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자랑 ⑨] "교직원은 참여 불가" 어린이 기자들이 만드는 '어쩌다 특종!'
[전국언론자랑 (09)]
[어린이날 특집 (01)] 충북 괴산 송면초등학교 어린이신문 '어쩌다 특종!'
'놀 권리' 보장 위해 학부모 나선 돌봄교실서 운영…어린이 기자들은 어디서 무엇을 취재하나
[미디어오늘 윤유경, 장슬기 기자]
5월5일은 어린이날이다. 365일 중 364일이 어른의 날이라는 말의 다른 표현이기도 하다. 올해는 어린이날을 만든 어린이 인권운동가 방정환이 만든 잡지 <어린이> 창간 100주년이다. 어린이에게 인권을 부여하며 주체로 만들기 위한 노력에도 여전히 어린이들은 사회에서 배제됐고 미디어에서도 마찬가지다. 어린이날을 맞아 미디어오늘은 '어린이'라는 소외당한 새로운 세상을 이해하려는 노력들을 담았다. -편집자주
방금 전 돌린 신문이 쓰레기통에서 발견됐다. 기자들은 칠판에 기사를 쓰기 시작했다. “○○○이 2023년 5월2일 신문을 버렸다. 이에 '어쩌다 특종!' 기자단은 분노했다. 7, 8호에 이어 또 신문을 버린 ○○○에 분노한 기자들은 이제부터 신문을 주지 않기로했다.”
기자들은 두 동강 난 신문을 다시 테이프로 이어 칠판에 붙였다. 칠판 한 켠에 네모 모양으로 그려놓은 댓글창에는 '○○○ 진짜 나빴다', '너무하다' 어린이들의 반발이 빗발쳤다. 일명 '칠판 시위'를 주도한 기자들은 칠판에 사인을 남겼다. '어쩌다 특종! 어린이기자단: 박지담, 유담, 박주원, 이혜인'
“우린 신문반이니까 기사로 시위하는거에요. 신문 나오면 버리는 친구가 꼭 있거든요. 그럼 그거 가지고 노는 거예요. 재밌으니까!” 지난달 28일 충북 괴산 송면초등학교에서 만난 시위의 주인공 박지담 기자는 활짝 웃으며 칠판 시위를 설명했다.
괴산의 작은 마을 '솔맹이마을'에 위치한 송면초등학교. '어쩌다 특종!'은 전교생 51명 중 5학년 학생 1명(유담), 6학년 학생 3명(박지담, 박주원, 이혜인)이 만드는 어린이신문이다. 이는 학부모들이 운영하는 돌봄교실 '자람터'의 신문반 동아리 활동이다. 어린이들이 점점 글쓰기를 어려워해 초등학교 신문반이 사라져가는 현실에서, 어린이의 목소리를 기록하고자 시작했다. 학교에서 발행되는 어린이신문 대부분은 '어른들이 원하는 어린이들 이야기'로 채워지거나 학교 홍보용인 경우가 많지만, '어쩌다 특종!' 신문은 '어린이'가 주체다.
송면초에서도 신문반은 그리 인기있는 동아리가 아니다. 기자들은 글쓰기를 좋아하고 책임감 있어보이는 친구들을 서로 스카우트해 데려오기도 한다. “어느날 학교 끝나고 신문반 언니가 갑자기 와서 들어와달라고 무릎을 꿇는거예요.(웃음) 하루만 생각해보겠다고 했는데 재밌을 것 같더라고요. 저는 작가가 돼서 소설을 쓰고 싶은데, 글쓰기와 관련이 있기도 하고요.”(이혜인) 기자들은 직접 면접관으로도 참여한다. '글쓰기에 대한 책임감이 없는 지원자'는 가차 없이 탈락이다.
'어쩌다 특종!'이라는 신문 이름도 기자들이 직접 지었다. 1호 신문의 이름은 '송면초 신문'이었는데, 기자들은 1호에 바로 “교직원분들은 참여 불가능합니다”라는 엄중한 공지와 함께 이름 투표 공모 글을 올렸다. 매주 수요일 오후에 모여 편집회의를 한다.기자들은 아이템 선정부터 새 코너 기획, 취재, 기사 최종 퇴고까지 꼼꼼하게 열과 성을 들인다.
