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내의 시간으로 빚어낸 감동적 연주에 박수를 보냅니다[제72회 이화경향음악콩쿠르]

허진무 기자 2023. 5. 4.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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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사와 이화여고가 공동 주최하는 한국 최고의 음악영재 등용문 이화경향음악콩쿠르의 치열한 경연이 막을 내렸다. 72회를 맞은 올해 콩쿠르는 예선이 3월29일~4월11일, 본선이 4월12~20일 서울 중구 이화여고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렸다.

올해는 코로나19 엔데믹 분위기에서 3년 만에 참가자들이 마스크를 벗고 무대에 올랐다. 바이올린 부문 심사위원인 민유경 성신여대 교수는 “경연이기 때문에 등수를 매겨야 했지만 심사위원들이 각자 깊은 고민의 시간을 가졌다. 그만큼 전체적인 수준이 향상됐다는 의미이기도 하겠다. 기나긴 인내의 시간을 감내한 노력에 입상자뿐 아니라 모든 참가자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

피아노·바이올린·비올라·첼로·클라리넷·플루트 부문의 경우 ‘초등부’ ‘중학부’ ‘고등부’, 성악 부문은 ‘고등부’ ‘대학·일반부’로 나눠 실력을 겨뤘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108명이 늘어난 1048명이 대회에 참가해 123명이 본선에 진출했다.

음악 꿈나무 12명이 1위 입상(우승)이라는 영광의 주인공이 됐다. 전체 입상자는 54명이었다. 바이올린 부문 초등부, 클라리넷·플루트 부문 고등부는 우승자가 없었다.

비올라 부문은 초등·중학·고등부 전체가, 성악 부문도 고등부와 대학·일반부 모두가 1위 입상자를 내지 못했다. 시상식은 오는 11일 오후 3시 이화여고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린다.

■바이올린 부문 1위 수상자

김현정(15·예원학교 3년)

초등학교 2학년 때 동네 음악 학원에서 피아노를 배웠지만 바이올린 소리가 더 좋았다. 학교생활과 바이올린 연주를 병행하는 것이 힘들었지만 평일 4~5시간 연습은 빼먹지 않았다. 본선곡인 베토벤 바이올린협주곡을 준비하며 정확한 음정과 다이내믹한 변화를 표현하면서도 감정선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한다. 러시아 출신 이스라엘 바이올리니스트 막심 벤게로프를 존경하고, 프로코피예프 바이올린협주곡을 좋아한다. 음악 외에도 수영이나 스키를 즐긴다. 김양은 “음악을 즐기며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음악을 연주하고 싶다”고 말했다.

표주영(16·홈스쿨링)

세 자매 중 막내다. 5세 때 큰언니와 작은언니가 바이올린을 배우는 걸 보며 처음 바이올린과 만났다. 연습 시간은 따로 정해두지 않고 마음에 들 때까지 연습했다. 콩쿠르의 높은 경쟁률이 부담스러웠지만 ‘무대 위에서 무엇을 표현하고 싶은지’에 집중해 좋은 결과를 얻었다. 표양은 자신의 개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작곡가의 의도를 놓치지 않고 청중에게 전달하는 연주자가 되고 싶다. 바이올린을 통해 자신이 표현하려 했던 감정을 청중에게 전했을 때 힘들었던 연습 시간이 잊힐 만큼 큰 희열을 느꼈다. 그 뒤로는 무대에 서는 것을 즐기게 됐다고 한다.

