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대장동 의혹 ‘숨은 핵심’ 조우형 구속영장 기각

대장동 개발사업 비리 의혹의 ‘숨은 핵심’으로 꼽히는 조우형씨가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구속영장심사(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법원이 대장동 개발사업 비리 의혹의 ‘숨은 핵심’으로 꼽히는 조우형씨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4일 기각했다.

이민수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조씨에 대한 구속영장심사(구속 전 피의자심문)를 진행한 뒤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 부장판사는 “관련 사건의 재판 진행 경과와 이 사건 범죄사실들에 관해 수집된 증거들, 향후 수집이 예상되는 증거들의 현황 등 사정을 종합하면 현 단계에서 피의자(조씨)를 구속해야 할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기각 사유를 밝혔다.

이 부장판사는 대장동 배임 사건으로 기소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등 관련자 상당수가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고, 이 재판이 종결되려면 상당한 기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을 고려했다. 이 부장판사는 “이 사건에는 피의자(조씨) 본인과 관련자들의 범죄 성립 여부, 가담한 공범들 사이의 구체적 기여도, 배임으로 인한 손해액 산정 등의 다양한 쟁점이 존재한다”며 “충실한 심리를 위해 피의자(조씨) 역시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을 필요성이 있다고 보인다”고 했다.

조씨는 2015년 3~4월 서판교터널 개설 정보 등 공무상 비밀을 이용해 초기 대장동 사업의 자금을 조달하는 등 민간업자들과 함께 7886억원의 개발이익을 취하고 성남도시개발공사에 4895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특정경제범죄처벌법상 배임)를 받았다. 천화동인 6호의 실소유자이면서 조현성 변호사를 명의자로 내세워 대장동 개발이익 283억원을 수수한 혐의(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도 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부장검사 강백신)는 지난 1일 조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관련 의혹이 제기된 지 1년6개월 만이었다. 검찰은 지난달 6일에야 압수수색을 통해 조씨 의혹을 본격적으로 수사해 ‘늑장 수사’라는 지적이 나왔다.

조씨는 50억 클럽 의혹을 받는 박영수 전 특별검사와 인연이 깊다. 2011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부산저축은행 비리를 수사하면서 조씨를 조사할 때 조씨 변호인이 박 전 특검이었다. 당시 중수부는 ‘조씨에게 10억3000만원의 대출 알선 수수료를 줬다’는 취지의 진술과 계좌 추적 자료를 확보했지만 조씨를 입건하지도 않았다. 이를 놓고 박 전 특검과 당시 대검 중수2과장으로 부산저축은행 수사의 주임검사였던 윤석열 대통령의 친분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회는 지난달 27일 본회의에서 50억 클럽·김건희 여사 특검법안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했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강연주 기자 play@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