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어떻게 이룬 승무원 꿈인데…코로나에 질 순 없었어요"
고교 시절 '아시아나 교육봉사단' 특강 듣고 꿈 키워…"제 수업 듣는 학생들 보면 설레"
(서울=뉴스1) 금준혁 기자 = "유니폼을 입은 날보다 그렇지 않은 날이 훨씬 많았어요. 일상이 완전히 무너졌죠."
지난 코로나19 시기를 버틴 원동력을 묻자 시종일관 미소를 잃지 않던 임하연 승무원의 얼굴은 빨개졌고 이내 눈시울이 붉어졌다. 힘겹게 내뱉은 한마디와 함께 눈물방울이 흘러내렸고, 순조롭던 인터뷰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
강서구 마곡나루 카페에 낮에 앉아 있는 사람은 태반이 항공사 직원이라는 얘기가 들릴 정도로 지난 3년은 혹독했다. 그나마 함께 아픔을 나눌 동료가 있어 서로에게 힘이 됐다. 어떻게 이룬 꿈인데, 코로나19에 포기할 수는 없었다.
지난달 18일 아시아나항공 본사에서 임하연 선임승무원을 만났다. 3년만의 일상회복으로 하늘길이 다시 열린 지금, 비로소 일상으로 돌아온 항공사 직원들의 소감이 궁금했다.
특히 임 승무원은 학창 시절 아시아나항공을 만나며 승무원의 꿈이 더욱 부풀어올랐고, 끝내 꿈을 이룬 '아시아나 키즈'다. 고등학교 1학년, 막연하게 찾아갔던 아시아나항공의 진로특강 '색동나래교실 수업'은 그의 꿈에 색동저고리를 입혔다. 색동저고리는 창립 후 19년간 사용했던 아시아나항공의 상징이다.
2018년 입사해 현재 캐빈서비스1팀에서 선임승무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그는 "색동나래교실에 다녀오고 무언가에 홀린 듯이 '아시아나항공의 승무원이 되어야겠다' 싶었던 것 같다"며 "여행에 들뜬 손님들의 시간을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매직팀의 강의가 기억에 남았고 함께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아시아나는 코로나19 유행 직전까지 기내에서 승무원의 장기를 살려 이색 서비스를 선보이는 캐빈특화팀을 항공사 중 유일하게 운영했다. 매직팀은 그중에서도 마술쇼를 하는 소규모 팀이다.
아시아나는 2013년 항공업계 최초로 현직에 있는 직원들이 직접 직무를 알리는 교육기부봉사단을 창단했다. 현재까지 3588회의 강연을 진행했고 31만명의 학생이 다녀갔다. 수많은 학생 중 한명이었던 임 승무원은 아시아나의 문을 연 최초의 아시아나 키즈가 됐다.
그래서 입사 후엔 망설임 없이 교육기부봉사단에 선생님으로 돌아왔다. 개인 휴무일을 활용하는 봉사활동임에도 코로나19 이후 모집 공고가 떴을 때는 설렜다고 한다. 같은 꿈을 가진 학생들을 만나는 것은 그만큼 행복한 일이었다.
임 승무원은 "혹시나 시간이 부족할까 조급해하며 물어보는 학생들의 눈을 보면 어린 내 모습이 생각난다"며 "아는 게 없었고 도와주는 사람도 많지 않았던 저에게 교육기부는 확신과 희망을 불어넣어 주었다"고 말했다.
수업엔 항상 커다란 명함을 하나 들고 간다. 2012년 3월23일, 중학교 미술시간에 만든 장래희망 명함이다. 삐뚤빼뚤한 글씨로 쓰인 명함에는 스튜어디스를 잘못 적은 '스튜디어스'도 고스란히 남아 있다.
엉성한 명함을 학생들에게 보여주는 이유는 '간절히 원하는 게 있으면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좌우명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다. 임 승무원은 "꿈을 갖고 노력하는 것이 얼마나 기쁘고 감사한 일인지를 알려주고자 노력한다"고 했다. 이번 어린이날 연휴에도 강서구 국립항공박물관에서 열리는 아시아나의 진로특강에 참여해 학생들을 상대로 승무원의 세계를 전한다.
그의 목표는 학생들을 다시 아시아나에서 만나는 것이다. 그렇기에 수업은 항상 "나중에 같은 비행기에서 같은 유니폼을 입고 만나자"라는 인사말로 끝난다. 뻔해 보이는 한마디가 꿈을 향한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프랑크푸르트 A380. 임 승무원은 첫 비행의 설레임과 긴장감을 잊지 못한다. 인터뷰 전날 저녁 런던에서 막 돌아왔고 그 다음주에는 샌프란시스코를 향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조금의 피곤함도 없었다. 대신 '고마웠어요'라고 인사말을 건넨 승객을 떠올리며 행복해했다. 돌아온 일상과 함께 그가 되찾은 일생의 꿈이다.
rma1921k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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