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직원 다 퇴근하고 불 꺼도..밤새 돌아가는 그 공장의 비밀
수십 대의 로봇이 때로는 부드럽게, 때로는 강렬하게 마치 춤을 추듯 움직인다. 로봇이 로봇을 조립하고, 공정을 마치면 자동 컨베이어벨트와 무인 수송 장치로 다음 단계로 이동한다. 불필요한 동작도, 낭비되는 시간도 없이 깔끔하고 신속하다. 이곳은 제조 현장에서 사람을 대신해 노동하는 산업용 로봇이 탄생하는 HD현대로보틱스 스마트팩토리다.
머니투데이가 지난 3일 찾은 대구시 달성군에 위치한 HD현대로보스틱스 공장은 흔한 공장의 모습이 아니었다. 공장에 들어서자 줄지어있는 로봇들이 보였다. 7000평 남짓한 공장에 상주하는 직원은 40여명뿐. 작은 부품들이 모여 조립, 도장을 거쳐 산업용 로봇이 출하되기까지 사람의 손이 필요한 곳은 극히 일부다.
각종 수치가 적힌 전광판이 한눈에 들어왔다. 조립·도장·외배·시운전·출하 등 공정에 따른 일계획과 달성률이 적혀있었다. 생산 설비 가동 현황, 생산 상황과 공정 정보는 사물인터넷(IoT)을 통해 실시간으로 수치화된다. 대구 현풍공장에선 연간 1만대의 산업용 로봇이 생산된다. 2022년까지 총 7만191대가 전 세계의 제조공장에 수급됐다.
첫 단계는 조립이다. 밑단인 하부 축부터 기초 부품을 올려놓고 모터와 감속기 등 주요 부품을 조립해 나간다. 적게는 2축부터 6축까지 다관절 구조가 여기서 완성된다. 330m의 컨베이어가 공정간 자동 이동을 돕는다. 조립이 완료된 로봇은 페인트칠로 색깔 옷을 입는다. 페인트칠을 하기 전 세정, 마스킹 등 도장 전처리 공정을 거치고, 이후 열풍 건조로에서 건조된다. 역시 모두 자동 공정이다.
직원들이 퇴근한 저녁이 되면 스마트팩토리의 진면모가 드러난다. 텅 빈 공장에서 30여대의 로봇이 반복해 움직인다. '쉭, 쉭.' 고요한 공장에 가스 스프링과 엔진이 돌아가는 소리만 울린다. 시운전 단계다. 사람이 없는 시간에 시운전을 시행해 작업 대기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로봇들은 네모난 펜스 안에서 수천수만번 같은 동작을 반복하며 생명력을 얻는다.
완성된 로봇은 자동차, 전기전자, 식품, 의류, 화장품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공장에 배치된다. 그간 HD현대로보틱스 산업용 로봇의 주요 수요처는 자동차 산업이었지만, 지난해 처음으로 일반 산업 비중이 절반을 넘었다. 사업 다각화에 성공한 셈이다.
영업 부문 이창훈 상무는 "그간 현대기아차 제조라인을 중심으로 유럽에 2400대, 미국에 2000대, 중국에 1500대 등이 공급됐다"며 "지난해 자동차 중심 공급에서 벗어나 새로운 산업 분야로 확장하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전기·전자 부문에 소형로봇을, 조선·건설기계에 용접로봇을, 식품 분야에 실링 로봇 등을 공급하는 식이다.
이 상무는 "어묵, 떡, 신발, 의류 등 우리가 먹고 사용하는 것들이 생각보다 많이 산업용 로봇의 손을 거친다"며 "추운 냉장고 안이든, 더운 여름이든, 주변이 시끄럽든 작업에 오차 없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산업용 로봇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고 했다.
HD현대로보틱스의 경쟁력은 납기다. 42종의 산업용 로봇 중 주력 모델의 경우 주문 후 2개월 이내에 공급할 수 있다. 주력 모델의 재고를 비축해두고 판매하는 방식으로 형식을 바꿨다. 타 해외 경쟁사들이 주문부터 수령까지 8~10개월이 걸리는 데 비교하면 압도적으로 기간을 단축한 셈이다.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1984년부터 로봇사업을 시작해 국내 1위 산업용 로봇을 선도하고 있지만, 이제는 해외 시장을 공략할 시기라고 판단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톱 메이커인 일본 화낙, 독일 쿠카, 스위스 ABB 등과의 경쟁에 적극적으로 뛰어든다. 2019년에는 상해에 설립한 중국법인을 시작으로, 2021년 6월 독일 뮌헨에 유럽법인 설립했다. 지난해 7월엔 중국 상주에 생산법인을 만들고 미국 애틀랜타에도 법인을 지었다.
가격경쟁력도 놓치지 않는다. 스마트팩토리를 통한 생산 자동화와 부품 외주로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HD현대로보틱스는 스마트 팩토리 역량을 보유한 세계를 선도하는 로봇 종합기업으로 나아가겠단 포부다.
이 상무는 "내수 중심에선 한계가 있고 세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판단해 해외 법인과 생산기지를 만들기 시작했다"며 "올해는 베트남을 거점으로 동남아 시장을 확장해보려고 한다"고 했다. 이어"글로벌R&D센터 연구소에서 신규 산업용로봇 개발 및 제어기 고도화를 위한 연구개발 활동 또한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며 "각국으로 수출하고 지속해서 기술을 개발하며 세계 일류 로봇 종합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밝혔다.
대구=이세연 기자 2counti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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