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핸드볼 ‘벨라루스 골잡이’ 알리나 돌풍

박강현 기자 2023. 5. 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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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설공단 에이스로 떠올라

2022-2023 SK핸드볼 코리아 리그 포스트시즌에서 돌풍을 일으키는 부산시설공단에는 알리나 키시코(21·벨라루스·등록명 알리나)란 외국인 공격수가 있다.

여자핸드볼 부산시설공단의 알리나가 지난 1일 서울 송파구 SK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SK슈가글라이더즈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 득점한 뒤 환호하고 있다. /대한핸드볼협회

알리나는 정규 리그를 4위로 마친 부산시설공단이 지난 1일 준플레이오프에서 3위 SK슈가글라이더즈를 28대21로 꺾은 데 이어 3일 플레이오프(단판제)에선 2위 광주도시공사를 28대22로 따돌리는 이변을 창출하는 데 주연배우로 활약했다. 두 경기에서 모두 양 팀 통틀어 최다 득점을 책임지며 ‘반란’에 앞장섰다. 3일엔 경기 최우수선수(MVP)로도 선정됐다.

올 시즌 여자부에서 뛰는 외국인 선수는 알리나를 포함해 총 2명. 다른 하나인 브라질 출신 플라비아 가비나(27·SK슈가글라이더즈)는 골키퍼라 공격수는 알리나가 유일하다.

알리나는 여자 핸드볼 선수로서는 다부진 체격(183㎝·75㎏)을 갖고 있다. 보통 국내 선수들이 160~170㎝대인 것과 비교하면 높이와 파워가 다르다. 여기에 기술까지 겸비한 전천후 공격수란 평가다. 골대 근처를 맴돌다 시속 110km를 웃도는 전광석화 같은 기습 슛으로 골키퍼를 흔드는 게 주무기다. 자국 리그에서만 뛰다가 올 시즌을 앞두고 처음 한국 땅을 밟았다. “익숙한 곳에서 벗어나 새로운 모험을 해보고 싶었다”는 게 그 이유였다. 강재원(58) 부산시설공단 감독 눈에 들어 올 시즌 팀 내 에이스로 제몫을 하고 있다.

부산시설공단은 지난 시즌 정규 리그 3위에 올랐지만, 준플레이오프(단판제)에서 4위 SK슈가글라이더즈에 일격을 당하며 ‘봄 핸드볼’을 일찍 마감한 아픈 기억이 있다. 이때 핵심 공격수 부재를 절감한 강 감독은 매일 밤 타국 리그 경기를 보며 선수들을 분석했고, 아직 경험은 많지 않지만 알리나의 잠재력을 높게 사 그를 낙점했다. 핸드볼에선 팀당 두 명의 외국인 선수를 등록할 수 있다.

여자핸드볼 부산시설공단의 알리나가 1일 SK슈가글라이더즈와의 준플레이오프 이후 인터뷰에 나선 모습. /박강현 기자

알리나는 총 3년(의무 2년+옵션 1년) 계약으로 한국 코트를 밟았으나 초반엔 한국 특유의 ‘스피드 핸드볼’을 따라가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알리나는 “유럽 핸드볼은 콤비네이션(combination·합동 공격) 위주 전술이 많은데, 한국은 빠른 발을 이용한 역습 공격이 많아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면서도 “이제 뛰는 것에 익숙하다”고 웃었다.

예열을 마친 알리나는 큰 키에서 뿜어져 나오는 고공 폭격을 앞세워 부산시설공단의 상승세를 이끌었다. 정규 시즌에선 3월에 손가락, 발목 통증 등을 이유로 전력에서 제외돼 다른 선수들보다 코트에서 뛴 시간이 절반도 안 됐지만 득점 4위(134골)에 올랐다. 강 감독은 “알리나는 우리 팀의 에이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슈팅 능력 하나는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내년이 기대된다”고 했다.

알리나는 14살까진 테니스 라켓을 잡았다. 주니어 대표팀 격인 U-13(13세 이하) 벨라루스 테니스 대표팀에서도 활약했다고 한다. 그러나 혼자서 해야 하는 개인 종목(테니스)보다는 단체 운동인 핸드볼에 호감을 느껴 비교적 늦게 핸드볼에 입문했다. “함께하는 팀 스포츠에 매력을 느껴 후회는 없다”고 했다.

부산시설공단은 5일부터 정규 리그 1위 삼척시청과 챔피언 결정전(3전2선승제)에서 맞붙는다. 알리나는 한국 상륙 첫 해에 맨 꼭대기까지 오르는 꿈을 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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