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242] 제국 몰락의 조짐
쇠망에 이른 제국(帝國)의 황혼 녘에는 어떤 모습들이 먼저 아른거렸을까. 중국의 마지막 왕조였던 청(淸)의 패망 요인을 다룬 관영 매체의 글이 한때 화제에 오른 적이 있다. 글은 관료 문제를 우선 언급하면서 네 가지 현상을 함께 꼽았다.
제국이 몰락하는 근본 원인은 관료 정치, 즉 이치(吏治)의 타락이라고 봤다. 그 증상으로 나타난 것은 관료 부패(官場腐敗), 머슴 같은 벼슬아치의 득세(奴才得志), 혹독한 민간 학대(酷烈虐民), 태평세월로 가장하기(粉飾太平) 등이다. 관료의 부패는 단순한 뇌물 수수를 넘어 전체 구성원들의 도덕적인 타락까지 포함한다고 했다. 부패한 관료 사회가 무능과 무사안일로 일관해 급기야 스스로를 머슴으로 여기며 최고 권력에 맹목적으로 아부하는 관료 그룹의 발호를 낳았다는 설명이다.
이 무렵에는 비형(非刑)이 유행하고 반방(班房)이 성행한다. 비형은 법률에 없는 형벌, 반방은 관료들이 재량껏 만든 감옥이다. 부패한 관료들은 이들을 활용해 민간을 줄곧 핍박한다. 민생은 이로써 큰 어려움에 빠질 수밖에 없다.
실력 있는 이는 실의에 빠지고 탐욕스러운 관리(貪才), 무능한 벼슬아치(庸才)에 이어 머슴 같은 벼슬아치(奴才)만이 날뛴다. 그럼에도 관료들은 서로를 봐주며 겉만 번드르르한 허문(虛文)으로 백성을 속이고 황제를 기만한다. 이들에 의해 난세(亂世)는 태평세월로 둔갑한다.
쇠망을 말하기에는 아직 이를지 모르지만 이 네 가지 병증이 현재 중국에 다시 도지고 있지는 않을까. 10년 전인 2013년 선보였던 위 문장이 요즘엔 당국의 검열에 걸려 인용 즉시 삭제되는 현상을 보며 드는 생각이다. 그러나 중국만의 현상은 아닌 듯하다. ‘관료’를 ‘정치인’으로 치환하면 이 또한 우리사회의 병증일 수 있다. 몰락과 쇠망은 자칫하면 금세 빠져드는 흔하며 너른 길이다. 중국의 상황에 우리의 우려도 깃드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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