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일 셰프의 맛있는 미학] 금육일, 금어일
요새 낚시가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많은 영향을 미쳤다. 과거에는 낚시 하면 내수면의 저수지에서 하는 민물낚시가 가장 흔했다. 갯바위나 배에서 하는 바다낚시는 비용도 많이 들고, 이동선이 길어서 여유 없이 살던 1980년대까지는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저수지에 대낚시를 드리우고 찌를 바라보며 명상에 빠진다는 동양적 강태공을 떠올리는 문화가 지배적이기도 했다. 점차 호쾌한 박력이 있는 바다낚시로 주도권이 넘어갔다. 바다낚시는 회를 즐기게 된 1990년대 이후의 식생활과도 관련이 있다.
바다의 어족자원이 부족해서 강화된 게 금어기다. 금어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체장(몸길이)과 체폭(너비)처럼 크기를 제한하는 것, 다른 하나는 잡을 수 없는 시기를 정해두는 방식이다. 둘 다 적용되는 것도 있다.
우리가 가장 잘 아는 금어는 명태다. 명태는 우연히 그물에 걸리더라도 먹을 수 없다. 그것도 1년 내내다. 사실상 우리 바다에 명태가 들어오지 않으니 의미가 없는 것일 수도 있는데, 그만큼 명태에 대한 주의 환기에는 이만한 경고가 따로 없다. “우리 바다에서 나지 않는 명태를 한번쯤 생각해주시오” 정도로 받아들이게 된다. 또 게는 암게 포획이 엄중하다. 대게는 아예 잡을 수 없고, 꽃게는 포란하여 몸의 외부에 알이 슬게 되면 못 잡는다. 꽃게 몸을 열어서 노랗게 찼다고 하는 것은 알이 아니라 생식소다. 알을 품기 전 상태를 의미한다. 꽃게와 대게는 암수 가리지 않고 몸길이의 포획 제한이 있다.
생선은 옛날에 배와 도구가 부족한 탓이지 없어서 못 잡지는 않았다. 고기가 아주 귀하던 과거에도 우리가 단백질을 보충할 수 있었던 것은 바다 고기 덕이었다. 해방 이후에는 마른 멸치가 그 주인공 격이었고, 북어도 큰 몫을 했다. 철마다 꽁치와 청어, 고등어, 삼치, 오징어, 명태, 가자미, 임연수 같은 생선이 거저 팔리다시피 했다. 내 기억에도 시장에서 양동이로 푸거나 상자째 사가는 어머니들이 꽤 있었다. 식구도 많았지만 값이 싸지 않으면 불가능했던 일이다.
이제 생선은 돈 없으면 못 먹는 반찬이 됐다. 한때 유럽에 머문 적이 있었는데, 금요일이면 동네 생선시장과 식당은 특수를 맞곤 했다. 금요일은 고기를 금하고 대신 생선을 먹는 유럽 가톨릭의 관습 때문이다. 일종의 금육일이다.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힌 날 고기를 금함으로써 속죄의 날로 삼았던 것이다. 고기라는 가장 강렬한 음식을 멀리하면서 청빈을 체험하는 것이기도 했다. 미국의 유명한 맥도널드 햄버거 브랜드가 고기 대신 생선 패티로 만든 햄버거를 출시한 것도 이런 가톨릭의 금육일 관습에 따른 아이디어였다.
고기 대신 생선을! 이런 배경이 가능했던 것도 생선이 쌌기 때문이다. 만약 비싼 재료라면 채소로 때웠을 일이다. 그러나 생선은 더 이상 싸지 않다. 소비 속도와 포획 기술의 눈부신 성장은 곧 자원 고갈을 불러왔다. 고도성장의 그림자인 환경오염도 한 요인이다. 바다에 쓰레기를 마구 버리는 나라가 여전히 많고, 심지어 핵폐기물을 버리던 나라가 있었고, 일본은 방사능 오염수를 방류하겠다고 한다.
현재 고등어가 금어기다. 겨울에 비해 어획되는 생선의 절대량과 선도가 떨어지는 여름도 오고 있다. 금육일도 없는데, 이번 기회에 금어일을 제정해 우리 바다에서 나는 생선에 대해 한번 생각해보는 날을 만들어도 좋을 것이다.
박찬일 음식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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