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난장] 행정통합 논의, 출구전략 돼서는 안 된다
졸속 진행 논의 중단하고 절차적 정당성 담보 필요
최우용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전 원장
뜬금없다. 부산 경남 행정통합 얘기다. 경남에 의하면 3번의 토론회를 거친 후 여론조사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통합 논의의 계속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한다. 그리고 첫 토론회가 지난달 27일 경남도청에서 개최됐다. 부울경 메가시티가 무산된 뒤, 부산시는 지난 3월 27일 메가시티를 대체할 부울경 경제동맹 추진단이 출범했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추진단이 출범한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경남에서 행정통합 논의를 하겠다고 한다. 알다시피 현재 부산은 2030 세계엑스포 유치 활동으로 행정통합과 같은 거대 담론에 시정을 투입할 여력이 없다. 이는 누구보다 경남이 잘 아는 상황이다.
뿌리가 같은 부울경 통합논의는 새로운 얘기는 아니다. 전직 두 도지사 시절에도 남부권 통합에 관한 논의가 있었다. 김경수 도지사 시절에는 행정통합을 위한 과도기적 단계로 부울경 메가시티가 추진됐다가 좌초된 것은 주지하는 바와 같다. 대구 경북 통합논의도 상당히 진전돼 가는 듯했지만, 홍준표 시장의 당선으로 무산되고 말았다. 홍 시장은 대구시장 당선 뒤, 행정통합 논의를 ‘난센스 중 난센스’라고 평가 절하하기도 했다.
사실 광역지자체 통합의 시작은 전남과 광주가 시작이었다. 그러나 이 역시 시도와 좌초를 거듭하고 있다. 단체장이 바뀔 때마다 전임자의 통합 시도는 좌초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오사카부(大阪府)와 오사카시(大阪市)의 통합을 위한 두 번의 주민투표가 있었지만 모두 실패하고 말았다. 오사카시가 없어지는 것에 대해 오사카 시민의 정체성에 대한 위기가 크게 작용한 때문이었다. 이처럼 행정통합 논의는 단시간에 결정할 일도 쉽게 이루어질 사안도 아니다. 일찍이 부산의 원도심 4개 자치구를 합치는 것도 결국 무산되지 않았던가. 광역 간의 통합 예도 없고, 관련 법령도 정비돼 있지 않은 현실은 그 어려움을 예상케 한다.
행정통합은 지역소멸을 예방하고 거대한 수도권에 대응하기 위한 역량 있는 지자체의 탄생을 목표로 한다. 지역 발전을 위한 마지막 카드일 수 있다. 그런데 왜 거듭 실패하고 있는가. 무엇보다 단체장의 진정성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행정통합에 단체장들의 ‘진심’이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있어 중요한 것은 누가 먼저 이슈를 던지고, 그리하여 누가 더 언론의 관심을 받는가에 있는 듯하다. 둘째는 국회의원들의 소극적 대응이다. 행정통합의 완성은 특별법의 제정으로 이루어진다. 국회의원들의 협조와 이해가 필요하다. 그런데 이들 또한 행정통합에 관심은 없어 보인다. 통합으로 그 위상이 더 커질 수 있는 단체장의 탄생을 원할 리 없다. 셋째는 통합에 대한 지역 간의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통합으로 소외를 우려하는 지역에 대한 배려와 대책은 필수적임에도 이에 대한 준비 없이 통합논의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부산 경남 통합논의에서 서부 경남의 반대는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역시 대안은 보이지 않는다.
부산과 경남이 진심으로 행정통합을 원한다면, 다음을 명심하기 바란다. 첫째, 졸속으로 진행되고 있는 행정통합 논의는 당장 중단해야 한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부산은 지금 2030 세계엑스포 유치에 여력이 없다. 함께 나아가야 할 공동체라면 서로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 통합으로 하나가 될 이웃이라면 그 사정을 이해해 주어야 한다. 둘째, 부산 경남 두 지방의회가 참여하는 통합추진단을 조례로 제정해야 한다. 그리고 이에 근거한 체계적인 준비를 해야 한다. 행정통합의 최대 변수는 통합으로 인한 중앙정부의 권한과 특례를 얼마나 더 받아 올 것인가이다. 이를 위해 중앙정부와의 협상을 이끌어 나갈 객관적이고 지속적인 기구가 필요하다. 셋째, 내년 4월 총선 시에 주민투표를 하면 된다. 몇천 명 단위의 조사로는 그 결과에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여론조사의 방법과 질문지의 내용에 따라서도 결과가 미세하게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주민에게 통합에 관한 충분한 정보를 공개하고 이를 바탕으로 숙의 과정을 거친 후, 총선 시에 주민투표를 하면 된다. 결코, 어렵고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부울경 메가시티의 좌초 시 부울경 단체장들은 여론조사 하나 없이 일방적으로 파기하는 독단적 행태를 보여주었다. 이번 행정통합 논의는 달라야 한다. 이렇게 갑자기, 일방적으로 서둘러야 할 이유가 없다. 국가사무의 이양 문제, 청사 문제, 행정구역 문제 등 통합에 따른 산적한 과제를 해결해 나가기 위해서는 절차적 정당성과 민주성이 담보돼야 하기 때문이다. 끝으로 한 시민으로서 부탁하고 싶다. 경남지사는 지금부터라도 도의회와 상의하고 도민과 숙의를 거친 후 통합논의를 진행하기 바란다. 부산시도 통합논의를 연기하도록 경남도에 진정성을 가지고 설득해야 한다. 뜨거운 열기를 기대했던 것과 달리, 지난달 27일 첫 토론회장의 썰렁한 분위기를 보면서 절실히 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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