타자 치는 게 익숙하지 않은 박지담·이혜인 기자는 공책에 손글씨로 한 자 한 자 기사를 쓴다. 아이템을 찾을 때도 선생님의 수첩에 다함께 생각나는 것들을 손으로 써내려간다. 어린이들이 모여 하나의 주제에 대해 토의하는 '대담' 기사를 쓸 때는 <고래가 그랬어> 어린이잡지를 참고해 주제를 선정한다.
인터뷰이나 대담자를 섭외할 때도 신경 쓸 게 많다. 이야기를 잘하는 친구들을 섭외해야 하고, 두 친구가 사이가 안 좋으면 고심해 한 명을 포기해야 한다. 섭외가 정 어려우면 기자들 중 한 명이 대담에 참여하기도 한다. 주로 신문 하나에 기사 4개를 넣는데 각자 하나씩 작성한다. 기사는 나눠서 쓰지만 탐방기사나 인터뷰 기사의 경우 네 명의 기자가 늘 함께 현장을 찾아 경험을 공유한다.
기자들마다 기사를 쓸 때 중요하게 여기는 지점도 각기 다르다. 박주원 기자는 “학생들이 봐도 이해할 수 있는 쉽게 쓴 기사”, 이혜인 기자는 “지루하지 않고 재밌는 기사”, 유담 기자는 “맞춤법이 틀리지 않고 문장이 어색하지 않은 기사”, 박지담 기자는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다 담긴 기사”를 써내는 게 목표다.
신문이 나오는 날 아침, 기자들은 최종 인쇄된 신문을 직접 접어 나눠주는 이 시간을 가장 좋아한다. 총 100부를 뽑아 약 80부는 학교에, 나머지 20부는 도서관·경로당 등 마을 곳곳에 기자들이 함께 찾아가 신문을 배포한다. 기자들이 직접 신문을 돌리기로 했는데 전 날 다른 선생님이 먼저 돌려 화가 났던 적도 있었다. “신문이 반대로 접혀있어서 화났어요. 완성본을 나눠줄 때 제일 뿌듯해서 신문을 직접 안 나눠주면 슬퍼요. 아침에 신문 접으면서 1교시도 조금 날리고 (웃음) '저희 일하고 있어요', 이렇게 말할 수도 있고요.” 이혜인·유담 기자의 말이다.
어린이가 직접 들은 어린이의 목소리로 가득한 '어쩌다 특종!'
'어린이'가 주체인 신문인 만큼, '어쩌다 특종!' 신문은 어린이들의 목소리로 가득하다.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코너에서는 아이들이 궁금해하는 질문을 기자가 대신 물어봐주고, '대담' 코너에서는 한 가지 주제에 대한 어린이들의 대화를 그대로 담아 어린이들의 솔직한 생각을 엿볼 수 있다. 기자들이 직접 취재한 자람터 활동 이야기 '우리들 소식'과 마을 현안을 탐방하고 취재해보는 '우리마을에 이런 곳이'도 꾸준히 연재 중인 코너다.
지난해 7월20일자(7호) 대담은 '차별'을 주제로 유담·이혜인 기자가 참여해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선생님만 국그릇을 주고 우리는 국그릇이 없어서 불편해”, “동생이 언니 오빠보다 항상 용돈을 적게 받는 게 억울해”, “겉모습만 보지 말고 한번 친해져 볼까 생각하면 친해질 수 있어” 등 자신의 입장에서 경험한 차별 사례들을 말했다. 어린이 기자들이 '차별금지법'을 설명하고 이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기도 했다. 같은 호 '우리들 소식'에서 유담 기자는 송면초 학생 자치회가 만든 '기네스북 만들기' 행사 현장을 담았다.
지난해 1월4일자(5호) '무엇이든 물어보세요'에서 박지담 기자는 “인생은 무엇인가요”라는 학생의 질문에 답하고자 인생에 관해 헬렌켈러, 스티브 잡스, 공자 등 위인들의 명언 11개로 답을 대신했다. “누가 인생은 무엇인지 물어봐서 제가 명언들을 찾느라고 고생했어요.” 박지담 기자의 말이다. 지난 2021년 11월22일자(4호)에선 “저 잘생겼나요?”라는 친구들의 질문을 반 아이들에게 대신 묻기도 했다.
지난 1일 발행된 9호에서는 기자들이 다함께 옥천의 '월간옥이네' 잡지사를 방문해 박누리 편집장을 인터뷰 한 기사가 실렸다.(이혜인) 지난해 12월7일자(8호) '우리마을 이런 곳이' 코너에선 기자들이 다함께 대야산의 버려진 채석장을 방문했는데, 박주원 기자는 채석이 중단돼 방치된 채석장 앞에서 현장소장에게 전화를 걸어 이야기를 들었다.
