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2회 이화경향음악콩쿠르 부문별 심사평
■화려한 연주보다 기본에 충실하길
바이올린 | 민유경 성신여대 교수
몇 해 만에 드디어 마스크를 벗고 경연자들의 표정을 볼 수 있어 반가웠습니다. 우열을 가리기 힘든 참가자들의 수준 높은 연주력과 성의 있고 진지한 태도가 인상적이었습니다. 경연이기 때문에 등수를 매겨야 했지만 심사위원들이 각자 깊은 고민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만큼 전체적인 수준이 향상됐다는 의미이기도 하겠지요. 기나긴 인내의 시간을 감내한 노력에 입상자뿐 아니라 모든 참가자에게 큰 박수를 보냅니다. 지정곡들의 난도가 높았던 만큼 잔실수로 아깝게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여러 각도로 살펴서 완성도를 높이는 데 최선을 다하기를 바랍니다. 자신이 만들어내고자 하는 소리를 정확히 알고 고유한 소리와 표현을 찾아내는 것도 중요합니다. 연주의 화려함만큼이나 비브라토나 보잉의 다양한 구사 등 탄탄한 기본기, 정확한 음정과 리듬, 그리고 악보에 충실한 해석 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눈앞의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다음 무대를 위한 발판으로 삼아 훌륭한 음악 인재로 성장하기를 기대합니다.
■호흡에 대한 이해도 떨어져 아쉬워
클라리넷 | 조인혁 한양대 교수
이번 이화경향음악콩쿠르는 귀하고 뛰어난 재능을 많이 발견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습니다. 무엇보다 중학부에서 뛰어난 기량을 발휘한 어린 재능들이 돋보였고 지난해에 비해 더욱 성장한 미래 음악도들의 비약적인 발전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관악기에서 생명처럼 중요한 호흡에 관련된 전체적인 수준이 다소 낮고 이해도가 떨어지는 것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또 이번 콩쿠르의 지정곡은 음악적인 방향으로 선정됐는데 참가자들이 기술적인 부분에 너무 신경쓰지 않는지 반문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몇몇 참가자는 기술적인 부분을 뛰어넘어 음악적인 부분을 함께 소화하려는 노력들이 돋보여 상위권에 입상했습니다. 앞으로 많은 참가자가 음악적인 부분에 더 집중해 연습에 매진했으면 좋겠습니다. 인공지능을 비롯해 인간을 대체하는 많은 도구가 나오는 시대에 우리가 진정으로 추구해야 하는 예술의 본질은 결코 기능적인 부분이 아니라 따뜻한 음악과 자아의 표현에서 온다는 사실을 깨달았으면 합니다.
■긴 호흡 통한 프레이징 연구가 중요
플루트 | 나채원 강릉원주대 교수
본선곡의 난도가 높았는데도 여러 참가자가 탄탄한 소리, 안정된 음정과 고난도의 테크닉을 구사하며 수준 높은 연주를 보여줬습니다. 반면 전체적인 음악적 해석과 완성도에서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지정곡을 처음 접할 때 먼저 작곡가의 일생과 시대적 배경에 대한 이해가 있다면 곡의 전체적 분위기를 설정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단순히 정확한 음정과 리듬의 나열에 그치지 말고 긴 호흡을 통한 프레이징을 연구해야 합니다. 다이내믹한 악상을 통해 작곡가가 말하려는 뉘앙스와 의도를 파악해 작품의 해석에 충실하면 청중에게 음악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습니다. 또 곡의 분위기에 따라 플루트가 낼 수 있는 다양한 음색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세심한 리듬의 표현이 뒷받침된다면 곡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참가자들이 탄탄한 기본기와 음악에 대한 진지한 자세를 갖춰 훌륭한 플루티스트로 성장할 많은 가능성을 보여주었기에 앞으로의 연주가 기대됩니다. 모든 참가자들의 무한한 발전과 건승을 기원합니다.
