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좌진 상호비판 하라우”… 태영호 ‘평양 스타일’이 화근?

김승재 기자 2023. 5. 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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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인사이드]
녹취 유출 의혹과 특혜 채용 논란
전·현직 보좌진이 제보자 지목돼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녹취 파문' 등 최근 불거진 논란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 태영호 최고위원이 ‘대통령실 공천 개입 의혹’ 녹취 유출, 쪼개기 후원금 의혹, 청년보좌관 특혜 채용 의혹 등 잇단 폭로성 보도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태 최고위원은 “모두 사실이 아니다”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세 보도 모두 태 최고위원의 전·현직 보좌진이 제보자로 유력하게 지목되고 있다.

정치권에선 이 같은 폭로성 기사 배경엔, 태 최고위원의 ‘평양 스타일’이 제대로 교정되지 못했기 때문이란 얘기가 나오고 있다. 태 최고위원의 전·현직 보좌진들도 “북한 엘리트 외교관 출신으로 탈북 4년 만에 국회의원에 당선됐다는 특수성 때문에 발생한 문화적 차이가 의도하지 않게 논란을 일으킨 면이 적지 않다”고 했다. 태 최고위원이 아직 남한의 문화와 근무 방식 등에 적응이 덜 됐다는 것이다.

태 최고위원이 2020년 국회에 입성한 뒤 의원실 보좌진에게 한 첫 마디는 “북한에서는 공무원이 일을 너무 많이 해서 오래 못 산다”는 것이었다고 한다. 전직 보좌진 A씨는 “‘북한 공무원처럼 일을 많이 할 각오를 하라’는 뜻으로 들렸다”고 했다. 그는 “태 최고위원은 목표를 세우면 수시로 구성원들을 독려하고 질책하면서 반드시 달성하는 방식에 익숙한 분”이라며 “이런 방식에 동의하지 못하는 보좌진 입장에서는 불만이 쌓이거나 적응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일러스트=김성규

태 최고위원은 통상 오전 6시 30분에 출근해 오후 11시가 넘어 퇴근하는데, 휴일도 없이 주 7일을 이렇게 일한다. 그러다 보니 같은 사무실에 있는 보좌진도 정시 퇴근이 어려워지고, 개인 시간을 보낼 수 없게 된다고 한다. 한 20대 보좌진이 일요일에 교회를 다녀왔는데 태 최고위원이 “다른 보좌진은 다 일요일에 일하는데 당신은 왜 빠졌느냐”고 지적한 일화도 전해진다. A씨는 “북한에는 종교가 없으니 교회를 가는 것도 이해를 잘 못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태 최고위원 측은 “보좌진이 번갈아가며 3개월씩 지역 사무소 근무를 하는데, 한 보좌진이 교회를 이유로 하지 않겠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과 형평에 맞지 않는다’는 취지로 말한 것”이라며 “종교의 자유를 박탈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전직 보좌진 B씨는 “태 최고위원은 북한식 ‘총화’를 하듯이 회의를 수시로 하는데, 여기서 보좌진끼리 상호 비판까지 시킨다”며 “회의가 늘 생산적인 것 같지도 않은데 왜 그렇게 자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태 최고위원이 보좌진에게 갑질을 하거나 폭언을 하는 경우는 없었다고 한다. 현직 보좌진 C씨는 “전·현직 보좌진이 언론에 내부 사정을 제보한 것은 오히려 태 최고위원이 사람을 쉽게 내치지 못하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며 “조직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결이 맞지 않으면 다른 의원들의 경우 바로 면직을 하지만, 태 최고위원은 그래도 같이 데리고 가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그러다 보니 이번처럼 탈이 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힘 주류에서는 “태 최고위원과 관련한 논란이 더 확산하지 않도록 당 윤리위원회 징계 결정을 최대한 앞당겨야 한다”는 기류가 감지된다. 태 최고위원은 ‘제주 4·3 사건은 김일성 지령’, 민주당에 대한 욕설 발언 논란 등으로 당 윤리위의 징계 심의에 올라 있다. 다음 윤리위 회의는 오는 8일로 예정돼 있지만, 이날 징계 결정이 나오지 않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오는 7~8일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방한 기간인데, 이런 중요한 시기에 여당 최고위원 징계 건으로 뉴스를 덮을 수는 없지 않으냐”고 했다. 이 때문에 당내 일각에서는 주말 사이 태 최고위원이 자진 사퇴하도록 물밑에서 설득하는 방안이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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