'놀 권리' 보장 위해 나선 학부모들, 공론장에 어린이들 목소리 던지다
어린이 기자들은 인터뷰 내내 '돌멩이쌤 덕분'이라는 말을 반복했다. 기자들에 따르면 돌멩이쌤은 직접 아이템이나 코너 아이디어를 던지거나 기자들이 쓴 기사를 수정하며 호흡해 기사를 만들어가는 '어쩌다 특종!' 일등 공신이다. 별명 '돌멩이쌤'은 송면초 교사가 아니라 박지담 기자의 아빠이자 돌봄교실 '자람터' 대표인 박성수 돌봄교사다.
'솔맹이마을학교 자람터'는 송면초 학부모 세 명('돌멩이', '민들레', '보름달')이 직접 운영하는 돌봄교실이다. 보통 초등학교에서 국가 단위 돌봄 정책의 일환으로 돌봄 전담사를 교육청에 파견하는 것처럼 충북도는 교육청 시범사업으로 마을 돌봄 사업을 한다. 송면초 학부모들은 2021년 '자람터'라는 단체를 만들어서 교육청과 용역계약을 맺고 직접 학교로 들어와 어린이들을 돌보고 있다. 대게 오후 6시까지 어린이들을 돌보고, 학교의 방과후 업무도 자람터 돌봄교사들이 맡고 있다.
어린이들은 자람터를 통해 마을에서 자전거 여행도 하고, 산에 올라가 야생동물 흔적 찾기, 캠핑, 기지 만들기 등 다양한 활동을 한다. 모든 활동은 선택이고, 어린이들의 자율에 맡긴다. '이렇게도 저렇게도 놀 수 있게 판을 만들어주는 것'이 자람터 교사들이 바라는 단 하나의 목표다.
“시골에 사는 어린이들이 자연에서 뛰어놀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아요. 집에 가서 핸드폰, 유튜브 보는 아이들이 많아요. 집이 띄엄띄엄 있으니까 쉽게 나갈 곳이 없어서 오히려 도시보다 더 열악해요. 저희는 자람터를 통해 어린이들이 뛰어놀 수 있게, 자유롭게 놀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고 싶어요.” (박성수 돌봄교사, 돌멩이쌤)
학교 한 켠에 마련된 자람터 공간에는 어린이들이 자발적으로 운영하는 '자람터 매점', 어린이들이 직접 만든 벙커 침대가 있다. 매점은 '자람 화폐'로 이용할 수 있는데, 첫 칠판 시위 후 어린이들이 너무 신문을 보지 않는다는 생각에 내건 '신문에서 틀린 글자 찾기' 이벤트도 자람 화폐를 상금으로 준다.
돌멩이쌤은 자람터가 생긴 첫 해부터 3년째 신문반을 맡고 있다. 박성수 돌봄교사는 '아이들이 스스로 읽고 쓰는 시간이 많지 않은 요즘, 학교 교육 안에서 글쓰기 자체가 어린이들에게 너무 큰 장벽이 되어버렸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글 쓰는 걸 엄청 힘들어해요. 연필 잡고 쓰는 시간이 기대에 비해 많지 않다고 생각해요. 아이들은 유튜브에 너무 노출돼있고, 유튜브가 아이들에게 계속 노출시키는 영상들은 한 주제의 극단까지 가는 영상들이에요. 예를 들어, 종이접기를 하고싶은 아이들은 이젠 책이 아닌 유튜브를 보는데, 유튜브를 본 아이들은 종이접기를 하지 않아요. 유튜브에는 종이접기 최강자가 있으니까 내 자신이 초라해지기 때문이에요. 끊임없이 내가 재밌는 게 무엇인지, 나는 뭘 좋아하는지 돌아보고 그걸 직접 손발로, 글로 표현해야 하는데 거기서부터 막히는 거죠.” (박성수 돌봄교사, 돌멩이쌤)
어린이의 목소리를 공론장에 던지고 싶다는 바람도 있다. “어린이 미디어는 어린이가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통로로서 기능만 하면 충분해요. 중요한 건 자신이 쓴 글을 공론장에 내놓는 거예요. '나는 이런 고민이 있고, 이런 해결책을 시도하고 있어'에 대해 일기를 넘어서 공론의 장에 내놓는 순간, 내 이야기만이 아닌 객관적인 뭔가가 되잖아요. 공적인 글쓰기를 하는 훈련이 아이들에게 더욱 값진 경험이 되지 않을까요.” 박성수 돌봄교사의 말이다.