■클라리넷 부문 1위 수상자

이도영(11·강덕초 5년)

음악을 전공한 어머니와 언니의 영향으로 초등학교 3학년 때 클라리넷을 잡았다. 지난해에도 이화경향음악콩쿠르에서 3위에 입상했고 올해 다시 도전했다. 보통 하루 3시간씩 연습하지만 콩쿠르를 준비할 때는 연습시간이 길어져 체력적으로 힘들었다. 학교 공부도 열심히 하려고 노력한다. 특히 미술과 수학을 좋아한다. 프랑스 클라리네티스트 니콜라스 발데이루를 존경하고, 베버 클라리넷 협주곡 2번을 좋아한다. 걸그룹 ‘아이브’와 보이그룹 ‘TXT’의 팬이다. 이양은 “열심히 노력해서 사람들에게 ‘힐링’을 줄 수 있는 연주자가 되겠다”고 말했다.

박서준(14·예원학교 2년)

2021년 제70회 이화경향음악콩쿠르 초등부에서 우승했다. 지난해에는 중학부에 참가했지만 컨디션 난조로 입상하지 못했다. 올해에는 컨디션 유지에 노력한 결과 중학부 우승을 차지했다. 학교 중간고사 준비와 음악 연습을 함께해서 힘들었다고 한다. 하루에 3시간씩 꾸준히 연습한다. 다양한 악기를 전공하는 친구들과 함께 수업을 들으며 다른 악기에도 관심이 생겼다고 한다. 독일 클라리네티스트 칼 라이스터를 존경하고, 베버 클라리넷 협주곡 1번을 좋아한다. 평소 가족과 함께 맛집을 찾아다닌다. 아버지와 영화를 보거나 게임하기를 즐긴다.

■플루트 부문 1위 수상자

김형완(12·예일초 6년)

초등학교 2학년 때 부모님과 함께 갔던 음악회에서 플루티스트 김유빈의 연주를 보고 가슴이 마구 뛰는 경험에 플루트를 시작했다. 이화경향음악콩쿠르에는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도전해 올해 드디어 우승의 꿈을 이뤘다. 경연장의 울림과 소리의 방향성을 고민했고, 지정곡들의 특성을 잘 표현하는 것에 집중해 연습했다고 한다. 연습은 매일 짧은 시간이라도 빼먹지 않는다. 스위스 플루티스트 에마뉘엘 파위의 음색을 좋아한다. 자신을 가르친 플루티스트 김유빈·박경호가 ‘롤모델’이다. 김군은 “플루트는 연주하면 할수록 매력에 더 빠져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채은(15·예원학교 3년)

플루티스트 박경호의 귀국 기념 독주회를 보고 플루트의 예쁜 소리에 반해 플루트를 시작했다. 초등학교 3학년 때는 방과후수업으로 오케스트라 활동을 했다. 이때 친구들을 많이 사귀며 즐겁게 음악 생활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하루 2~4시간씩 플루트를 연습하지만 공부도 놓치고 싶지 않아 학교에선 수업 시간에 집중하고 복습도 빼먹지 않는다. 이번 콩쿠르를 준비하며 연주할 때 잘 고쳐지지 않았던 나쁜 습관을 고치는 것이 어려웠다고 한다. 활동적인 성격이어서 수영, 리듬체조, 펜싱 등 여러 운동이 취미이다.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연주자’가 꿈이다.

■피아노 부문 1위 수상자

이주언(12·어정초 6년)

이화경향음악콩쿠르에 올해 처음 참가해 우승했다. 이전부터 간절히 참가하고 싶었지만 손이 크지 않아 도전하지 못했다. 아직 몸도 손도 작아서 큰 소리로 연주하려다 표현을 세밀하게 하지 못할까봐 조절하는 것이 어려웠다고 한다. 어릴 적부터 어머니가 피아노 연주를 들려줘 자연스럽게 피아노를 취미로 시작했다. 쇼팽과 쇼팽 피아노협주곡 1·2번을 가장 좋아한다. 기차와 지하철에 관심이 많아 미니어처 기차를 많이 모았다. 피아노 레슨에 갈 때도 지하철을 즐겨 탄다. 이군은 “흔들림이 없는 성실한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김유림(14·예원학교 2년)

