 채 지게차 하역 작업을 하다 1.7톤짜리 원통형 어망실을 떨어뜨려 비탈길을 굴러 가게 해 10세 초등학생 황예서양을 숨지게 한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경찰은 이외 A업체 관계자와 사고 당시 도로에 불법 주차한 컨테이너 화물차 기사 등을 상대로도 안전 수칙 준수 여부를 조사 중이다.

blackstamp@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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