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현우의 이번 주 리뷰] 서로의 보호자 되려 저지른 범죄… 관객들은 이 남매의 공범이 된다
이 영화는 불법으로 입국해 거짓말을 하고 범죄에 가담하는 10대들의 이야기이다. 그런데도 관객은 두 주인공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그들의 사연이 애처로워서가 아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아이들을 외면하고 등쳐 먹고 능욕하는 어른들이 미워서다. 영화 시사가 끝난 뒤, 대낮인데도 소주를 마시고 싶었다.
토리(파블로 실스)와 로키타(졸리 음분두)는 아프리카 난민을 태운 배에서 만났다. 둘은 벨기에에 도착한 뒤 남매 행세를 한다. 서로 의지할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동생 토리는 체류 자격을 얻지만 누나 로키타는 심사에서 떨어진다. 대마초 배달 심부름을 하며 한 푼 두 푼 벌던 두 아이는 위조 체류증 만들 돈을 벌려고 더 위험한 일에 손을 댄다.
10일 개봉하는 영화 ‘토리와 로키타’는 전형적인 다르덴 형제 영화다. 두 차례 황금종려상을 비롯해 칸 영화제에서만 여섯 번 수상한 벨기에의 장 피에르 다르덴(72)과 뤽 다르덴(69) 형제 감독은 무명(또는 낯선) 배우들을 내세워 다큐멘터리처럼 영화를 찍는다. 삼각대를 떠난 카메라는 늘 흔들리며 인물에 바짝 다가선다. 모든 작품이 90분 안팎이고 이야기가 끝나면 1초의 여운도 없이 영화를 끝낸다. 야구로 치면 끝내기 홈런이 담장을 넘는 순간 중계를 끝내는 꼴이다. 눈물 콧물 쥐어짜고 탄성과 쾌감 범벅인 영화들 홍수 속에서 이 뻣뻣한 형제 감독 영화가 돋보이는 이유다. 이 영화도 작년 칸 영화제 75주년 특별기념상을 받았다.
배우 팔자가 따로 있는 모양이다. 토리가 정말 친동생인지 캐묻는 심사관 앞에서 거짓 대답을 하는 로키타의 얼굴로 영화가 시작된다. 이 영화로 데뷔한 17세 여배우는 이 한 장면에서 불안과 억울, 절박함과 낭패를 표정으로만 연기한다. 이 장면만 봐도 영화를 절반 본 것이나 다름 없다.
윤기도 없고 찰기도 없는 영화지만 대마 재배 창고에서 대마초를 훔쳐 나오는 장면부터는 스릴러를 방불케 한다. 사회의 최약자 층에 있는 아이들이 감당하기엔 너무 큰 모험이다. 로키타는 굳게 결심한 듯 말한다. “나는 꼭 체류증을 받을 거야. 그래서 반드시 가정부가 될 거야.” 그 다짐이 너무 안쓰러워 관객은 기꺼이 남매의 범죄를 방조하는 공범이 된다.
남매가 부르는 노래가 귀에 맴돈다. “시장에서 동전 두 닢에 생쥐를 샀네/ 그 생쥐를 고양이가 먹었네/ 고양이를 개가 물었네/ 그 개를 나무 지팡이가 때렸네” 하는 노래다. 누구나 자기 세계에서 최고가 되려고 기를 쓴다. 그러나 우리 모두는 먹이 사슬 속에 갇혀 있는 토리와 로키타들이다. 영화를 두 시간짜리 꿈이라고 말하지만, 이 영화는 관객이 행여 졸까 봐 계속 죽비로 등짝을 때린다. 참, 개를 때린 나무 지팡이는 어떻게 됐을까. 영화 끝나고 엔딩 크레디트 올라갈 때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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