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와우리] 백악관에서 느낀 한·미 동맹의 미래
K컬처 열광… 달라진 위상 느껴
회담 결과 두고 ‘갑론을박’ 한창
상호 이익 바탕 초당 논의 필요
필자가 영국과 미국에서 유학을 하던 15∼20년 전, 대다수 사람들은 북한과 한국을 구분하지 못하기 일쑤였다. 삼성과 현대, LG가 한국 기업인지 일본 기업인지 알지 못하는 건 당연지사였다. 그러나 지금 아들딸이 다니는 미국 중학교·초등학교에서는 한국어를 가르쳐 달라는 친구들도 많고, 수업 종료시간을 알리는 음악도 방탄소년단(BTS) 노래라고 한다. 방과후 수업에 특정 국가의 이름을 내걸고 진행되는 수업은 오로지 ‘케이팝’뿐이다. 한국의 달라진 위상은 자녀들의 일상을 통해 매일 느끼고 있다.
한·미 정상회담의 여러 결과를 두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다른 세계관과 가치관, 다른 외교안보 전략과 방법론을 두고 벌어지는 논쟁들이다. 이러한 격렬한 토론의 장에서도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두 자랑스러워할 중요한 것은, 백악관에서 어린 자녀들과 필자가 느낀 것처럼 대한민국의 위상과 한·미 관계의 수준은 역대 절정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힘들었던 시절 우리 국민들은 한국을 국제사회에 알리기 위해서 스포츠를 비롯한 각종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것에 열광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과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들이 그런 것이었다. ‘오징어 게임’, ‘기생충’, 싸이, BTS 등과 관련한 뉴스들이 신문 1면을 메우는 일도 이러한 열망의 연속이다.
한국은 이제 한·미 정상회담에서 ‘내 말 좀 들어 달라’는 호소만 한다든가, ‘무엇을 얻어왔냐’는 단기적 성과에만 집중하는 국가의 단계를 넘어섰다. 많은 선진국들이 오히려 삼성, SK, 현대차, LG 등 한국 기업을 유치하려 하거나 한류 스타와 문화 콘텐츠를 요청하는 시대가 됐다.
이제는 글로벌 리더 국가답게 정상회담 직후 단편적 성과만 평가하는 시대를 넘어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건설적인 방향으로 양국의 이익과 세계 질서에 기여할 수 있는지에 대한 초당적 논의로 발전해야 한다. 양자 외교든, 다자 외교든 국가 관계는 계약만 체결하고 담판만 짓는 기업 간 비즈니스 관계를 넘어선다. 회담 이후에도 중장기적인 관계와 방향에 대한 합의로 계속 지속되면서 발전되는 것이다.
한국은 기후변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인권과 제3세계 국가들의 빈곤 퇴치 등 수많은 세계 문제에 대해 주요 선진국들과 함께 새로운 질서를 세우고, 한국이 경험한 개발도상국의 경제발전역사를 통해 다른 국가에 경제발전 모델과 자주국방 모델을 수출할 나라로 격상되었다.
한·미 관계의 내용과 협상에는 치열한 토론과 공개 논쟁, 때로는 비공개 논쟁이 필요하다. 그러나 오늘날 대한민국의 발전에 한국 국민들의 피와 땀에 이어서 한·미 동맹이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는 점은 국민들의 의견이 모아질 것이다. 앞으로도 한·미 관계를 둘러싸고 많은 일들이 일어날 테다. 그러나 한·미는 더 이상 숭배하거나 복종하는 관계가 아니라 소중한 가족 국가이자 글로벌 질서 수립의 핵심 동반자로 발전해 갈 것이며 양국 미래 세대는 함께 세계사적 도전과 고난을 이겨나갈 것이다.
백악관 앞마당 잔디밭에서 천진난만하게 함께 뛰어놀던 네명의 자녀들과 미국 아이들을 보며 함께하는 미래 세대의 한·미 관계 발전을 축복해 본다.
김영준 국방대학교 안전보장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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