어린이 기자들은 아직 쓰고 싶은 기사가 많다
“유담아 너 혼자서 우리 신문부를 이어갈 수 있겠어?”
이혜인 기자가 유일하게 5학년인 유담 기자에게 물었다. 당장 내년 4명 중 3명의 기자가 졸업을 앞두고 있는 '어쩌다 특종!' 기자들의 가장 큰 고민은 '기자단 존속' 여부다.
“졸업하기 싫어요. 영원히 6학년으로 남고 싶어요.”(이혜인) 유담 기자는 또 다른 걱정이 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학교에 신문부를 할 사람이 없어요. 마음으로는 신문부를 계속 하고 싶은데 막상 할 사람이 없으니까 너무 고민이에요.”
아직 어린이 기자들은 쓰고 싶은 기사가 많다. “누리호 연구원들을 인터뷰하고 싶어요. 누리호 발사 성공을 보고 왔는데, 오는 길 기차에 발사를 성공하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연구원들이 꽉 차있었어요. 그분들을 인터뷰 해보고 싶었는데 내린 다음에 생각이 나서 아쉬웠어요.”(박지담), “동물을 좋아해서 동물을 잘 아는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싶어요.”(이혜인), “동네 역사를 잘 아시는 어르신들 이야기를 듣고싶어요.”(박주원), “지금 이거(미디어오늘 인터뷰)요. 원래 우리가 인터뷰를 하는데, 우리가 인터뷰 대상이 되니까 너무 신기해요. 큰 신문사에서 우리를 인터뷰하러 왔다고 쓰고싶어요.” (유담)
그때, 인터뷰를 하던 박지담 기자가 기자들에게 제안했다. “좋은 생각이 있는데, 송면초 신문이랑 송면중 신문을 합쳐서 마을신문으로 만드는 거 어때?” 기자들은 제안에 동의했다. “그러네 진짜”, “나도 그러고싶어. 돌멩이쌤이랑 계속 신문 만들고싶어.” 어린이들은 졸업하고 나서도 돌맹이쌤과 함께 어린이의 목소리가 담긴 '어쩌다 특종!' 신문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할아버지가 아침뉴스, 점심뉴스, 저녁뉴스 다 보는데, 우리 집은 TV가 없다. 유튜브에서 가끔씩 본다.”(이혜인)
“아빠가 매일 아침하고 저녁에 (뉴스를) 볼 때 (옆에서) 듣거나 한다.”(유담)
“밥 먹을 때 라디오 듣는데 그 정도이고 할머니네 갔을 때나 식당 갔을 때 TV로 본다.”(박지담)
“네이버에서 본다”(박주원)
'어쩌다 특종!'을 만드는 어린이 기자들은 '뉴스를 자주 보냐'는 질문에 갸우뚱하면서 뉴스를 보는 주체를 주로 부모 등 어른으로 표현했다. '종이신문을 구독하냐'는 질문에 이혜인·박주원 기자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그런 곳은 없을 거다”라고 했다. 어린이들은 뉴스에 관심이 없는 걸까?
지난 1일자 '어쩌다 특종!'(9호)에선 '반려동물'을 주제로 한 어린이 대담을 진행했는데 해당 기사를 작성한 박주원·유담 기자는 반려동물 학대 등 동물 관련 뉴스를 열심히 찾아봤고, 이혜인 기자는 아이돌 그룹 '아스트로'의 멤버 문빈의 사망 관련 뉴스가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박지담 기자는 오는 24일 누리호 3차 발사 뉴스를 기대했다.
어린이들도 새로운 세상 이야기에 관심이 있다. '어린이들이 왜 뉴스를 보지 않는가'가 아니라 '신문지면·방송뉴스라는 공적 영역에서 어린이의 몫은 얼마나 될까'로 질문을 바꿀 필요가 있다. 어린이 기자들이 작성한 기사를 보면 이들의 관점이 보인다. '어쩌다 특종!' 지난해 7월20일자(7호)에서 어린이들이 보는 '차별'을 주제로 대담을 진행했는데, 보통의 미디어에서 다루는 것과 달리 어른들이 첫째와 동생을 다르게 대하는 것, 고학년과 저학년 간 차별, 학교에서 선생님과 학생간 차별 등 어린이 관점에서 직접 경험한 차별을 다뤘다.
