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활동명 통일' 아이유, 편안함에 이르른 30대
'드림'에서 열정 없는 PD 소민 役으로 꺼낸 밝은 얼굴
"예정된 스케줄을 모두 잘 끝내는 성취감이 제 하루의 '골'"
지난 26일 개봉한 영화 '드림'(감독 이병헌)은 개념 없는 전직 축구선수 홍대(박서준 분)와 열정 없는 PD 소민(아이유 분)이 집 없는 오합지졸 국대 선수들과 함께 불가능한 꿈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드림'은 2019년 크랭크인했지만 코로나19를 직면하면서 촬영이 여러 차례 중단됐다가 2022년 4월 초 크랭크업했고, 그로부터 약 1년 후 개봉하게 된 작품이다.
아이유는 지난해 '브로커'로 처음 관객들에게 인사했지만, 촬영 시점은 '드림'이 먼저였다. 이렇게 사실상 스크린 데뷔작을 세상에 내놓게 된 그는 지난달 2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먼저 최근 영화를 처음 봤다는 아이유는 "제 걱정보다는 마음에 들게 잘 담겼어요. 작품을 보고 나니까 안심이 되더라고요. 이병헌 감독님께서 주셨던 디렉팅이 빼곡하게 담겨 있었죠. 감독님 말씀 듣기를 잘했구나 싶었어요"라며 환하게 웃었다.
"소민이는 작품에 드러나는 사연이나 전사가 없어요. 제가 딱 찾던 역할을 만난 거죠. 저는 찍고 있는 거로부터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인데 소민이를 만나 심플하고 밝아졌어요."
소민은 열정이 넘치지만 페이가 오르지 않아 페이에 자신의 열정을 맞춘 인물이다. 그는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축구 실력이 아닌 사연 많은 홈리스를 우선 선발하지만, 점점 멤버들에게 동화되고 집중하면서 완전한 관찰자가 돼 진심 어린 응원을 보낸다. 그렇게 극초반 입만 웃던 소민은 시간이 지날수록 진짜 미소를 띤다.
가수와 배우를 병행하면서 쉼 없이 달려오고 있는 아이유이기에 '열정 없는' 소민과 닮은 구석이 전혀 없다고 느껴졌다. 하지만 그는 "제 얼굴에 침 뱉기일 수 있지만 소민과 비슷한 부분이 많아요"라며 "10대 때부터 사회생활을 해서 사회에서와 집에서의 얼굴이 달라요. 그래서 소민이에게 접근하기 어렵지 않았죠. 승부욕과 열정, 상처와 리더십 등 소민이의 행동이 다 이해가 됐어요"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아이유는 '드림'으로 이병헌 감독, 박서준과 첫 호흡을 맞췄다. 대본을 읽으면서 이병헌이라는 워터마크가 찍혀있는 것 같았다고 느낀 그는 '이병헌 사단'으로 불리는 배우들 안에서 빠르게 호흡을 따라가기 위해 노력했다고. 아이유는 "이병헌 감독님은 유쾌하고 쿨하고 시니컬하세요. 현장도 스피디하고요. 선배님들께서 먼저 마음을 열고 대해주셔서 빠르게 친해질 수 있었어요"라고 회상했다.
극 중 홍대와 소민은 홈리스 월드컵 멤버들을 이끌고 관찰하는 입장이기에 많은 분량을 차지하지 않는다. 초반 두 사람의 차진 티키타카를 통해 이병헌 감독 특유의 말맛을 볼 수 있지만, 멤버들의 사연과 대회가 주를 이루면서 분량이 점점 줄어들어 관객들은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서준 씨와 다시 만난다면 또 싸우고 싶어요. 투닥거리는 느낌이 너무 재밌더라고요. 싸우는 게 참 잘 맞는 것 같아요. 그리고 서로 얄미워하고 분해하는 포인트와 그 리액션이 잘 맞았어요. 이번에는 분량이 아주 많지 않았으니까 다음에는 많이 붙고 싸우고 싶어요."
지난해 아이유는 배우로서 '브로커'로 인생 첫 칸에 입성했고 가수로서 잠실 주경기장에서 단독 콘서트를 개최하며 누구보다 바쁜 한 해를 보냈다. 하지만 그는 '2022년은 안식년'이라며 더욱 활발하게 활동할 2023년을 예고한 바 있다. 그렇게 '드림' 홍보 일정과 새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촬영을 병행하고 있는 그는 틈틈이 앨범 작업을 하면서 자신이 뱉은 말을 지켜나가고 있다.
"한순간도 온전히 쉴 수 있는 시간이 없는데 이게 제가 제일 좋아하는 타이밍이에요. 욕심도 생가고 할 일도 많죠. 세포 하나하나가 체계화된 느낌이랄까요. 바쁘지만 컨디션 관리도 잘 되고 있어요. 예전에는 목표를 정했는데 요즘은 아니에요. 저에게 주어진 하루의 스케줄을 잘 마치려고 노력하죠. 요즘 드라마 촬영을 하고 있는데 예정된 장면을 잘 끝내고 집에 가면 그 성취감이 제 하루의 '골'이 돼요. '오늘 하루 다 못하면 넌 아무것도 못 한다'라는 마인드로 살고 있죠(웃음)."
"동료들이 어떤 부분으로 힘들어하고 마음이 다치는지 알아요. 저도 겪어봤고요. 연예인이라는 직업은 유독 직업과 사람 자체가 분리되기 어려워요. 매 순간 일하고 있는 기분이죠. 그렇기에 더더욱 분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자기만의 공간을 갖고 뭐가 됐든 자신이 돌아오고 스스로를 내려놓을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어린 나이부터 일을 시작하면서 이유 모를 슬럼프와 무기력을 겪었던 아이유는 그동안 차곡차곡 써왔던 일기가 그의 돌파구가 됐다고 털어놨다. 그는 예전에 쓴 일기를 찾아보면서 '이봐, 이미 내가 한번 무찔렀던 감정이야. 더 좋아질 거야'라고 주문을 건단다. 다시 말해 아이유에게 일기는 속 시원하게 감정을 털어낼 수 있는 자신만의 공간이자 부적이었다.
그러면서 슬럼프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도 명확하게 알게 됐다. 아이유는 "결국 일이 가장 재밌더라고요. 열정이 사그라드는 시기에도 결국 심심해서 일을 찾죠. 일만큼 제 피를 돌게 하는 건 없어요. 슬럼프는 당연히 있지만 길어지게 그냥 두는 타입이 아니에요"라고 설명했다.
예정된 50분이 지나고 나서도 아이유를 향한 질문은 계속됐다. 하나의 질문이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그는 끝으로 '드림'을 향한 많은 관심을 당부했다.
"코로나19와 직면하면서 제작 과정이 길어진 작품이에요. 다른 작품을 찍다가 또 모이고, 이렇게 헤쳐모여 하면서 완성해야 한다는 진심 하나로 끝까지 합심한 거기 때문에 개봉이라는 한 골 자체가 저의 '드림'이죠. 어렵게 만들어서 찬 공이기 때문에 한 분이라도 더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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