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세상] SMR은 서울에 짓자

기자 2023. 5. 5.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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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방미의 한 결과로 미국 뉴스케일파워와 두산에너빌리티 등 한국 기업들의 ‘드림팀’이 경북에 SMR(소형 모듈 원자로) 프로젝트를 본격 추진한다는 소식이다. 17만여㎡의 부지에 원자로 6개를 세트로 2028년부터 건설을 시작하고 2030년까지 462㎿의 설비를 완성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김현우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

윤 정부의 원전 생태계 복원 방침에도 불구하고 신한울 3, 4호기 재개와 노후 원전 수명 연장 말고는 새로 추가되는 사업이 없었던 셈인데, 정말 원전 산업이 다시 부흥하는 조짐이 될지 기대가 모아지는 것 같다.

원전 산업계는 SMR이 기존 3세대 원전에 비해 크기가 작아서 유연한 운전이 가능하고 사고 확률도 낮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전력 수요가 많은 대도시에도 세울 수 있고 다양한 용도로 활용 가능하다는 것이다. 탄소중립 과제 앞에서 수용성이 낮은 대형 원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저탄소 발전원으로 주목받는 이유다.

하지만 SMR의 전망이 마냥 밝지는 않다. 뉴스케일이 이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앞선 기업이라고는 하지만, 정작 뉴스케일이 미국 아이다호에 건설 중인 SMR 타운은 난관들에 봉착해 있다. 우선 기존 원전보다 저렴하다는 주장과는 달리 아이다호 프로젝트의 예상 비용은 애초 MWh당 55달러로 설정되었지만 이제는 89달러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대량 제작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공기가 지연되면서 비용이 급증한 것이다. 이는 기술과 시장이 성숙되기 전에 모든 발전원이 겪는 운명이지만, 2030년에 아이다호에서 SMR이 완공된다 하더라도 이용자들이 가격을 부담할 수 있을지 우려를 낳고 있다.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는 이 원자로 설계의 안전성에 몇 가지 문제점을 지적했고, 이러한 기술적 미비점도 보완되어야 했다. SMR이 기존 원전보다 전력 생산량에 비해 핵폐기물을 더 많이 발생시킨다거나 가동 인력과 비용이 더 들 것이라는 비판도 불식되지 못하고 있다.

뉴스케일은 폴란드와 루마니아에도 SMR 건설을 추진 중이다. 요컨대 뉴스케일은 자신이 완료하고 검증하지 못한 기술을 한국에 파는 협의를 진행한 것이고, 한국의 기업들과 중앙정부 그리고 경북도는 여기에 환호하고 있는 상황이다. 뭐, 그렇게 장점이 많은 기술이라면 한국이 세계적인 상업용 SMR 시험장이 되는 과감한 결정을 못할 것도 없다.

그렇다면 뉴스케일과 함께하는 SMR은 서울에 짓는 것이 올바를 것 같다. 어차피 경북은 자체 전력 소비량이 많지도 않고 굳이 수소 생산을 위해 원자로를 활용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전력 수요량뿐 아니라 열 공급을 함께할 수 있는 이점을 감안하면 SMR은 당연히 먼저 서울에 들어서야 한다. 6기만 건설할 게 아니라 서울시 25개 자치구에 하나씩 지어도 좋겠다.

서울 시민들이 핵에너지의 안전성과 유용성을 직접 눈으로 보며 경험하는 효과도 있지 않겠는가. 사실 한국에서 첫 상업용 원전 부지를 검토하던 1965년, 부산 고리 외에도 행주산성 앞이 유력한 후보지였다. 유사시 북한의 공격 우려로 결국 부산시로 첫 원전을 넘기고 말았지만 이제 SMR이라면 서울이 경북에 뺏길 이유가 없다.

김현우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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