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진의 마음으로 사진 읽기] [60] 어둠을 입고 빛나는 집
어릴 적 살던 집. 오래되어서 흐릿해진 장면들이 어슴푸레 끌어올리는 기억은 마음까지 말랑하게 만든다. 하지만 오래된 기억이 반짝반짝 빛나기만 할 수 있을까. 우리는 이미 다 알고 있다. 매끈하게 정리된 앨범처럼, 깔끔하게 단장한 소셜미디어처럼만 사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걸 말이다. 남들은 모르는, 내밀한 기억 속에 오랜 집도 대부분 그렇게 명과 암이 교차하는 모습일 것이다.
회화와 사진을 전공한 손은영 작가는 ‘밤의 집 I(2020)’ 연작에서 초라한 집들을 주인공 삼아 낯선 당당함을 제시했다. 작가는 자신의 어린 시절 기억을 더듬어 도시의 밤 골목을 헤매다니며 사진을 찍었다. 가로등도 드문 좁은 길에서, 그는 누군가의 쉼터이자 희망일 수도, 또 전쟁터이자 고통일 수도 있는 집들을 찍었다. 가난은 감출 수 없는 것이라지만 사진 속의 작은 집들은 작가의 눈과 손에서 초라함을 이겨내고 아름다움을 입었다.
어디로부터 온 것인지 알 수 없는 불빛이 흰 벽에 잔잔한 풍경화를 새겼고 석양처럼 붉은 빛을 드리웠다. 희고 푸른 집은 언뜻 지중해의 작은 섬에라도 온 듯한 착각을 불러온다. 어둠은 많은 것을 가렸고 작가는 사랑하는 사람을 바라보듯이 그 집을 다루었다.
비탈진 곳에 자리 잡은 집은 비좁은 땅에 알차게 들어앉았다. 내부 구조를 짐작할 수 있게 하는 창들은 작게 나뉘어 있다. 그 창틀 안에선 누군가 하루의 고단함을 달래고 있을 테고, 아침이 오면 대문이랄 것도 없는 여닫이 문을 드르륵 열고 세상으로 나올 것이다.
초라함은 그들의 탓이 아니다. 햇살이 눈부신 날처럼 너무 많은 것을 보아버린 우리가, 집의 생김새만 보고도 값을 매기는 못된 습성을 지니게 된 우리가 문제다. 비록 밤이 가고 나면 사라질 아름다움이라 할지라도, 작가는 그 모든 욕망의 허물을 어둠 속에 감추고 그들의 집과 삶을 빛나게 하고 싶었나 보다.
무엇인들 늘 빛나기만 할까. 눈이 부시게 빛나는 순간은 자주 오지 않는다. 그래서 더 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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