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연체율 급증, 전세사기 확산..."빚폭탄 어쩌나"

임광복 2023. 5. 5.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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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금리인상에 금융시장 변동성 우려커져...전세문제도 확대
서울 은평구청에 마련된 전세 피해 지원을 위한 상담센터에서 한 피해자가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세계 최고 수준의 가계부채 연체율이 급증하고 전세사기까지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가계가 벼랑끝 위기에 몰리고 있다. 집값 급등 등에 따른 대출증가로 가계부채는 2925조3000억원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다. 이 와중에 미국의 금리인상과 우리나라 고금리가 지속되면서 취약층인 가계신용대출과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이 크게 올라 불안이 심화됐다.

미국이 3차례 연속 '베이비스텝'으로 기준금리를 5.00∼5.25%로 올렸고, 한미 금리역전이 최고 수준이되면서 금융시장 부실화와 변동성 우려가 커졌다. 여기에 서울 강서구에서 시작된 전세사기·역전세(전셋값이 하락하면서 앞 세입자 보증금보다 뒤 세입자의 보증금이 낮아진 현상) 사태가 인천, 경기도, 부산 등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부실공포에 기름을 붓고 있다.

이날 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한 빌라촌의 모습. /사진=뉴스1

전세금 포함 가계부채 비율 최고수준

5일 정부와 업계 등에 따르면 한미 고금리 행진 속 가계부채 연체율 급증과 전세사기가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가계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전세보증금을 포함하면 3000조원에 육박해 한국의 경제규모(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OECD 국가 중 1위다. 한국경제연구원 기준 우리나라 가계부채(전세금 포함)는 2017년 2221조5000억 원에서 2925조3000억 원으로 약 31.7% 급증했다. 임대차 3법 등에 따른 전세금 급등, 코로나19 생계비 등 대출 등으로 가계부채가 크게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세보증금은 2017년 말 770조9000억원에서 2022년 말에는 1058조3000억원으로 37.3% 증가했다. 이는 전체 가계부채보다 전세보증금 증가속도가 가파르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전세보증금을 포함한 한국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56.8%로 높아져 OECD 1위다. 선진국인 미국, 영국, 일본, 프랑스, 독일 등은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00% 미만이다.

특히 전세대출 확대로 전세 보증금이 상승하는 등 금융적 요인이 부메랑이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전세 자금 대출지원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개인의 전세 보증금 고민을 해결하는데 이득이 되지만, 시장 전체적으로 전세가격 상승이라는 부메랑을 맞을 수 있다"며 "전세자금 대출이 늘수록 전세가격을 올리고 매매가격을 자극하면서 시장 변동성을 키운다"고 설명했다.

또 집값 하락기에는 깡통전세가 양산돼 세입자들을 곤혹스럽게 할 수 있다.

서울시청 서소문별관 1동에 개소한 서울시 전·월세 종합지원센터. /사진=뉴스1

채무상환 부담 가계 연체율 급증

이처럼 우리나라는 가계 소득은 늘지 않는데, 부채가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채무상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지난 2월말 국내 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은 0.36%(금융감독원 기준)로 전년동기 대비 0.11%p 상승했다. 이는 2020년 8월(0.38%) 이후 최고치다. 연체율은 전체 대출 중 1개월 이상 원리금이 연체된 대출의 비율이다.

특히 부채의 충격은 중소기업과 가계에 더 큰 충격을 주며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전체 기업대출 연체율은 0.39%, 이중 대기업은 0.09%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중기는 0.47%로 상대적으로 높다. 가계대출 연체율도 0.32%로 올랐다. 특히 가계신용대출은 0.64%로 지속 상승하고 있다.

특히 집값하락으로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하고, 세입자도 못구해 집을 포기하는 집주인이 매달 3000명씩 쏟아지고 있다. 전세사기·역전세난 등으로 부동산 전세금 반환을 위한 세입자의 최후 수단인 임차권설정등기 신청도 3월, 4월 2개월연속 3000건을 넘어섰다. 이는 관련 제도 시행이후 처음이어서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3일 인천 미추홀구청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정의당 심상정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으로 파악된 건축업자 남모(62) 씨로 인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 세대는 2484세대다.

전세사기 피해 눈덩이...하반기 고비

전세사기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며 하반기 피해 규모가 정점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세가격은 2021~2022년 초 상승세였는데, 임대차 3법 이후 더 크게 올랐다. 임대인들이 계약갱신청구권 행사를 감안해 4년치 상승분을 미리 보증금으로 받아 전세가격이 덩달아 오른 것이다. 개인과 중기 파산, 경매 신청이 늘었는데, 낙찰률은 20% 선까지 하락하며 '빚잔치 소화불량'에 걸렸다.

정부가 전세사기 피해자에 대해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전세사기 특별법)을 신속 제정했지만 전세사기와 역전세 피해를 막기엔 역부족이다.

국토부는 전세사기 피해자 인정 요건을 기존 6가지에서 4가지로 완화한 수정안을 제시했다. 피해자들이 인정 요건이 지나치게 까다롭다고 주장한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경기도 동탄과 구리 등 대규모 역전세난 피해자들은 구제받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부는 전세사기와 역전세난을 구분해서 대응하고 있어서다. 전세사기는 전세금을 받아 주택 투기를 한 '무자본 갭투기'여서 애초 전세 보증금을 노린 사건이다. '무자본 갭투기'는 남의 돈으로 투기를 해서 전세 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어 전가 사기로 볼 수 있다.

반면 동탄, 구리는 시세하락 등으로 정상적인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기 어려워진 '전세보증금 미반환 사고'여서 사기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부동산이 급등한 후 하락해 변동성이 커지면서 전세 문제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어 피해자들은 당분간 늘어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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