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정호 24년 분쟁… 임실 “개발해야” 정읍 “보호해야”

김정엽 기자 2023. 5. 5.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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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협의체 구성, 해법 찾기 나서
지난해 11월 전북 임실군 운암면 운암대교 아래 옥정호에 녹조 현상이 나타난 모습. 정읍 지역 시민단체는 “녹조 현상의 원인은 옥정호 난개발에 있다”며 상수원 안전 관리 대책 수립을 전북도에 요구하고 있다. /김정엽 기자

여의도 면적의 9배인 옥정호(玉井湖) 개발을 두고 수십 년 동안 갈등을 빚고 있는 전북 정읍시와 임실군이 ‘옥정호 상생 협의체’를 통해 갈등을 봉합할 해법 찾기에 나섰다. 지난 2015년 옥정호 상수원보호구역이 해제된 후 개발을 원하는 임실군과 식수원 보호를 외치는 정읍시의 대립이 더욱 심해졌는데, 상생 협의체가 엉킨 실타래를 풀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북도는 4일 “옥정호 갈등 해결을 위해 정읍시, 임실군을 비롯한 관계 기관 등이 참여하는 옥정호 상생 협의체 회의를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협의체 출범에 앞서 정읍과 임실은 옥정호에서 발생한 녹조 원인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옥정호는 임실군과 정읍시 일대 마을 29곳과 닿아 있는 넓이 26.5㎢의 인공 호수다. 총저수량은 4억3500만t이다. 전북·전남 등에 생활·농업용수를 공급한다. 정읍 시민 10만여 명이 옥정호 물을 마신다.

이 옥정호에서 지난해 봄부터 11월까지 녹조 현상이 관찰됐는데, 녹조에서 생성되는 독성 물질 ‘마이크로시스틴’까지 검출됐다. 마이크로시스틴이 간에 해로운 것으로 알려지자, 정읍 시민·사회단체는 강하게 반발했다. 이들은 “옥정호가 상수원보호구역에서 해제되고 주변에 음식점과 카페가 들어서면서 생활하수 등이 호수로 유입돼 녹조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했다.

반면, 임실군 측은 난개발이 아닌 강수량 부족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지난해 6월부터 10월까지 전북에 비가 688.8㎜ 왔는데, 이는 지난 5년 같은 기간 평균 강수량의 71% 수준이다. 이 때문에 당시 옥정호 저수율은 19%로 최근 5년 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두 지역의 갈등이 극에 달하자 전북도는 지난해 말 옥정호 상생 협의체를 만들어 정읍시와 임실군의 갈등을 중재하기 시작했다. 협의체는 전문가, 관계 기관, 시민 단체 등 14명으로 구성, 2년간 운영된다. 회의는 분기별로 하되, 위원장이 인정할 경우 수시 운영한다. 중재안에 대해 결론이 나지 않을 경우 재적 위원 과반수 출석, 출석 위원 3분의 2 찬성으로 중재안을 의결할 수 있다.

최근 열린 첫 회의에선 옥정호 녹조 원인 규명을 위한 용역을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옥정호 가뭄 문제에 대해서도 대응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까지 내놨다. 전북도 관계자는 “첫 회의에서 상생을 위한 의미 있는 성과를 냈다”며 “협의체를 통해 합리적인 의사 결정이 나오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옥정호는 풍광이 빼어나지만 이곳을 둘러싼 갈등은 끊이지 않았다. 옥정호는 1999년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됐다. 전주·정읍·김제·고창·부안 등 시군 5곳에 마실 물을 공급하려는 목적이었다. 이때부터 임실군은 줄기차게 규제를 풀어달라고 요구했다. 임실군은 옥정호 대신 인근 장수군에서 식수를 끌어다 쓰는데, 상수원보호구역으로 묶인 탓에 지역 개발을 못 했기 때문이다.

2001년 진안 용담댐이 준공되면서 옥정호 물을 상수원으로 삼는 지자체가 점차 줄어 정읍시만 남았다. 그러자 국민권익위원회는 2012년 ‘상수원 보호구역 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권익위 결정에 임실은 환호했지만, 정읍 지역은 반발했다.

결국 2015년부터 상수원보호구역이 해제되기 시작했고, 2019년 5월 임실 쪽 상수원보호구역 1597만㎡가 모두 해제됐다. 숙원을 푼 임실군은 정읍시, 순창군과 ‘수면 이용·수변 개발을 할 때 유기적으로 협의한다’고 손을 잡았다. 당시 전북도지사까지 나서 중재했기 때문에 10년 넘던 ‘물 분쟁’이 끝나는 것 같았다.

그런데 임실군이 옥정호 수상 레저스포츠 단지 조성 사업을 추진하고, 수질 오염을 우려한 정읍시 측이 반발하면서 다시 파문이 일었다. 최근엔 임실군이 옥정호 출렁다리를 개통하는 등 인근 지역 개발에 속도를 내자, 정읍시는 수질에 영향을 미치는 개발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전북도가 갈등을 중재하려고 만든 상생 협의체가 일단 녹조 원인 규명에 대해 합의하면서 첫발을 내디뎠지만, 예전처럼 다시 판이 깨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전북도 관계자는 “옥정호에 추가로 개발 계획이 나올 경우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며 “극한 대립으로 갔을 때 이를 중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김정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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