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사무직인 줄 알았는데…” 지게차 몰다 숨진 대기업 직원
[앵커]
최근 한 대기업의 물류 공장에서 30대 직원이 사고로 숨졌습니다.
사무직 신입사원이었는데 어찌된 일인지 지게차를 몰다가 사고를 당한 겁니다.
아버지는 경위를 알려달라, 호소했지만, 사측은 회사가 시킨 게 아니란 말만 반복하고 있습니다.
이유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대기업이 운영하는 경기 이천시의 한 물류 창고.
지난 3월 이 곳에서 30살 신입사원 A씨가 숨졌습니다.
지게차를 운전하다 사고를 당한 겁니다.
A 씨가 지게차를 타고 내려오던 경사로입니다.
지게차는 도로경계석을 들이받고 넘어졌는데, A 씨가 그 밑에 깔리면서 사고가 났습니다.
1년 간 대기업 입사를 준비해 6개월 전, 물류 담당 사무직으로 입사한 A 씨.
그런데 왜, 지게차에 깔려 숨진 건지...
아버지는 한 달 넘게 회사에 묻고, 또 물었지만, 답을 들을 수 없었습니다.
[아버지-회사 관계자 : "사무관리직 업무가 전담으로 돼있습니다 (근데 왜 지게차를 끌게 됐는지...) 저희도 답답한 부분이 그 부분..."]
A 씨는 대기업 입사 전, 하청 업체에서 1년 간 일했고, 당시 지게차 면허도 땄습니다.
하지만 이젠 사무직이고, 회사에서 관련 교육도 받지 않았습니다.
[회사 관계자 : "지게차를 타지 않게 될 경우엔 직원을 상대로 운전 교육은 따로 진행하지 않습니다."]
아버지는 수소문 끝에 A 씨가 사고 전에도 몇 번 지게차를 몬 사실을 확인했고, A 씨 업무는 지게차 운전이 불가피하단 증언도 들었습니다.
[A 씨 동료 : "사무실 직원이라고 해도 지게차를 탈 수밖에 없는 상황들이 있어요. 현장 내려가서 일을 할 때도 있고."]
하지만 회사는 여전히 묵묵부답이었습니다.
[피해자 아버지 : "(담당) 업무가 아니라고 한다면 말려야 되는 거 아니냐 그랬더니 대답을 못합니다."]
대기업에 합격해 뛸듯이 좋아했던 아들, 올 여름 첫 해외여행을 가겠다며 주문한 중국어 교재는 아들이 떠난 후 배송됐습니다.
아버지는 아들의 유품을 그만 내려놓을 수 있길 바랍니다.
[피해자 아버지 : "솔직하게 얘기하고 미안하다, 잘못됐다, 하고 다시 그런 재발이 안 되도록... "]
회사 측은 KBS의 확인 요청에 A 씨가 가끔 지게차를 운전한 사실을 전혀 몰랐고, 시킨 적도 없다고 밝혀왔습니다.
경찰과 고용노동부는 회사 측의 지시나 방조 가능성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유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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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민 기자 (toyou@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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