지난 1월 금호영재콘서트 독주회를 앞둬 이화경향음악콩쿠르를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다. 초등학교 6학년 때도 본선에 진출했지만 입상하지 못했다. 이번 무대에선 결과에 욕심내지 않고 연주에 몰입했고, 작곡가의 특성을 살리면서도 개성 있게 연주하려 했다. 사촌 언니를 따라 5세 때부터 피아노를 배웠다. 많이 연습하는 날에는 시간을 정하지 않고 피아노를 친다. 피아니스트 조성진을 꿈에서도 만날 정도로 좋아한다. 피아노 거장 마르타 아르헤리치도 좋아한다. 김양은 “절대 자만하지 않고, 앞으로의 음악 공부를 멋지게 시작하라는 상으로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안태현(16·선화예고 1년)

이번 경연을 준비하며 ‘마음을 울리는 연주란 무엇일까’ 고민했다. 8세 때 취미로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배웠는데 피아노 선율에 더 끌렸다. 평일에는 2~3시간, 주말이나 방학에는 6~7시간 연습해왔다. 선화예고에 수석 입학했다. 운동을 좋아하고 요리에 관심이 많다. 조성진과 크리스티안 지메르만을 존경하고,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2번을 좋아한다. 영화 <피아니스트>의 마지막 장면처럼 ‘마음을 움직이는 연주자’가 되는 것이 꿈이다. 안군은 “음악적으로 한 단계 발전하고 진지하게 고민하는 경험을 할 수 있어 행복했다”고 말했다.

■첼로 부문 1위 수상자

정서진(11·해원초 5년)

키가 쑥쑥 커서 콩쿠르 한 달 전쯤 첼로를 큰 사이즈로 바꿨다. 처음에는 적응이 어려웠지만 익숙해지자 원하던 볼륨으로 소리를 낼 수 있었다. 올해 학급 임원에 당선돼 학교생활도 열심히 한다.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는 집안 분위기에 자연스럽게 연주자의 꿈을 꿨다. 8세에 첼로를 시작해 10세에 부산시립교향악단과 협연했다. 트룰스 뫼르크, 요요마, 미샤 마이스키, 재클린 듀프레이를 존경한다. 폴란드 작곡가 비톨트 루토스와프스키의 곡을 처음 들었던 순간을 잊을 수 없다. 정양은 “난해하지만 들을수록 매력 있는 곡을 연주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민재(15·예원학교 3년)

7세 때 어머니가 쌍둥이 언니와 함께 동네 음악 학원에 데려갔다. 각자 악기를 고를 때 큰 악기가 좋아서 첼로를 선택했다. 매일 연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날마다 3~4시간씩 거르지 않고 연주했다. 자신의 음악이 다른 사람에게 잘 전달되는지를 걱정해왔다. 콩쿠르 우승을 바라기보단 음악을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었다. 스스로 조금은 나아진 것 같아 기쁘다고 한다. 학교 공부에도 재미를 느낀다. 특히 수학과 과학을 좋아한다. 김양은 “학생으로서 꾸준하고 성실하게 공부하고 노력해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음악을 들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권세은(18·서울예고 3년)

초등학교 때 취미로 첼로를 시작해 중학생 때는 전공으로 삼았다. 평소 필라테스를 하며 체력을 다지고 유연한 몸을 만들려고 노력한다. 바로크 시대 음악이 듣기 편하고 선율이 아름다워 좋아한다. 음악과 어우러져 아름다운 동작을 보여주는 피겨스케이팅 영상을 즐겨 본다. 본선 지정곡인 하이든 첼로협주곡 2번을 준비하며 3악장에서 하이든의 음악적 방향에 맞는 소리를 찾는 과정이 어려웠다고 한다. 권양은 “곡 해석에 고민이 많았는데 다행히 음악이 잘 전달된 것 같아 기쁘다”며 “바로크 시대부터 현대까지 어떤 곡이든 잘 해석해 표현하고 싶다”고 말했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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