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를 정치 쟁점화… 한국 야당·일본 우익 ‘기묘한 공생’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7일 한일 정상회담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에게 독도 영유권 문제를 언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역대 한국 정부는 독도 영유권 분쟁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법적·역사적·실효적으로 명백한 우리 땅인 독도가 외교 교섭이나 사법적 해결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상회담 테이블에 독도 문제를 올리는 것은 일본 우익들이 학수고대하는 바이고, 독도 문제를 정상회담에서 다뤄야 한다는 야당 주장은 외교적 자해(自害) 행위에 가깝다. 전문가들은 4일 “독도를 통해 반일(反日) ·반한(反韓) 정서를 자극, 자국 내 정치적 이익만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민주당과 일본 우익이 공생 관계 아니냐”고 지적했다.
정치인을 포함해 우리 국민이 독도를 방문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를 문제 삼는 일본 정부와 우익의 트집에 일일이 대응할 필요조차 없다. 그러나 한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최근 민주당 전용기 의원이 태극기를 두르고 독도 방문 쇼를 벌인 것은 다른 문제다. 일본 정부와 우익들은 일제히 이에 항의하며 독도의 분쟁 지역화에 정치적으로 이용했다. 이화여대 박원곤 교수는 “독도는 한국이 이미 실효 지배하고 있는 만큼 국제적 논란의 여지를 아예 차단하는 것만이 국익(國益)에 부합한다”고 했다. 일반 국민의 독도 방문과 국회의원의 정치 쟁점화는 엄연히 다르며, 이는 일본이 시비를 걸고 분쟁 지역화 근거를 만드는 데 거드는 일에 가깝다. 박 교수는 “이런 사례가 자꾸 쌓이면 일본만 유리해지는 것”이라고 했다.
2012년 이명박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으로는 최초로 독도를 방문했을 때는 민주당이 이를 문제 삼았다. 당시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외교 사안을 깜짝쇼로 활용하고 있다”며 “성숙한 민주주의 국가의 지도자라면 가장 피해야 할 아주 나쁜 통치 행위”라고 했다. 당시 문재인 대선 캠프 측도 “대선을 앞두고 느닷없이 독도를 방문한 것은 진정성을 의심받기에 충분하다”고 했다. 한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독도를 깜짝 방문하는 등 논란 확대에 열을 올리는 현 야당 모습과 비슷하다. 11년 전엔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했다고 나무라던 민주당이 이번엔 윤석열 정부의 대일 외교를 공격하기 위해 다시 독도를 정치 무대에 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전용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독도 문제를 정확하게 짚고, 일본에 독도 망언에 대한 재발 방지를 요구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평소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던 윤 대통령은 어디 갔느냐”며 “일본이 독도에 대해 망언을 일삼는 이유는 굴욕 외교의 결과물”이라고 했다. 이재명 대표도 당 공개 회의에서 “일본은 독도 영유권 주장을 노골화하고 있다”며 “윤석열 정부는 일본에 무한히 퍼주는 외교를 하고 있다”고 했다. 민주당·정의당·진보당과 시민 단체들은 이날 국회에서 별도 장외 집회를 열고 독도 문제를 언급했다. 민주당 김상희 대일굴욕대책위 위원장은 “일본은 한국이 독도를 불법 점거하고 영토 주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며 “윤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굴종적 대일 외교를 전면 재검토하라”고 했다.
야당의 독도 정치 활용은 일본 우익들과 비슷한 모양이다. 지난 3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 직후 일부 일본 언론은 당시 정상회담에서 독도 문제가 언급됐다고 보도했다. 한국 대통령실은 즉각 부인했지만 일본 우익과 언론은 독도 문제가 정상회담에서 논의됐다는 식으로 기정 사실화했다. 한국의 민주당도 “망국적 야합” “굴욕 외교”라고 거들었다. 산케이신문은 “기시다 총리가 한국의 불법 점거가 계속되는 독도 문제를 개별적으로 거론하지 않았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강제 징용 문제 해법을 제시한 데 대해서도 산케이는 “징용 문제 다음은 독도”라며 “한일 관계 개선에 전향적인 윤석열 정부 임기 내에 강력히 독도 영유권을 호소해야 한다”고 했다.
신각수 전 주일 대사는 “한국 민주당과 일본 우익이 독도 문제를 거론함으로써 얻는 이익이 정확히 일치한다”며 “실제 한일 관계 진전보다는 국내 정파적 이익을 우선한다는 점에서 적대적 공생 관계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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