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아드는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 사이클…남아있는 변수는?

박순빈 2023. 5. 4.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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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금리를 0.25%포인트 끌어올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이번 결정은 시장의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 선택이었다.

한국은행은 4일 이승헌 부총재 주재로 '시장 상황 점검회의'를 연 뒤 "연준의 이번 결정으로 금리 인상 사이클이 마무리 단계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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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이사회 의장이 3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정책금리를 0.25%포인트 끌어올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이번 결정은 시장의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 선택이었다. 관심은 지난해 3월 이후 숨가쁘게 진행된 ‘금리 인상 사이클’이 언제 끝날지에 쏠려 있다.

연준은 일단 추가 금리 인상의 문을 닫는 듯한 메시지를 내놨다. 무엇보다 지난 3월 정책결정문에 담겨 있던 ‘추가적인 긴축이 적절할 것으로 예상한다’란 표현이 삭제됐다. 추가 금리 인상은 연준이 염두에 두지 않는다는 뜻으로 해석할 만한 대목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회견에서 해당 문구 삭제에 대해 “의미 있는 변화”라고 콕 짚어 말했다.

그렇다고 연준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둔 것은 아니다. 파월 의장은 “연준의 물가 목표인 2% 수준으로 가기까지 아직 갈 길이 멀고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높은 수준의 물가에 대한 경계감을 드러낸 셈이다. 그는 “주거비를 제외한 핵심 서비스물가가 여전히 높은 수준인 가운데 고용시장도 공급보다 수요 초과 상태가 지속되고 있어 물가의 하향 안정 경로를 확신할 수 없다”고도 말했다.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대에 머물러 있다.

이런 까닭에 미 월가에서 ‘당분간 금리 동결’ 가능성에 무게를 둔 반응이 나온 건 자연스럽다. 미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연준 정책결정문은 앞으로 경제 및 금융여건의 전개 상황을 고려한 ‘조건부 금리 인상 중단’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며 “연준이 현행 금리 수준을 유지하다가 내년 3월쯤 소폭 인하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연준 발표 뒤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 통계를 보면, 금리 선물 투자자들은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금리가 동결될 확률을 94.5%로 점쳤다.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을 염두에 둔 투자자는 극히 줄어들었다는 얘기다.

국내에서도 이와 비슷한 평가가 나왔다. 한국은행은 4일 이승헌 부총재 주재로 ‘시장 상황 점검회의’를 연 뒤 “연준의 이번 결정으로 금리 인상 사이클이 마무리 단계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미 월가나 금융시장이 무게를 두는 ‘금리 동결 전망’에 동참한 셈이다. 정부도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재한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 뒤 “미 연준이 조건부 금리 인상 중단을 시사한 건 우리 금융·외환시장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꾸준히 상승하던 원-달러 환율은 이날 전거래일보다 비교적 큰 폭인 15.2원 하락하며 1322.8원으로 장을 마쳤다. 채권시장에서도 3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0.071%포인트 내리는 등 주요 채권 금리는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불확실성이 말끔하게 사라진 건 아니다. 한 예로 최근 금융시장 불안을 낳은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등 중소형 은행 불안의 불씨는 완전히 꺼지지 않았다. 최근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을 미 제이피모건이 전격 인수한 뒤에도 미 중소형 은행들의 주가는 하락세를 보인 게 한 예다. 금융불안 확대는 경기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터라, 미 연준이 정책금리를 결정할 때 주요하게 보는 고려 사항 중 하나다. 추경호 부총리가 이날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높은 경계심을 갖고 상황을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한 발언도 이런 맥락에서였다.

물가 안정세가 명확히 확인되지 않는 상황도 눈여겨봐야 한다. 한은 쪽은 “파월 의장이 향후 경제지표에 따라 금리를 결정한 것이라고 언급하고 연내 금리인하 가능성을 부인한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순빈 선임기자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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