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어린이날] 손을 씻으며

▲ 박병기 강원남부아동보호전문기관장

코로나19로 우리는 많은 변화를 경험했습니다. 그동안 호흡기 환자나 연예인들의 ‘공항패션’ 아이템으로 봐온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우리들에게도 일상이 되었고, 손을 자주 씻는 모습 역시 질병 예방과 개인의 위생을 위해 매우 자연스러운 풍경이 되었습니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손을 자주 씻는 동안, 호흡기 환자의 급감과 안과를 찾는 눈병 환자는 오히려 눈에 띄게 줄었다는 자료를 보면서 그동안의 생활습관을 돌아보게 됩니다.

‘제멜바이스’라는 산부인과 의사의 세밀한 관찰과 기록에 대한 분석이 있기 전에는 출산을 앞둔 산모들에게 종합병원 산부인과에서의 진료와 출산 과정 자체가 공포와 두려움으로 다가왔다고 합니다. 당시 의사들은 해부학교실에서 시신을 수습하는 중에라도 산모가 출산을 앞두고 있다고 하면 산모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진료실과 분만실을 오가는 진료행위가 있었다고 하니, 지금의 상식에서 이해가 안 되는 행위였던 것입니다.

바로 ‘감염’에 의해 산모들이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는 것을 관찰한 제멜바이스는 자신의 스승에게 환자를 진료할 때, ‘손 씻기’를 하고 검진할 것을 건의했다고 합니다.

손 씻기는 1847년 4월부터 시작되었는데 당시 산욕열로 인한 사망률이 18%에서 5월에는 12%, 6월에는 2%로 7월에는 1%로 사망률이 획기적으로 줄어들게 되었답니다. 이후 살아있는 사람의 몸에서도 병균을 옮길 수 있다는 것까지 알게 된 제멜바이스는 ‘환자를 봤으면 다른 환자를 보기 전에 염화 석회에 손을 넣고 그 다음에 진료를 봐야 한다’는 지침까지 만들게 됩니다.

제가 근무하고 있는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는 많은 부모들을 만나게 됩니다. 자녀를 양육함에 있어 부모로서 체벌과 훈육이 당연한 듯 여기는 주장을 하는 모습을 만나기도 합니다.

이럴 때에는 지난 2021년 1월 26일 삭제된 민법 915조에 대해 이야기하게 됩니다. ‘친권자는 그 자를 보호하고 교양하기 위하여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고 법원의 동의를 얻어 감화 또는 교정기관에 위탁할 수 있다’는 조항입니다. 이제는 삭제된 조항이지만, 아직도 “자녀는 맞으면서 크는 거야”라거나 “내 자식인데 당신이 왜 참견하는 거야?”라는 부모들의 주장을 들을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친권자로서도 자녀를 징계해서는 안 됩니다. 자녀를 힘들게 해서도 안 됩니다.”

오늘은 5월 5일 101주년을 맞는 어린이날 입니다. 코로나19를 겪으며 쉬운 습관이 된 ‘손 씻기’를 통해 많은 감염 환자를 줄일 수 있었던 것처럼, 또 이제는 당연한 진료 지침 하나로 산모들의 사망률을 크게 줄일 수 있던 것처럼 어린이를 동등한 인격체로 존중하는 자세 역시 우리 사회에 당연해져야 합니다. 우리 아이들의 동심이 더 멍들고 상처받기 전에 어린이들을 대하는 부모와 어른들의 자세를 다시 돌아보고 생각해 볼 때 입니다. 감염병의 어두운 터널을 극복해 나가고 있듯이 더 이상 학대로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이 없는 건강한 사회가 만들어지길 바라봅니다.박병기 강원남부아동보호전문기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