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먹거리”… 울산·포항 이차전지 특화단지 유치전
4일 오후 경북 포항시의회 청사에 ‘이차전지 특화 단지 최적지는 바로 포항입니다’라고 쓴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지난달 26일 울산 남구 두왕동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울산 분원 한 회의실에선 울산의 이차전지 관련 기업 대표와 실무자들이 모여 특화 단지 유치 문제를 두고 머리를 맞댔다.
‘해오름 동맹’으로 끈끈한 관계인 울산광역시와 경북 포항시 사이에 최근 미묘한 전운(戰雲)이 감돌고 있다. 제2의 반도체라 부르는 ‘이차전지(배터리) 특화 단지’ 탓이다. 울산과 포항은 지역 주력 산업인 조선·자동차·석유화학·철강 등이 쇠락하고 세계적 산업구조 흐름 역시 저탄소·친환경 기조로 바뀌면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이 새로운 활로 중 하나가 이차전지다. 이차전지는 방전만 되는 일반 전지와 달리 충전도 가능하다는 게 특징이다. 휴대폰·노트북·전기차 등 각종 전자제품에 널리 쓰인다. 특히 전기차는 원가의 약 40%를 이차전지가 차지하는 등 부가가치도 높다. 국내 기업이 향후 5년간 확보한 국내외 수주 물량만 560조원에 이른다. 특화 단지로 지정되면 인허가 기간이 줄고, 공장 용적률 완화, 국·공유 재산 사용료 감면 등 각종 혜택을 받는다.
두 도시는 최근 정부가 국가 첨단 전략 산업으로 키우려는 이차전지 특화 단지 유치를 놓고 사활을 건 대결을 벌이는 중이다. 울산과 포항시는 서로 “이차전지 특화 단지 유치에 우리가 좀 더 유리하다고 본다”면서도 “충북 청주시 오창읍과 전북 군산시도 유치전에 가세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투자 계획만 9조… 울산은 전국 1위 공급망”
울산은 비철 금속이나 석유·정밀화학, 조선 해양 등 지역 업체들이 ‘이차전지 시장’을 차지하기 위해 선제 투자에 나섰다. 울산 기업이 이미 투자했거나 2030년까지 투자할 관련 사업비는 9조원에 달한다. 노동완 울산시 산업국장은 “이차전지는 비철, 화학 산업부터 전기차, 친환경 스마트 선박까지 종래 주력 산업과 연결돼 도시의 미래 먹거리”라고 했다.
울산은 또 전국 1위 리튬 이차전지 공급망을 가졌다는 점을 무기로 내세운다. 전지 제조 업체인 삼성SDI와 고려아연, LSMnM, 이수화학, 에스엠랩 같은 관련 업체도 밀집해 있다. 이 기업들은 이차전지의 4대 요소인 양극재와 음극재, 전해질, 분리막을 생산하고 제품 생산, 차세대 이차전지 개발, 재활용까지 이어지는 산업망을 구축하고 있다.
울산의 이차전지 매출액은 12조4207억원, 부가가치액은 3조2096억원으로 전국 1위 수준이다. 세계적 연구 역량의 유니스트도 있다. 울산시는 특화 단지가 조성되면 2030년 생산액 62조원, 수출액 114억달러, 기업 투자 6조3000억원을 달성하겠단 목표를 세웠다. 김두겸 울산시장은 “울산이 유치하면 포항과 상생하는 이차전지 특화 밸리를 만들 것”이라고 했다.
◇양극재 생산량 연 15만t… “포항은 인프라 갖춘 곳”
이에 맞서는 포항의 화력 역시 막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포항은 이차전지 산업 인프라를 내세우며 경쟁에 뛰어들었다. 양극재는 이차전지의 핵심 요소다. 포항의 양극재 생산량은 연간 15만t으로 국내 최다 수준이다. 포항 북구 영일만 일반 산업단지와 남구 포항 블루밸리 국가 산업단지에 양극재 핵심 기업인 에코프로·포스코퓨처엠 등이 몰려 있고 생산·연구 개발 기지도 갖춰져 있다.
포스코퓨처엠이 국내에서 유일하게 양극재와 음극재를 모두 생산할 수 있다는 점도 유리한 요소다. 현재 포항시는 이차전지 관련 4조원 규모의 기업 투자를 유치했고, 이차전지 산업 중심지인 블루밸리산단과 영일만산단 등엔 5조원 상당이 추가로 투자될 전망이다. 시는 2030년까지 양극재 생산량을 100만t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이차전지 전문 인력도 포스텍과 한동대, 포항폴리텍 등에서 매년 5000명 이상 배출된다. 포스텍 철강대학원은 2021년부터 이차전지 전문 인력을 키우고 있다. 포항폴리텍은 이차전지융합과를, 포항대는 신소재배터리과를 신설했다. 포스텍 이차전지연구센터는 전공 교육과 중·장기 연구뿐 아니라 기업체가 겪는 문제도 해결하고 있다.
김창현 포스텍 이차전지연구센터장은 “포항은 이차전지 산업에 필요한 자본·인력·인프라 세 요소를 모두 갖췄다”며 “산업 생태계가 있는 곳에 특화 단지를 조성하면 시너지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특화 단지 지정을 발판으로 포항이 포스코 같은 기업을 다시 만들어내 전 세계 배터리 산업의 미래를 주도하겠다”고 했다.
◇6월 특화 단지 발표… 오창, 군산도 유치전에
충북 오창은 이차전지 완제품 생산 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과 에코프로비엠 등 소재 기업의 장점을 앞세워 지정을 자신하고 있다. 전북 군산은 유치 예정 부지인 새만금산업단지의 면적이 18.5㎢로 크고 땅값이 싸다는 점 등을 앞세우고 있다. 이차전지 소재부터 배터리 재활용 분야까지 기업 10곳도 있어 전 산업 육성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부의 특화 단지 지정 결과는 오는 6월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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