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분석] 산은법 1년째 국회 계류…與는 무관심, 野는 노골적 반대
- 민주 지도부 “위법” 반대 심화
- 尹 이전 의지에도 국힘은 침묵
- 사실상 심사 중단 … 진척 없어
- 부산 정치권 타협 없이 네 탓만
- 野 “당론 채택하고 협상 나서라”
- 與 “어차피 안될게 뻔하지 않나”
KDB산업은행이 지난 3일 ‘부산 이전 공공기관’으로 정식 고시되면서 산은 본점 소재지를 부산으로 명시하는 산업은행법 개정만을 남겨두고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 서병수 의원이 지난해 1월 대표 발의한 ‘산은법 일부개정안’은 1년이 넘도록 국회에 계류 중이다. 개정안은 산은 본점을 부산시에 두도록 하고 있다.
산은법 개정안은 지난해 5월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 상정 및 법안심사 제1 소위에 회부된 뒤 11월 한 차례 논의된 것 외에는 사실상 심사가 중단됐다.
▮수도권 정치인, 무관심과 반대만
수도권 의원들이 산은 부산 이전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국민의힘은 ‘무관심’, 더불어민주당은 ‘반대’라는 키워드로 압축된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반대하면 안될게 뻔하니까’,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가 야당과 대화 없이 무조건 밀어붙이려고만 하는 것이 문제’라는 인식에서 개정안 논의가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
산은 부산 이전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국정과제다. 최근에는 산은이 부산 이전 공공기관으로 지정고시되는 등 탄력을 받아도 국민의힘 지도부는 산은법 개정에 대해 아무런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민주당 일각에서 산은 이전 반대를 위한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절차상 위법’ 주장을 펴며 반대 목소리를 키우고 있지만, 국민의힘은 맞대응하지 않고 있다. 대통령이 산은 부산 이전에 적극적인 의지를 드러내고 있어 표면적으로 반대는 하지 않지만 당론 추진 등 적극적인 뒷받침은 하지 않는 모양새다.
수도권 출신이 108명으로 의석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은 내년 총선이 다가오면서 산은 이전 반대기류가 커지고 있다. 국회 정무위 차원에 국한됐던 산은 이전 반대 움직임은 산은 소재지인 서울 영등포를 지역구로 둔 김민석 의원이 당 정책위의장을 맡은 직후부터 증폭됐다.
김 정책위의장 취임 첫날인 지난 3월 27일 이수진 원내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대통령 한마디에 국회 동의도 없이 막무가내로 (산은) 이전을 추진하겠다니 깡패가 따로 없다”며 산은 이전을 반대하는 당 차원의 첫 공식 입장을 냈다. 또 지난달에는 김 의장이 “글로벌 금융허브, 할 것인가 말 것인가, 산은 이전 타당한가” 라는 산은 이전 반대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당 차원의 반대 움직임이 노골화되고 있다.
▮부산 정치권 ‘네 탓’ 공방만
부산지역 의원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산은 부산 이전을 주장하면서도 각론에서는 이견을 보인다. 이 때문에 산은법 개정에 대해 1년 넘도록 네 탓 공방만 벌이고 있다.
수도권 의원이 다수인 당내 역학 구도상 산은의 부산행 목소리를 주류 어젠다로 키울 수 없는 부산 민주당 의원들은 “국민의힘이 산은 이전을 당론으로 지정부터 하라”며 공을 국민의힘에 넘겼다.
국회 정무위 소속 박재호 의원은 “현재 상임위 차원의 협상은 더 이상 어렵다”며 “이전에 민주당이 가덕신공항 특별법을 당론으로 채택했듯이, 국민의힘도 당내 수도권 의원을 설득하고 산은 이전을 당론으로 채택한 뒤 여야 원내대표가 협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산은 이전 법안만 통과시키기에는 명분이 없다”면서 “국민의힘도 2차 공공기관 이전 등을 통해 민주당에 내놓을 협상카드를 가져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부산 국민의힘 의원들은 산은법 개정안을 상정해봤자 민주당 반대로 통과가 안될 것이라는 입장만 반복한다.
또 민주당이 법안 개정이 안되는 이유로 “국민의힘이 물밑 협상을 하거나 우리와 대화를 하려는 노력조차 안 한다”고 지적하고 있는데, 실제로 국민의힘은 산은법 개정안 통과를 위해 민주당과 접촉한 적이 없다. 가능한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함에도 안될 것이라고 예단만 하고 행동에 나서지 않았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민주당의 지적에 대해 김희곤 의원은 “산은 이전은 윤 대통령의 국정과제로 당론이나 다름없다”며 “당내 수도권 의원들이 산은 이전에 대해 반대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분명히 했다. 굳이 당론 채택을 안해도 국민의힘 차원에서 산은 이전을 지지한다는 의미다.
그는 “산은 이전을 반대하고 있는 노조도 설득이 안되는데, 민주당 의원도 똑같지 않겠느냐”면서 “국정 컨트롤 타워는 총리실이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중재에 나서기로 했다. 현재로서는 지켜볼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또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이 부산을 포기할 것이 아니라면 산은법 개정에 대한 입장 변화를 지켜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Copyright © 국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