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덕연에 의사들 모아준 병원장, 주가조작 가담혐의로 수사 선상
‘SG 사태’ 주가조작 의혹 사과… 법적 책임은 부인
SG증권발(發) 주가 폭락 사태가 일어나기 직전 다우데이타 주식을 대량 매도해 ‘시세 조종’ 의혹을 받아온 김익래(73) 다우키움그룹 회장이 4일 전격 사퇴를 발표했다. 대량 매도로 얻은 605억원은 사회에 전액 환원하기로 했다.
김 회장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키움증권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높은 도덕적 책임이 요구되는 그룹 회장으로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향후 금융 당국 협조 조사에 숨김과 보탬 없이 적극적이고 성실한 자세로 임하겠다”고 했다.
키움증권 이사회 의장을 겸임하고 있는 김 회장은 내부 정보 등을 활용해 주가 폭락을 예견하고 미리 주식을 매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는 전면 부인했다. 그는 “최근 주식 매각에 제기된 악의적 주장에 객관적 자료로 소명하고자 했지만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며 “지금 같은 상황은 이해관계자를 포함한 모든 국민 여러분께 부담이 되는 일”이라고 했다. 또 “매도 과정에 법적 문제가 없다 하더라도 모든 국민께 상실감을 드린 데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김 회장은 폭락 사태가 발생하기 2거래일 전인 지난달 20일, 다우키움그룹의 지주사인 다우데이타 주식 140만주(약 605억원어치)를 시간 외 매매로 대량 매도했다. 이를 두고 김 회장이 주가 폭락을 예견하고 미리 매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금융감독원도 지난 3일 주가 폭락 사태와 김 회장의 관련성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해 키움증권에 대한 현장 검사에 나섰다.
한편 이번 사태와 관련, 주가조작 혐의로 입건된 라덕연 H투자자문사 대표에게 고소득 의사들을 대거 연결해준 ‘의사 모집 총책’ 역할을 한 의사 주모씨가 검찰의 수사 선상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라씨 업체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본 피해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서울 노원구에서 재활의학과 병원을 운영하는 주씨는 2020~2021년쯤부터 라씨 일당의 주가조작에 가담했다. 라씨 측이 주씨에게 “큰돈을 댈 만한 의사들을 소개해달라”고 부탁했고, 주씨가 주변 의사들에게 투자를 권유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주씨가 새로운 투자자를 데려오면 그에 따른 추가 수익을 공유해주는 ‘다단계 방식’을 라씨에게 처음 제안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주씨는 병원을 포함해 6개의 사업체를 운영하는 의료 업계 ‘큰손’이다. 그는 지난 수년간 자신이 원장으로 있는 병원에 여러 의사를 부원장으로 고용해왔다. 부원장들은 이 병원에서 일하며 돈을 모은 뒤 따로 병원을 차렸고, 주씨는 부원장들의 개원(開院)에 조언하며 관계를 이어갔다. 이런 방식으로 주씨는 수십명의 후배 의사와 친분을 쌓으며, 연말에 큰 모임을 주최하는 등 동종 업계 의사들 사이에서 ‘마당발’로 불렸다.
주씨는 라씨의 주가조작에 적극 가담한 뒤 수백억원대 자산가가 된 것으로 소문이 났다. 최대 400억원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는 구체적 액수에 대한 증언도 나오고 있다. 주씨의 권유로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본 B씨는 “주 원장은 라 대표 일당에게 투자한 뒤, 큰돈을 벌어 페라리를 사고, 서울의 호화 아파트를 구입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주변에는 주 1회만 일하면서 사치스러운 삶을 사는 것을 자랑하고 다녔다”고 했다. 주씨를 통해 라씨 일당에게 돈을 맡긴 건 의사들만이 아니었다. 주씨가 운영하는 6개 사업체의 직원과 직원 가족 및 지인들도 소개를 받고 투자했다가 수억원대 손실을 봤다. 주씨는 투자자들을 라씨에게 연결해준 대가로 자신의 투자 수익에 대한 수수료를 상당 부분 면제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태 피해자들의 법률 대리인인 법무법인 대건의 한상준 변호사는 “현재 피해 접수를 한 130여 명 중 주씨 소개로 라 대표에게 투자한 사람은 4명 정도”라고 말했다. 본지는 주씨의 해명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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