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시우의 예술家 산책] 13 화가 그리고 문화기획자, 이혜윤 작가
동양화 느낌 물씬 ‘추상화’ 외국작가 호응
여백의 경쾌하고 자유로운 리듬감 돋보여
휘발성 있는 감정 글로 옮기고 그림 그려
유화·아크릴보다 매력적인 소재 먹 선호
치악산 자락 작업실 옮겨 전시준비 한창
강릉·원주 전시, 내년 국제페어 출품 예정
어린이 예술교육 진행·아트숍 활용 계획
화가이자 문화기획자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청년 예술가 이혜윤 작가를 만났다. 비비드한 컬러가 잘 어울리는 그는 자신과 닮은 햇살 같은 그림을 그리면서 톡톡 튀고 재미있는 일을 기획하며 현재를 특별하게 만들어 가는 매력적인 사람이다.
그는 추상화를 그린다. 그의 작품이 추상이지만 동양화 느낌이 물씬 나는 건, 그의 작품에 여백이 많고 먹이 빠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의 작품은 경쾌하고 자유로운 리듬감을 볼 수 있어 보는 사람을 눈길을 사로잡고 기분 좋게 하는 매력이 있어 소장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런던, 뉴욕, 싱가포르 등 해외 페어에서 인기가 있다. 그는 자기 작품이 추상화지만 외국 작가들의 작품에 비해 동양적인 느낌이 많아 관심을 보이는 것 같다며 그게 여백이 주는 힘 같다고 말한다. 그는 그림 그릴 때 리듬감이나 균형감을 많이 생각한다. 그래서 그의 그림은 여백 속에 툭툭 던져놔도 표정이 살아있다. 그의 추상에서 동양화 느낌이 드러나는 건 주제에서 동양적인 것이 드러나는 만큼 당연하다며 서양인이 동양화 재료를 배워서 동양화를 그린다고 해도 그건 서양화일 거고 한국 사람이 유화로 그림을 그려도 그건 동양화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예고 때 산업디자인을 전공하면서도 동양화가 너무 좋았다고 한다. 그래서 미술교육과를 그만두고 단국대학교 동양화과로 진학했다. “처음 동양화를 선택할 때 재료들이 너무 좋았어요. 추상화를 그리게 된 건 추상은 제 감정을 가장 정확하게 꺼내놓을 수 있어서였고요. 생각해 보면 제 작품은 대학교 때 과제로 했던 작품부터 추상적이었어요. 전업 작가가 인생 목표가 아니었지만 그림을 그만두지 않은 그 순간들이 쌓여서 지금까지 온 것 같아요. 지금까지의 경험이 섞이면서 할 수 있는 것들이 생기고 그것들이 기획으로 이어졌고요. 저는 작가로 사는 삶이 마음에 들어요. 앞으로도 여러 직업을 거치겠지만 제 정체성은 작가이고 그림을 그리는 사람으로 남고 싶어요.”
그는 특이하게 작업할 때 글로 먼저 쓰고 그림을 그린다. 그는 책을 읽고 글 쓰는 것을 좋아하는데 그래서 학부에서는 문예창작을 부전공으로 공부했다. 그는 책을 읽고 쓰는 것이 큰 즐거움이고 그가 작업하는 데 글쓰기가 많은 영향을 끼친다고 한다. 그는 추상적이고 휘발성이 있는 감정을 바로 그림으로 옮길 수 없을 때 그 감정을 기억하고 잡아놓기 위해 먼저 글로 쓰고 그때의 감정을 담은 글을 읽고 정리된 마음과 그때의 감정을 끌어내어 그리는 방식으로 작업한다.
그는 요즘은 자연스러운 질감과 색감이 좋아 광목에 그림을 그린다고 한다. 유화 물감, 아크릴 물감도 쓰지만 먹을 유난히 좋아해 어떤 작품이든 먹을 쓴다. 먹은 검은 색이 아니라 진한 회색이어서 한 번만 칠하면 회색으로 보이는데 회색이 계속 쌓여서 검은색이 되고 붓 터치에 따라 텍스쳐가 달라져 매력적인 소재라고 말한다.
먹은 검은색이 죽음의 상징이기도 하고 재료의 특성상 나무를 태워 만드는 거라 죽음으로 만드는 것이기도 하다며 죽음이 그의 작품 전체의 큰 주제이고 모든 것은 끝이 있고, 끝이 있어야만 소중한 것들이라는 생각에 검은색을, 먹을 많이 쓰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에 치악산 자락으로 작업실을 옮겼는데 개인전을 앞두고 작업실을 꾸미고 전시 작품을 준비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지난 3일 개막해 오는 14일까지 강릉 소집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다. 그는 올해 원주에서 전시할 계획도 있고 연말이나 내년 초에는 해외 페어에도 출품할 예정이라 부지런히 작업하고 있다. 새 작업실에서 재미있는 예술교육을 진행할 예정이고, 아트숍으로도 활용할 계획이라 작업실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그는 문화기획자로도 다양한 기획과 작업을 하는데 올해도 문화기획자로서 강원문화재단에서 지원하는 예술교육 사업도 같이하게 될 것 같다고 한다. 현대미술 안에서 문제나 주제를 찾아서 현실적인 해결이 아닌 예술적 방법들을 상상해 보는 것이 현대예술의 큰 주제라는 생각 아래 상상력을 실제로 작동해 보는 것까지 교육 과정으로 기획, 예술가적인 태도를 경험할 수 있는 커리큘럼으로 예술교육 프로그램을 고민 중이다. 성인들과 해보고 싶지만 그렇게 하기에는 너무 벽이 많아 먼저 아이들과 함께하려고 한다.
“완전히 엉뚱하게 생각할 수 있는 나이인 애들과 어떤 문제를 찾고 거기서 해결할 것들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과정을 같이 찾으려는데 그 과정에서 놓지 말아야 할 게 예술적인 해결인 거죠. 그래서 그 문제를 싸우거나 경쟁해서, 실질적으로 해결하는 게 아니라 상징적으로 해결하거나 해결되지 않아도 되는 것들에 대해 고민을 깊게 해보는 경험을 하게 하고 싶어요. 이게 예술교육에서만 할 수 있는 교육 과정이 될 수 있을 것 같고 앞으로도 다양한 연령에서 좀 더 구체적으로 상상할 수 있는 것들을 만들어 보고 싶어요. 이 과정에서 운이 좋으면 뭔가 엄청난 영감을 받을 어떤 아이를 찾아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이런 창의적인 방식의 예술교육은 그가 두 아이의 엄마이기도 해서 가능한 고민이 아닐까 싶다. 예전에 함께했던 몽롱예술작업실29라는 예술교육프로그램에서도 그가 기발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했던 생각이 난다. 스스로 반짝이며 특별한 순간을 만들어 가는 이혜윤 작가의 새로운 작업과 기획을 기대하며 사람들이 그의 행보를 따뜻한 눈길로 지켜보며 그의 성취를 응원하길 빌어본다. <끝> 시인·문화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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