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골 휘는' 초등생 사교육비…영·수만 70만원, 한달 150만원 ‘훌쩍’[장연주의 헬컴투 워킹맘]
[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 #. 서울에 사는 워킹맘 이민희(가명· 48) 씨는 초등학교 3학년 아들의 사교육비로 한달에 150만원 이상을 쓴다. 영어 40만원, 수학 30만원, 수영 30만원, 축구 20만원, 바둑·체스 20만원, 피아노 15만원 등을 합하면 150만원을 훌쩍 넘긴다. 여기에다 관련 교재비와 유니폼비 등이 추가된다. 코로나19로 학교를 자주 못 갈 때는 코딩, 학습지까지 병행해 사교육비 부담이 더욱 컸다.
이 씨는 "일하면서 아이 한명도 키우기가 참 힘들다"며 "어릴 때는 어린이집, 유치원 등 보육시설에 들어가는 것이 무엇보다 힘들었는데, 초등학교 입학 이후에는 각종 사교육비가 만만치 않아 일을 그만둘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이 씨 등에 따르면, 영어학원은 이미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보내는 분위기인데다 초등학교 고학년에 접어들 무렵부터는 수학학원도 필수처럼 여겨지고 있다. 기초체력을 키우기 위한 운동도 뺄 수가 없다. 바둑이나 체스, 피아노 같은 예체능도 초등학교 저학년 때가 지나면 배우기 어려운데다 아이가 재미있어 하니 안 보낼 수가 없다.
그는 "우리나라는 애 하나 키우는데도 너무 많은 장벽이 존재한다"며 "보육 문제, 교육비 문제, 일과 육아 병행 등이 큰 애로사항"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실시한 ‘저출산 인식조사’ 결과, 청년세대(만 19~34세)가 출산을 원치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양육비·교육비 등 경제적 부담(57%)이었다.
특히 사교육비는 학부모들에게 가장 큰 부담 중 하나다.
올 3월 교육부와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결과’,사교육비 총액은 약 26조원으로 2021년(23조4000억원)에 비해 11%가량 증가했다. 조사가 시작된 2007년 이후 최고치다.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41만원으로 급증하고 있다. 2020년(30만2000원), 2021년(36만7000원) 이후 계속 상승하는 추세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사교육비도 높아지는 추세다.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초등학생 37만2000원, 중학생 43만8000원, 고등학생 46만원이다.
사교육 참여율(78.3%)도 역대 가장 높았고, 초등학생의 85.2%가 사교육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학생 수(528만명)는 4만명 줄었는데 사교육비는 2조6000억원이 늘었다. 그 만큼 사교육비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반증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최근 5년 간 합계출산율은 2018년 0.98명, 2019년 0.92명, 2020년 0.84명, 2021년 0.81명, 2022년 0.78명으로 급락하는 추세를 보인다.
합계 출산율은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로, 지난해 한국 0.78명은 세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반면 같은 기간 사교육비 총액은 2018년 19조5000억원, 2019년 21조원, 2020년 19조4000억원, 2021년 23조4000억원, 2022년 26조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2020년 소폭 감소했을 뿐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인다.
초등학생 아이 2명을 키우고 있는 이지영(가명·45) 씨는 "아이들이 클수록 사교육비 부담이 커지고 있고, 두명이라 부담도 거의 배로 늘어난다"며 "학교 교육에만 의존하기에는 미덥지 않고,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사교육이 더욱 중요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씨는 "비용 부담이 커도 사교육을 안 시킬 수는 없지 않느냐"며 "아이들 배우게 하려면 힘들지만 일을 그만둘 수가 없어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사교육비를 포함한 양육비 부담이 우리나라 저출산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한국은 ‘세계에서 양육비가 가장 비싼 나라’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베이징 인구·공공정책 연구기관인 위와인구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에서 18세까지 자녀를 기르는데 드는 비용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의 6.9배로 한국(7.79배)에 이어 세계에서 두번째로 높다고 밝혔다.
이는 독일(3.64배), 호주(2.08배), 프랑스(2.24배)의 2~3배에 달하는 규모다.
위와인구연구소는 중국에서 자녀를 1명 낳아 17세까지 기르는 데 48만5000위안(약 9400만원)이 들며, 대학 졸업까지 시킬 경우에는 62만7000위안(약 1억2000만원)이 든다고 추산했다.
도농 격차도 극심해, 중국 도시에서 자녀를 17세까지 키우는 데 드는 비용은 63만 위안으로 농촌의 두배 이상이라고 밝혔다.
특히 베이징은 96만9000위안(약 1억8800만원), 상하이는 102만6000위안(약 1억9900만원)으로 추산했다. 반면 티베트에서 자녀를 17세까지 키우는 비용은 29만3000위안(약 5700만원)이라고 예상했다.
한국은 중국 보다 양육비 부담이 더 크니, 아이 한명을 대학 졸업까지 시킬 경우 드는 비용이 1억2000만원을 훌쩍 넘기는 셈이다. 특히 대도시 서울의 경우, 베이징이 1억8800만원인 만큼 2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위와인구연구소는 "비싼 양육비가 자녀 출산 의지에 영향을 끼치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며 "가임기 가정의 출산비용을 줄이는 정책이 국가 차원에서 도입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CNN은 역대 한국 정부가 무려 2000억달러(약 260조원)를 투입했지만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엔 여전히 역부족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저출산 문제의 배경으로 ‘높은 부동산 가격, 교육 비용, 경제적 불안’ 등 젊은이들이 가정을 갖지 못하도록 하는 경제적 요인을 꼽았다.
그런데도 여전히 정부의 저출산 대책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저출산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일과 육아의 병행을 돕고, 현금성 지원을 확대해 양육비 부담을 줄이겠다는 대책을 최근 내놓았다.
대표적으로 아이돌봄서비스 확대, 2자녀 이상도 다자녀 혜택, 국공립어린이집 확충,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 자녀 연령 상한을 초2→초6으로 높이는 등이다.
하지만 해마다 늘어나는 사교육비에 대한 대책은 없고, 국공립어린이집 확충 등도 시간이 꽤 걸리는 문제다.
학부모들은 이제라도 양육비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사교육비를 줄일 대안 마련이 절실하다고 지적한다.
중1 자녀를 둔 김지윤(46) 씨는 "사교육비는 계속 늘어나는데, 애 낳고 키우고 일까지 하려면 너무 힘든 곳이 우리나라"라며 "책임있는 공교육, 믿음이 가는 공교육이 실현되어야 사교육이 근절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2 자녀를 둔 박민영(51) 씨는 "사교육비 부담에 아이를 더 낳고 싶어도 낳지 못하는 것이 지금 우리나라의 현실"이라며 "맞벌이를 하려고 해도 아이를 낳고 나면 장벽이 너무 많고, 집값과 사교육비 부담은 치솟으니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맞벌이 가정의 엄마들은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다.
박 씨는 "사교육 없이도 아이를 기를 수 있다면, 출산율이 지금보다는 높아질 것"이라며 "저출산 대책은 아이의 생애주기에서 현재 문제가 되거나 어려운 걸림돌을 하나씩 풀어나가는 쪽으로, 미시적이면서도 체감이 되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yeonjoo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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