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공세로 톱3 외산 PC업체 될 것…정부 조달 시장도 공략" 웨인 니엔 에이서 한국 지사장 인터뷰
"파격적 가격으로 한국 노트북 시장을 공략해 외산 컴퓨터(PC) 업체 중 톱3에 들겠습니다."
대만 PC업체 에이서의 웨인 니엔(32) 한국 지사장이 국내 시장 공략을 위해 꺼내든 카드는 공격적 가격 정책이다. 그는 3일 서울 앰배서더 서울 풀만호텔에서 인터뷰를 갖고 "주력 제품 '스위프트 고' 16인치 노트북을 전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89만9,000원에 국내 판매한다"며 "해외에서 약 120만 원에 판매하는 제품을 대만 본사와 협의해 한국 독점 가격으로 내놓는다"고 말했다.
특히 정부에 납품하는 조달 시장을 겨냥한다. 그는 "정부 조달 시장에 들어갈 계획"이라며 "PC와 모니터, 노트북 등의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국내 지사에서 직접 조달 시장에 뛰어들겠다"고 밝혔다.
필리핀 라살대학에서 국제학을 전공하고 에이수스와 MSI 등 외국 컴퓨터업체들을 거친 그는 비속어까지 자연스럽게 구사할 정도로 우리말을 잘해 최연소 지사장이 됐다. 그는 "필리핀 유학시절 한국 친구들과 운동하고 놀면서 자연스럽게 한국어를 배웠다"며 "한국에 살아본 적 없지만 한식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레노버, HP, 델, 애플과 함께 세계 5대 PC업체로 자부하는 에이서는 1976년 대만에서 설립돼 전세계 160개국에 진출했다. 노트북, 모니터,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부터 로봇 청소기, 공기청정기, 전기자전거, 음료수 등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대해 2021년 11억4,000만 달러(약 1조5,2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에이서는 한때 한국에 진출한 적이 있으나 부실한 사후관리(AS)로 논란을 빚어 2001년 철수했다가 20여년 만에 이달 중 국내 지사를 설립하고 다시 들어온다. 니엔 지사장은 한국 진출 이유로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성장할 수 있는 PC 시장"을 꼽았다. 그는 "동남아시아는 더 이상 시장을 넓힐 여지가 없는데 한국은 아직도 성장 가능성이 있다"며 "한국 노트북 시장은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토종업체들이 80%를 차지했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때 게임용과 기업용(B2B) 제품을 앞세운 외산업체들의 점유율이 많이 늘었다"고 덧붙였다.
과거 문제가 된 AS는 한성컴퓨터와 국내 총판 계약을 맺고 해결한다. 그는 "한성컴퓨터의 10개 직영점을 통해 전국 AS를 한다"며 "나중에 서비스센터를 100개 이상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주력제품은 게임 애호가들을 겨냥한 고성능 노트북 '프레데터'와 무게 1.6㎏, 두께 14.9㎜의 얇고 가벼운 사무용 및 학습용 노트북 '스위프트 고'다. 니엔 지사장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지난해 대비 올해 5배 이상 판매를 늘리겠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세계적으로 PC 판매가 줄고 있는 것이 문제다. 그는 "코로나19 확산이 꺾이면서 지난해 2분기부터 노트북 시장이 위축되고 있다"며 "한국 노트북 시장은 올해까지 힘들다가 내년에 250만 대를 회복할 것"이라고 내다 봤다.
더불어 PC의 중요 부품인 메모리 반도체 가격도 반등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그는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올해는 하락하지만 이후 조금씩 올라갈 것"이라며 "반도체 재고가 남아도는 상황이 아니어서 계속 구입할 것이고, 반도체 가격이 올라도 에이서 노트북 구입자들을 위한 메모리 업그레이드 정책을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특수 안경없이 3차원(D) 영상을 볼 수 있는 노트북과 일부 가전제품 등을 국내에 공급할 방침이다. 니엔 지사장은 "노트북에 달린 렌즈로 사람의 눈동자를 인식해 3D 영상을 보여주는 스페이셜랩스 기술을 개발했다"며 "3D 노트북을 다른 나라에서 진료와 방사선 판독 등에 활용하고 있어 한국 정부기관과 병원에 판매할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에이서의 일부 가전제품의 국내 판매도 검토 중"이라며 "그래픽카드와 반도체 저장장치(SSD) 등은 하반기 출시한다"고 강조했다.
최연진 IT전문기자 wolfpa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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