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살기 위해 떠나온 이북에도 그리운 음식이 있다

최은서 2023. 5. 5.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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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낭죽, 두부밥, 인조고기밥.

손님 앞에 선보일 화려한 메인 요리가 아니라 허기 해소가 중요했던 이북에서의 끼니를 기록했기 때문.

쌀밥을 두둑하게 먹을 수 없던 이북 사람들은 소량의 밥에 무를 채 썰어 넣어 무밥을, 콩을 갈아 고기처럼 만들어 인조고기밥을 해 먹었다.

저자는 "어려운 시기를 아프지 않게 기억할 수 있는 방법은 양념을 올린 인조고기밥을 그때처럼 맛있게 먹는 것"이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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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북 요리 50가지 레시피와 함께 추억을 담아
신간 '밥 한번 먹자는 말에 울컥할 때가 있다'
'밥 한번 먹자는 말에 울컥할 때가 있다'의 저자 위영금씨. 들녘 제공

강낭죽, 두부밥, 인조고기밥. 이 요리책에 나오는 메뉴들은 특이하다. 손님 앞에 선보일 화려한 메인 요리가 아니라 허기 해소가 중요했던 이북에서의 끼니를 기록했기 때문. 함경남도에서 태어나 1998년에 탈북한 저자 위영금(55)씨는 “밥을 먹겠다고 고향을 떠났고, 밥을 먹지 못해 가족을 잃었다”며 고향에서 굶주렸던 과거를 떠올린다.

적은 재료로 덜 배고프기 위해서 만들어진 요리지만 먹는 즐거움을 놓치지 않으려 노력했다. 쌀밥을 두둑하게 먹을 수 없던 이북 사람들은 소량의 밥에 무를 채 썰어 넣어 무밥을, 콩을 갈아 고기처럼 만들어 인조고기밥을 해 먹었다. 감자밥을 눌러 구운 바삭한 누룽지는 감자칩 부럽지 않은 별미였다. 삼복날이 되면 까나리만 한 민물고기인 세치네(소천어의 이북 사투리)와 호박 같은 채소를 넣고 밍밍한 세치네탕을 끓여내 보양식으로 먹기도 했다.

탈북 이후 마주한 수많은 음식은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절로 떠오르게 하는 매개가 됐다. 저자는 어죽 한 그릇을 보고도, 친구들과 경치 좋은 강변을 찾아 나섰다가 물고기 달랑 두 마리를 죽 가마에 넣고 맛있게 그릇을 비웠던 젊은 시절을 추억한다. 길거리에 흔한 돼지국밥집을 지나면서는 장마당에서 든든한 한 끼가 돼줬던 장마당 국밥을 떠올린다. 고향에서 자주 씹어 먹었던 명태나 오징어는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힘들고 지칠 때면 저절로 찾게 되는 ‘솔(soul) 푸드’다.

저자는 “어려운 시기를 아프지 않게 기억할 수 있는 방법은 양념을 올린 인조고기밥을 그때처럼 맛있게 먹는 것”이라고 썼다. 이북 음식의 레시피는 과거에 대한 기록임과 동시에 현재의 저자가 앓고 있는 향수병의 즉효약 역할도 한 것이다.

밥 한번 먹자는 말에 울컥할 때가 있다·위영금 지음·들녘 발행·300쪽·1만7,000원

최은서 기자 silv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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