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생각] 해외 편집자까지 사로잡은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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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18일부터 20일까지 런던 올림피아 전시장에서 개최된 제52회 런던도서전에 다녀왔다.
특히 국내 독자들에게도 큰 사랑을 받으며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라 있는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 는 지난 런던도서전에서 영미권 대형 출판사 편집자들의 마음을 뒤흔들며 저작권 확보를 위한 입찰 경쟁이 한창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메리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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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골드 마음 세탁소
윤정은 지음 l 북로망스(2023)
지난 4월18일부터 20일까지 런던 올림피아 전시장에서 개최된 제52회 런던도서전에 다녀왔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온라인’ 또는 ‘하이브리드’로 진행되던 도서전이 다시 대면 행사로 전환되는 분위기였다. 3일간 무려 3만 명 가까운 사람들이 방문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그동안 세계 출판 관계자들이 얼마나 대면 만남을 기다려왔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전 세계 주요 출판사들의 신간 정보와 주요 작가들의 신작 발표가 쏟아지는 런던도서전은 출판 시장의 트렌드를 가늠할 수 있는 나침반 같은 역할을 한다. 올해는 특히 문학 분야에서 흥미진진한 두 가지 트렌드 키워드를 발견할 수 있었다. ‘업마켓 소설’(Upmarket Fiction)과 ‘뉴어덜트’(New Adult)다. 해외출판 관계자들이 열을 올리면서 설명한 두 용어에 대한 정의는 이러했다. ‘업마켓 소설’이란 순문학과 대중문학 사이에 위치하면서 두 분야 독자 모두에게 호소력이 있는 고급 대중소설을 의미한다. 한 작품 속에 판타지, 로맨스, 스릴러, 에스에프(SF) 등이 결합된 ‘장르의 스펙트럼이 넓은 문학작품’으로, 기존의 순문학과 장르문학의 이분법으로 문학을 구분하는 방식에 불만을 가진 젊은 작가들과 독자들이 함께 탄생시킨 새로운 분야다. ‘뉴어덜트’는 제트(Z)세대가 중심인 새로운 문학 분야다. 가벼운 연애 소설로 단순한 로맨스에서 확장해 ‘롬콤’(RomCom: Romance + Comedy), ‘로맨타지’(Romantasy: Romance + Fantasy), 또는 ‘브로맨스’(Bromance: Brother + Romance) 등으로 시장이 점점 세분화하면서 확장하고 있다. 작가와 독자가 온라인과 소셜미디어에서 활발하게 교류하며 소통하는 특징이 있다.
최근 ‘케이(K)문학’에 대한 세계 출판사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우리 문학작품 가운데서도 이런 분야의 소설들이 해외출판 관계자들로부터 큰 주목을 받았다.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북로망스), <환상서점>(해피북스투유), <달러구트 꿈 백화점>(팩토리나인) 등이다. 이 소설들은 특정한 장소를 배경으로 소원을 이뤄주는 마법 같은 판타지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가볍게 읽으면서 지친 마음을 달랠 수 있거나, 자신만의 소중한 추억 속에 잠시 머물거나, 희망과 용기의 발걸음을 내딛게 하는 이야기면서, 좋은 향이 나고 따뜻한 온기도 느껴지는 차 한잔과 같은 소설들이다. 이해하기 난해할 정도로 지나치게 현학적인 순문학도 아니고, 그렇다고 소화하기 힘들 정도로 과도하게 비현실적인 장르문학도 아닌, 그 어디쯤 중간 지대에 있는 책들이다.
특히 국내 독자들에게도 큰 사랑을 받으며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라 있는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는 지난 런던도서전에서 영미권 대형 출판사 편집자들의 마음을 뒤흔들며 저작권 확보를 위한 입찰 경쟁이 한창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우고 싶은 기억을 지워주는 마음 세탁소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힐링 판타지 소설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는 감각적인 표지부터 콘셉트, 그리고 줄거리까지 해외 출판사들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한 모양새다. 이제 케이(K) 문학은 해외 주요 문학상의 단골 후보일 뿐 아니라, 머지않아 의미 있는 상업적 성공을 거둘 채비까지 마쳤다.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가 영미권 어디에서 출간될지, 그리고 세계 독자들에게 어떤 매력으로 다가갈지 벌써 기대가 커진다.
홍순철/BC에이전시 대표, 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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