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급차 뺑뺑이’ 다시 없도록…환자 외면한 병원 4곳 제재

복지부 “경북대병원 등 정당한 사유 없이 환자 거부”
시정명령·보조금중단·과징금…대구시엔 제도개선 권고

지역 응급의료체계의 허점을 여실히 보여줬던 지난 3월 ‘대구 구급차 뺑뺑이 사건’과 관련, 당시 환자 수용을 거부한 의료기관들에 정부의 행정처분이 내려졌다.

보건복지부는 해당 사건과 관련된 8개 의료기관 중 4곳에 행정처분을 했다고 4일 밝혔다. 소방청·대구시와의 합동조사와 전문가 회의 등을 토대로 응급의료법에 따라 내려진 결정이다.

◆처분 대상과 내용은=처분대상은 대구파티마병원·경북대병원·계명대동산병원·대구가톨릭대병원 등 4곳이다. 이들 기관은 모두 ‘정당한 사유 없는 수용거부’에 대해 시정명령과 이행기간 중 보조금 지급중단 처분을 받았다. 그 가운데 대구파티마병원과 경북대병원은 ‘중증도 분류 의무’ 역시 위반해 각각 3674만원, 1670만원의 과징금도 부과받았다.

이들 의료기관 4곳은 ▲병원장 주재 사례검토회의와 책임자 조치 ▲재발방지대책 수립 ▲병원장 포함 전체 종사자 교육 ▲응급실 근무 전문의 책임·역할 강화방안 수립 ▲119 구급대 의뢰 수용 프로토콜 수립 ▲119 수용 의뢰 의료진 응답대장 기록 등의 시정명령을 11월3일까지 이행해야 한다.

이행기간 동안 권역응급의료센터인 경북대병원은 2억2000만원, 지역응급의료센터인 나머지 3곳은 각각 4800만원의 보조금 지급이 중단된다.

◆8곳 이송 의뢰, 모두 거절=사건이 발생한 것은 지난 3월19일이다. 17세 환자가 4층 높이 건물에서 떨어져 발목과 머리를 다쳤고, 119 구급차에 실려 여러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치료를 받지 못한 채 구급차에서 숨져 충격을 줬다.

복지부에 따르면 환자와 119 구급대원이 처음 찾은 병원은 대구파티마병원이었다. 병원 측은 정신건강의학과를 통한 진료 등을 이유로 다른 기관 이송을 권유했고, 중등도 분류도 이행하지 않았다. 구급대원이 전화로 응급실 수용을 거듭 요청했음에도 병원측은 거부했다.

두번째로 찾은 경북대병원측도 중증외상을 의심하면서도 환자 대면진료나 중증도 분류를 하지 않았다. 이후 119구급상황관리센터가 두번에 걸쳐 이 병원 권역외상센터에 의뢰했지만 거부당했다. 그러나 복지부 조사결과 두번째 의뢰 당시엔 병상이 하나 있었고, 다른 환자 상당수가 경증환자인 것으로 전해졌다.

계명대동산병원은 다른 외상환자 수술 시작을 이유로, 대구가톨릭대병원은 신경외과 의료진이 부재 중이라는 이유로 환자를 받지 않았다. 조사단과 전문가들은 모두 정당한 사유 없는 응급의료 거부로 판단했다.

당시 119가 이송을 의뢰했으나 치료로 이어지지 못한 영남대병원·삼일병원·나사렛종합병원·바로본병원은 조사 결과 법령 위반사항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정부, 지역 응급의료체계 재정비=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이번 사건을 지역 응급의료체계 전체의 문제로 판단하고 있다”면서 “올 3월 발표한 ‘제4차 응급의료 기본계획’과 연계해 종합적인 대응책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우선 대구시에 ▲지역 응급의료 자원조사 기반 이송지침 마련 ▲응급의료체계 관련 협의체 구성·운영 등을 권고했다.

정부·지자체 차원의 대응책 마련에도 나섰다. 이를 위해 소방청은 이송 중 구급대의 환자상태 평가 강화와 이송병원 선정 매뉴얼을 마련하고, 시도 차원에서 지역별 이송 곤란 사례를 검토하는 상설 협의체를 운영·마련하도록 했다. 또한 복지부 차원에서도 의료기관의 환자 수용곤란 고지 규칙을 수립할 방침이다.

한편 이번 제재와 관련, 대한응급의사회는 “이번 사망사고의 원인은 개별 병원의 이기적인 환자 거부가 아니다”며 복지부의 처분에 반대하는 내용의 반대성명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