■어려운 지정곡 전원 완주 인상적
피아노 | 유영욱 연세대 교수
어려운 지정곡을 모든 본선 경연자가 한 명도 빠짐 없이 매끄럽게 완주하는 모습을 보며 한국 피아노계의 미래가 얼마나 밝은지 새삼 실감했습니다. 고등부의 쇼팽 발라드 4번은 느리면서도 심오한 도입부 때문에 어린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곡인데 역시 소리가 부실하거나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는 경연자가 많았습니다. 테크닉이 어려운 부분 연습에만 치중하지 말고 음악적인 부분도 충분히 연습해야 예술적인 완성도를 채울 수 있습니다. 중학부의 쇼팽 발라드 1번은 전체적으로 난도가 높았던 만큼 완성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학생들을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초등부는 전반적으로 나이에 비해 높은 완성도를 보여줬지만 몸이 덜 성장한 탓인지 어른의 소리와 터치로 갈아타지 못해 소리가 빈약하고 끊어지는 느낌을 줬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이미 기본기가 탄탄하게 잡혀 있어 조금만 더 성장하면 훌륭한 피아니스트로 거듭날 것임을 확신했습니다. 이번 경연을 통해 더 큰 연주자로 성장하는 계기가 됐길 기원하고 응원합니다.
■자신 있게 음악 색채 잘 표현해내
첼로 | 홍성은 단국대 교수
초등부 4명, 중학부 7명, 고등부 6명이 본선에 진출해 수준 높은 연주 실력을 보여줬습니다. 모든 본선 진출자가 작곡가의 의도를 잘 이해하며 기본에 충실한 연습을 해왔다는 것이 느껴져 감탄했습니다. 초등부 1·2위는 각자 개성 있는 음악 표현과 섬세한 활 놀림으로 완성도 높은 연주를 보여 우열을 가리기 어려웠습니다. 중학부는 본선 진출자 모두 훌륭한 기교의 연주를 펼쳐 많은 시간을 쏟은 노력을 볼 수 있었습니다. 특히 1위는 악보의 음정과 박자를 잘 지키면서도 첼로의 중후한 음색으로 자신 있게 음악 색채를 표현했습니다. 고등부 지정곡은 하이든 첼로 협주곡이었는데 고전주의 스타일로 연주해야 하기에 첼로 레퍼토리 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곡으로 손꼽힙니다. 본선 진출자 모두 이 곡을 잘 소화했고, 이들 중에 큰 실수 없이 하이든의 음악을 잘 표현한 연주자가 입상했습니다. 심사하며 입상자를 선정하기 대단히 어려웠습니다. 앞으로 더욱 정진해 훌륭한 음악인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나이 어린 연주자들의 노력에 뿌듯
비올라 | 김은정 단국대 교수
이화경향음악콩쿠르에 비올라 부문은 2017년 신설돼 벌써 7회째를 맞이했습니다. 모든 참가자들의 노력과 열정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연주에 심사위원으로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초등부는 어린 나이인데도 곡을 이해하려고 애쓴 노력이 보여 뿌듯했습니다. 중학부는 불안정한 음정과 보잉이 곡 전체의 음악적 흐름에 영향을 미쳐 성숙된 연주로 이끌어내지 못한 점이 아쉬웠습니다. 고등부는 틀에 박힌 연주보다는 본인 특유의 색감에 탄탄한 테크닉이 더해져 성숙된 연주를 보여줬습니다. 하지만 과제곡인 브람스 소나타의 긴 호흡을 끌고 가는 힘이 약한 탓에 매끄럽게 연결되지 않아 안타까웠습니다. 청중의 마음을 움직이는 살아있는 연주를 들려주기 위해선 연주하는 곡을 제대로 이해하고 자신만의 언어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합니다.
화려한 기교를 보여주기보다는 기본기를 충실하게 다지고 악보에 담긴 음악적인 이해도를 높여 성장해나가길 바랍니다.
■어려운 곡보다 자신에 맞는 곡 찾아야
성악 | 최상호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고등부는 완성하지 못한 발성 상태에서 지나치게 어려운 곡들을 다루려다 무리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대부분 콩쿠르에서 부르는 노래가 대표적인 독일 후기 낭만주의 작곡가인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곡인데 내용이나 화성의 이해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어색한 상태의 노래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아무리 어린 학생이라도 가사를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지요. 그런데 마치 인위적으로 표현을 막은 것처럼 무표정에 감정이 없어 목석 같아 아쉬웠습니다. 대학생 남녀 7명이 경연을 벌였는데 남자부는 본인의 소리가 어떤 상태인지, 무슨 역할에 맞는지 잘 모르는 것 같았습니다. 무조건 최고 난도의 유명한 곡을 부르려다 장점보다 단점만 드러나는 안타까운 현상이 반복됩니다. 경연 대회에선 항상 자신에게 잘 맞는 곡을 최우선으로 선택하고, 그 역할에 충실하게 표현해야 하지 않을까요. 최고의 조건에서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받으며 공부하기 좋은 시절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젊은이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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