'어쩌다 특종'은 주로 4면으로 발행하는데 1면은 어린이 자신들의 소식으로 채운다. 송면초 돌봄교실인 '자람터'의 신문반을 담당하는 '돌멩이쌤(박성수 돌봄교사)'은 “어린이들이 마을을 취재하는 건 부차적이고 더 중요한 건 개인의 글을 공론장에 내놓는 것”이라며 “신문이란 공적인 영역, 공론장에 내 이야기를 던지는 건 특별한 경험이 된다”고 말했다. 어린이 기자들이 신문이 발행되면 직접 접어서 학교뿐 아니라 마을 곳곳에 배포하고 이를 자랑스러워하는 이유다.
어른 관점에서 기특하게 보일, 이 어린이 기자들은 어떠한 유튜브 채널을 얼마나 볼까? 이혜인 기자는 “그림 그리는 유튜브를 좀 본다”고 했고, 박주원 기자는 “예능 짧은 클립”, 유담 기자는 “동물농장 등 동물 영상”을 본다고 했다. 박지담 기자는 온라인 세상과 익숙하지 않다고 했다. 다수 학부모 관점에서, 신문을 만들며 글쓰기 훈련을 받고 유튜브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 이들은 '기특'할지 모른다.
요즘 부모들의 주 관심사 중 하나는 '자녀의 유튜브 중독 탈출'이다. 선정·폭력적인 콘텐츠도 문제지만 장기적으론 영상에만 몰입하다 문자 문해력이 떨어져 대학입시에 불리할지 모른다는 두려움까지 따라온다. 언론보도도 NIE(Newspaper In Education)나 미디어리터러시 등 사실상 대입 준비의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
주목할 부분은 자신들이 보는 유튜브 채널에 대한 단답형 답변 뒤에 어린이 기자들이 길게 내놓은 답이다. “여름에는 수영하고 겨울에는 썰매를 탄다”(박지담), “도시에선 별로 할 게 없지만 겨울에 논둑을 얼려서 스케이트나 썰매를 탄다”(이혜인) 등 다양한 놀거리는 돌봄교실 자람터 덕이 크다. 돌멩이, 보름달, 민들레 등 세 명의 학부모가 돌봄교사를 맡아 마을주민, 지자체 등이 협력해 송면초 전교생 51명의 '놀 권리'를 돕는다.
마을탐방, 직접 텐트치고 불피워서 고기 등을 구워먹는 캠핑, 자전거 강습과 단체 자전거 여행, 산속에 기지 만들기, 목공을 배워 학내 필요한 가구나 닭장 등 만들기, 야생동물 흔적 찾기, 어린이들이 직접 운영하는 매점 운영 등 자람터에선 어린이이 직접 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준다. 어린이 기자로 활동하는 이들은 신문반 외에도 공예반, 독서부 등 다른 활동이나 송면초 회장(이혜인)과 부회장(박지담) 등도 맡고 있다.
돌멩이쌤(박성수 돌봄교사)은 “아이들은 보는 눈이 있을 때 열심히 한다”며 “내가 하는 일이 힘들지만 이게 멋지고 자랑할 만한 일이라고 느껴야 힘을 발휘한다”고 했다. 어린이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명목으로 방치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어린이 입장에선, 학습 이외의 시간을 채울 수많은 선택지가 있기에 자연스레 유튜브와 거리를 뒀다고 볼 수 있다.
돌멩이쌤은(박성수 돌봄교사)는 “시골에 오면 아이가 자연과 더 가깝게 살 것이란 기대에 귀촌을 고민하는 분들이 늘지만 집들이 서로 멀어 아이들이 나가도 할 게 없고 시대가 바뀌어서 시골에 온다고 자연을 더 만나진 못한다”고 말했다. 어린이 기자들도 공통적으로 '연필 하나 사러가는데도 차로 20분'이라며 편의시설 부족과 낡고 불편한 집 문제 등을 지적하면서도 “작지만 행복한 학교”(유담)라며 학교생활을 평가했다.
한편 어른들에게 무엇을 바라는지 들어봤다. 이혜인 기자는 “자기자랑만 늘어놓지 말고 (어린이에게) 친절하면 좋겠다”고 했고, 박주원 기자는 “다른 의견을 안 듣고 자기 말만 맞는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꼰대 마인드'를 지적했다. 유담 기자는 “우리가 말하는 걸 무시하는 게 아니라 어린이의 의견을 존중해 주면 좋겠다”며 “'넌 조용히 있어'라고 하지 않고 발언권을 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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