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장애’는 공부 못하는 병?
난독증·난서증·난산증으로 구분…치료는 특수교육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을 바라보는 엄마 A씨는 최근 학교 선생님의 전화를 받고 안타깝고 답답한 마음에 잠을 설친다. 남들보다 한글도 빨리 깨치고 똘똘하다는 칭찬을 듣던 아들이 수학을 익히는데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조언 때문이다. 이처럼 지적능력이나 시각과 청각 등 신체능력에는 큰 문제가 없지만, 신경학적인 문제로 인해 특정 학습 분야에서 어려움을 겪는 것을 ‘특정 학습장애(Specific Learning Disorder‧이하 학습장애)’라 부른다. 학습장애는 어떤 질환이고 대처법은 무엇일까.
◆학습장애란?
한국학습장애학회는 학습장애를 ‘정상 지능 범주에 속하는 지적 능력을 지니고 있으나 개인의 내적 요인으로 인해 기초학습 영역에서 하나 혹은 그 이상에서 현저히 낮은 성취를 보이는 사람’으로 정의하고 있다.
특정 학습 영역 이외에서는 정상적인 지적 수준을 보여주기 때문에 학습장애는 아이들이 초등학교에서 정규교육의 기초학습을 시작할 때 처음 발견될 때가 많다. 그러나 공부를 힘들어하는 아이들이 모두 학습장애를 가진 것은 아니다.
특히 ▲선천적이거나 특정 질환으로 지능이 떨어져 지적장애를 앓는 경우 ▲청각이나 시각 등 신체적 문제가 있는 경우 ▲사회‧경제적인 여건에 문제로 인해 학습에 어려움이 있는 경우는 학습장애에 해당하지 않는다.
학습장애는 학교와 가정을 비롯한 사회적 측면의 기대와 요구적인 맥락에서 구성된 개념이란 점에서 시대의 변화에 따라 그 정의가 점차 달라지고 있다. 한 예로 1994년 특수교육진흥법이 개정될 때는 학습장애를 ‘셈하기‧말하기‧듣기‧읽기‧쓰기 등 특정 분야에서 학습상의 장애를 지니는 자’로 정의하기도 했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학습장애의 정의는 미국정신의학회의 정신장애 진단과 통계편람(DSM-5)을 따르고 있다. DSM-5는 학습장애를 학습기술을 배우고 사용하는 데 있어서의 어려움을 지니며, 이러한 어려움에 대한 적절한 중재를 제공함에도 불구하고 ▲부정확하거나 느리고 힘겨운 단어 읽기 ▲읽은 것의 의미를 이해하기 어려움 ▲철자법의 어려움 ▲쓰기의 어려움 ▲수감각과 단순 연산값 암기 또는 연산 절차의 어려움 ▲수학적 추론의 어려움 등의 증상 가운데 적어도 1가지 이상이 최소 6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를 말한다고 제시하고 있다.
또 한국학습장애학회와 DSM-5 모두에서 학습장애가 크게 3가지 분야 ▲난독증(읽기 장애) ▲난서증(쓰기 장애) ▲난산증(수학 장애)으로 나타난다고 구분하고 있다. 이는 국제적으로 정신의학적으로 특정되는 기초학습기술 3가지가 읽기‧쓰기‧수학이기 때문이다.
다만 특수교육지원센터 등 일선 교육현장에서 학습장애 대상자에 대한 진단과 평가는 잘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손승현 고려대학교 교육학과 교수는 “학습장애를 진단‧평가하는 일선 교원들을 대상으로 한 연수 기회가 적어 전문성 강화를 꾀하기 어렵고, 적격성 판별을 위한 명확한 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라며 “다양한 특수교육적 요구가 있는 학생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최대한 빨리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공교육 상에서 학습장애 아이들을 위해 진단검사 결과와 교육이 연계될 수 있는 사회적 제도에 대한 제안이 더 활발하게 이뤄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조기진단 후 특수교육치료…약물치료 효과는 제한적
학습장애를 가진 아이를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아동의 학습과정‧성과‧상황에 대한 전반적인 진단과 평가 없이 부모가 무조건 과잉학습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아동이 힘들어하는 부분이 무엇인지 면밀하게 파악해 정확한 진단과 함께 아동에게 적합한 치료와 보완교육을 적절한 시기에 받을 수 있도록 제공해야 하는 것.
국립정신건강센터 관계자는 “학습장애의 가장 효과적인 치료가 ‘교육’인 것은 맞지만, 어떤 교육을 할지에 대한 결정은 학습장애 조기진단 여부와 아동의 발달단계에 따라 달라진다”며 “조기에 발견 후 치료와 교육을 적절하게 시작한다면 대부분 극복할 수 있고, 어려움이 줄어든다는 점이 분명한 만큼 개인의 수준에 맞춘 특수교육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만약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를 동반한다면 중추신경자극제를 활용한 약물치료가 학업수행을 약 25~40% 이상 효과적으로 향상시킨다”면서도 “중추신경자극제가 학습장애와 연관된 인지결함을 직접적으로 수정해준다는 증거는 아직 미약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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