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생각] 평범하지만, 가끔은 울적한 사람들을 위해

한겨레 2023. 5. 5.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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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2월까지 고등학교에서 상담을 하던 교사가 책방을 열게 되었습니다.

좀 더 편하게 자신을 표현하고, 수용 받을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을 제공하여 이곳을 경험한 사람들이 훗날 자신을 지키기 위해 상담센터와 정신건강의학과 역시 용기 있게 방문하실 수 있도록 다리 역할을 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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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책방은요]우리 책방은요 │ 심리서점, 쓰담
‘심리서점, 쓰담’의 외부 모습.

2022년 2월까지 고등학교에서 상담을 하던 교사가 책방을 열게 되었습니다. 오랜 주말부부 생활을 청산하고 지난해 3월에 군산으로 내려와 평생의 꿈을 조금은 일찍 실현했어요.

학생들을 상담하면서 시작은 작았던 고민이 점차 커져 혼자 속앓이를 하다가 결국엔 우울감이나 불면증, 자해 증상으로 가속화되는 경우를 많이 보았습니다. 이렇게 커지기 전에 진작 상담실에 와서 고민을 이야기했다면 쉽게 해결됐을 수도 있었을 텐데 왜 일찍 오지 않았냐고 물어보면 “상담실에서 이야기하기엔 제 고민이 너무 사소해서 안 들어주실 줄 알았어요”라거나 “저 그렇게 미친 사람은 아니에요”라는 등의 답변을 듣곤 했었습니다.

많은 현대인들이 상담센터나 정신건강의학과를 굉장히 무겁고 어려운, 어쩌면 삶과 죽음의 큰 갈림길에 놓인 사람만이 절박하게 찾는 곳으로 오해하곤 합니다. 인식이 많이 개선되었다고 말하는 오늘날까지도 상담센터나 정신건강의학과의 문을 두드리는 것을 많이 주저하고 있어요. 실제로 사람의 이목 탓에 3시간 넘게 운전하여 오셔서 1시간 남짓 되는 상담을 받고 다시 가시는 분들 역시 있을 정도입니다.

그래서 ‘심리서점, 쓰담’(쓰담)은 평범하지만, 가끔은 울적한 사람들을 위해 설립되었습니다. ‘마음의 짐’이 너무 커져서 스스로를 짓누르지 않게 자신을 이해하고, 포용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요. 좀 더 편하게 자신을 표현하고, 수용 받을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을 제공하여 이곳을 경험한 사람들이 훗날 자신을 지키기 위해 상담센터와 정신건강의학과 역시 용기 있게 방문하실 수 있도록 다리 역할을 하고자 합니다.

‘심리서점, 쓰담’의 행사 모습.

그렇기에 쓰담은 모든 이들이 가벼운 마음으로 드나들 수 있도록 편안하고 고즈넉한 환경을 제공하고자 노력했습니다. 1920년대에 지어진 적산가옥에 터를 잡았고, 모든 이들을 따스하게 맞이하는 색감을 지닌 원목으로 디자인하고 둥근 조명을 배치하였습니다. 더불어 세계 유수의 전문가들이 쓴 심리학 분야 서적을 전문적으로 큐레이션합니다. 그들의 지혜를 통해 굳이 비싼 심리상담을 받지 않더라도, 침잠되어 있는 삶의 문제에 통찰력을 얻을 수 있거든요. 전문적인 접근과 마음 치유를 원하시는 분들에게는 1대 1 심리검사와 심리상담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만남을 통한 치유적 모임을 원하시는 분들은 금요일, 토요일 저녁마다 진행되는 그림검사모임, 에세이쓰기모임, 독서모임 등을 제공하여 서로에게서 많은 힘과 위로를 얻도록 돕습니다.

쓰담지기(서점지기)는 쓰담에 오시면 ‘평온하고, 따스하다’는 피드백을 들을 때가 가장 행복합니다. 그래서 서점 전체가 하나의 복합문화공간이 되길 꿈꾸며 도서 외에도 생화, 화분, 기획 상품, 음료, 베이커리와 같은 여러 아이템을 다루고, 음악회, 낭독회, 강연회 등과 같은 프로그램을 개최합니다. 이런 말이 있죠? “네가 뭘 좋아할지 몰라서 다 준비했어. 넌 그만큼 소중한 존재야.” 저는 이 말 속에 담긴 따스한 마음과 애정이 좋습니다. 그리고 저는 쓰담을 방문해주시는 분들에게도 이 메시지가 닿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군산/글·사진 강주혜 쓰담 서점지기

심리서점, 쓰담
전라북도 군산시 구영3길 31-16
www.ssdambooks.com
‘심리서점, 쓰담’의 부 모습.
‘심리서점, 쓰담’의 행사 모습.
‘심리서점, 쓰담’의 내부 모습.
‘심리서점, 쓰담’의 정원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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