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선] 워싱턴선언 이후에 필요한 것

박수찬 2023. 5. 4. 23:4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전술핵 탑재가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다양한 종류의 유도무기 공개까지. 2010년대 초 북한이 ICBM KN-08을 공개했을 때까지만 해도 북한 핵·미사일 위협 수준에 회의적인 사람이 많았지만, 지금은 북한 핵능력이 비약적으로 강해진 것을 부인하는 관계자는 거의 없다.

일체의 대화를 거부한 채 서울에서 워싱턴에 이르는 태평양 전 지역을 핵·미사일 사정권에 넣고 있는 북한의 도발적 행동 앞에서 한반도 유사시 핵무기가 쓰이는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가능성도 커졌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전술핵 탑재가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다양한 종류의 유도무기 공개까지…. 2010년대 초 북한이 ICBM KN-08을 공개했을 때까지만 해도 북한 핵·미사일 위협 수준에 회의적인 사람이 많았지만, 지금은 북한 핵능력이 비약적으로 강해진 것을 부인하는 관계자는 거의 없다. 일체의 대화를 거부한 채 서울에서 워싱턴에 이르는 태평양 전 지역을 핵·미사일 사정권에 넣고 있는 북한의 도발적 행동 앞에서 한반도 유사시 핵무기가 쓰이는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가능성도 커졌다.

북한 핵위협에 맞서 한·미는 북한 핵위협에 맞서 핵협의그룹(NCG) 구성과 미군 전략핵잠수함(SSBN) 한국 기항 등 확장억제 강화 방안이 포함된 워싱턴 선언에 합의했다. 정부는 “비핵화 기조를 유지하면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이라고 평가한다. 하지만 NCG가 실제로 북한 핵위협 억제 효과를 발휘할지, 한·미가 함께 구성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유명무실해졌던 협의체들의 전철을 밟을 것인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수찬 외교안보부 차장대우
핵무기를 앞세운 억제력은 치열한 고민을 거쳐 탄생한다. 우리에게 알려진 핵 억제 개념과 이론은 냉전 시절 미국이 옛소련을 제압하기 위해 엘리트 군인과 관료, 학자들을 모아 고민을 거듭한 끝에 만들어졌다. 전략폭격기와 전략핵잠수함, ICBM으로 구성된 핵 억제력과 확장억제 개념도 미국의 최고 민·관·군 엘리트들이 총력을 기울여 연구한 결과물이다.

북한은 어떨까. 핵·미사일과 관련해 북한이 걸어온 길을 되짚어보면 미국 못지않은 고민과 검토를 거친 흔적이 엿보인다. 핵무기와 군사정찰위성 발사 병행 추진은 ‘양탄일성(兩彈一星)’이라 불리는 중국 핵개발 전략과 유사하다. 전략·전술핵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갖추고 탄두의 다종화와 소형화를 추진하는 것은 냉전 시절 강대국들의 핵무기 개발 개념을 답습하는 모양새다.

체제도 이념도 가치관도 서로 다른 두 나라가 핵 억제 전략과 이론, 작전계획 등을 철저히 연구하는 상황에서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할까. 비핵 국가라고 해서 모른 척할 수는 없다. 미국과 북한보다 더 철저하게 핵전쟁을 들여다봐야 한다. NCG가 있다고 해도 한반도에서 핵 억제력이 어떻게 작동해야 하는지를 꼼꼼하게 연구해야 한반도 유사시 미국의 판단에 모든 것을 맡기는 결과를 방지할 수 있다. ‘낫 놓고 기역 자도 모른다’는 속담처럼 NCG를 통해 관련 정보를 공유해도, 정보에 숨어 있는 의미를 간파해 국익을 극대화할 지식을 갖추지 못한다면 NCG의 주도권은 미국으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 그 여파는 미국 확장억제력과 한국 재래식 전력의 통합 및 맞춤형 억제전략(TDS) 개정 등 연합방위태세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한국군은 이제부터 ‘고민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한반도에서 핵무기를 사용할 조건과 시기, 방법을 검토해 ‘한국형 핵전략’을 만들고 실행 방안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한국에 핵무기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이를 소홀히 하기에는 한반도를 둘러싼 핵 위기가 너무나 심각하다.

박수찬 외교안보부 차장대우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