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도설] 비와 어린이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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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봐야 비가 오는지 안다지만 땅엔 비의 흔적이 오롯하다.
울산 울주군 태화강 지천인 국수천 일대에 형성된 화석이 그 예다.
6일까지 부산 울산 경남지역에 비가 온단다.
사람이 비를 내리게 하는 인공강우 기술이 있다면 비구름을 멀리 쫓아내는 기술은 왜 없느냐고, 가늠하기도 힘든 먼 옛날 지구의 흔적도 찾으면서 왜 오늘 하루 맑은 날을 선물할 수 없느냐고 어린이가 따진다면 말문이 막힐 수밖에 없는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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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봐야 비가 오는지 안다지만 땅엔 비의 흔적이 오롯하다. 울산 울주군 태화강 지천인 국수천 일대에 형성된 화석이 그 예다. 중생대 백악기(1억~6500만 년 전)에 살았던 초식공룡 발자국 화석과 함께 빗방울 자국 화석을 2020년 6월 확인한 것이다. 이를 두고 울산이나 부산 등 한반도 동남부지역에서 처음 발견된 빗방울 자국 화석이란 평가가 나왔다. 1980년대 남아프리카에선 27억 년 전 빗방울 화석을 찾기도 했다.
대기 중 수증기가 찬 공기를 만나 뭉쳐서 물방울 형태로 떨어지는 비는 지구가 지구이게 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생태계 유지에 큰 역할을 한다. 농사가 대표적이다. 특히 벼농사는 비 영향이 절대적이다. 조선시대 세종이 측우기를 활용한 까닭이다. 지난달 20일은 24절기 가운데 곡우(穀雨)였다. 봄비가 내려 온갖 곡식을 기름지게 한다는 의미로, 본격적인 농사철 시작을 알린다. 그래서 ‘곡우에 모든 곡물이 잠을 깬다’거나 ‘곡우에 가물면 땅이 석자가 마른다’는 속담이 전한다.
사정이 이러니 이맘 때 내리는 비는 농사에 알맞게 내리는 단비, 꿀처럼 달게 받아먹을 꿀비라 하겠다. 하지만 어린이날을 하루 앞둔 4일 어린이에겐 불청객이 날아들었다. 6일까지 부산 울산 경남지역에 비가 온단다. 보통 어린이날이 아니다. 코로나19 사태의 긴 터널을 뚫고, 처음 마스크를 벗고, 마음껏 활개치겠다고 벼르던 날이다. 사람이 비를 내리게 하는 인공강우 기술이 있다면 비구름을 멀리 쫓아내는 기술은 왜 없느냐고, 가늠하기도 힘든 먼 옛날 지구의 흔적도 찾으면서 왜 오늘 하루 맑은 날을 선물할 수 없느냐고 어린이가 따진다면 말문이 막힐 수밖에 없는 하루다.
그래도 할 말은 있다. 어린이에겐 오늘 하루, 어린이날만 주인공이 아니라 365일 주인공이다. 부지런한 계절이 무르익는 봄으로 치닫듯, 어린이는 어제와 오늘이 다르고 내일은 더 다르다. 그 하루하루가 매일 맑을 순 없다. 비가 오고 맑게 개며 계절이 변하듯 울퉁불퉁한 하루하루가 쌓여 어린이가 어른이 된다. 그 어린이의 해맑은 눈을 응시하며 내면의 에너지를 서로 나누는 시간을 갖자.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 변화 가운데 가장 다이내믹한 봄 어디쯤에 어린이가 있다. 봄꽃이 그냥 피는 게 아니다. 햇빛과 비와 바람에 단련되며 개화하는 순서를 춘서(春序)라고 한다. 소한(小寒) 매화부터 곡우 모란까지만 해도 스물 네 번이다. 마음대로 안 되는 것이 세상이라고는 하나 그 세상을 이끌 주인공이 어린이임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주자.
정상도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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