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 임박 '인천 조병창'...역사 교훈보다 경제성 우선
[앵커]
일제강점기 조선인들이 일본군이나 전범 기업에 강제동원된 아픈 역사는 일본뿐만 아니라 국내에도 많습니다.
YTN은 오늘부터 사흘 동안 사라져가는 국내 강제동원의 현장을 조명합니다.
인천 부평에는 일본 육군이 무기 공장으로 썼던 조병창 건물이 남아있습니다.
만 명 가까운 조선인들이 일본군의 노역에 동원된 역사의 현장인데, 공원 조성을 위한 철거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민대홍 피디가 다녀왔습니다.
[PD 리포트]
인천 부평의 미군기지, 캠프 마켓.
건물 상당수는 1941년 지어진 일본 육군 무기 공장, 조병창입니다.
당시 병원으로 썼던 건물 주변에 철거를 위한 가림막이 설치됐습니다.
한국전쟁 이후엔 미군이 사용했는데 지금은 공원 조성 진행 중입니다.
[일본육군조병창 역사문화생태공원 추진협의회 : 인천시와 국방부는 즉각 조병창 병원건물 철거를 중지하라. 중지하라. 중지하라. 중지하라.]
일제강점기 강제동원의 역사를 지워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입니다.
[이민우 / 일본육군조병창 역사문화생태공원 추진협의회 : 강제 동원의 역사를, 그다음에 일본 침략의 증거를 이렇게 빨리 없애버리려고, 어떻게든지 없애버리려고 이렇게 하는 건지….]
일본군이 작성한 극비문서인 인천 조병창 상황보고서를 보면 이곳에 강제동원돼 노동력을 착취당한 조선인은 9천여 명, 인천과 서울에서 중학생 약 930명을 데려다 일을 시켰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지영례 / 조병창 강제동원 피해자(구술자료) : 이제 몸을 몹시 다쳐서 기계 만지는 데니까…. 거기 일하는 애들이 젊은 애들인데 참… 다친 애들도 많고 하루에 아마 팔 다친 애들이 한 댓 명 와요.]
강제노동의 현장이지만 보존 가치에 대한 판단은 뒷전이었습니다.
미군에 공여했던 토지를 돌려받은 국방부가 미군공여구역법에 따라 건축물과 토양 오염 등을 제거해야 한다는 이유로 철거가 진행됐습니다.
이 경우에도 사업시행자인 인천시가 건축물을 계속 활용하기를 원하면 남겨둘 수 있는데 현실은 경제성이 우선입니다.
[조건 /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 : 환경 오염 제거라는 표피를 쓰고 있지만 혹시 속으로는 개발이라고 하는 또 다른 부를 창출하기 위한 그런 내면의 욕심들은 숨어있지 않은 지 스스로 좀 되돌아볼 필요가 있어요.]
인천 부평구는 지난달 조병창 병원 건물 해체 공사를 승인했습니다.
시민단체가 가처분 신청을 냈기 때문에 법원의 판단에 따라 철거 여부가 결정됩니다.
일본 정부가 군함도나 사도광산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려고 할 때마다 우리 정부는 강제동원의 어두운 역사도 모두 기록하라고 촉구해왔습니다.
하지만 정작 국내 강제동원의 역사는 경제적 이득을 추구하는 사이 하나씩 지워지고 있습니다.
YTN 민대홍입니다.
YTN 민대홍 (mindh0927@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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