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아닙니다…걱정하지 마세요”
‘은퇴 전 선발 등판’ 과거 발언에
팬들 ‘혹시 마지막…’ 라팍으로
“아프지 않는 이상 반드시 반등
빨리 저의 위치로 돌아가야죠”
2군 내려가 ‘마무리’ 복귀 준비
“은퇴 아닙니다.”
프로야구 삼성 베테랑 투수 오승환(41)은 3일 프로 데뷔 19년 만에 첫 선발 등판을 했다. 천생 마무리 투수의 생애 첫 경험에 많은 이야깃거리가 쏟아졌다.
오승환은 이날 5이닝 5안타 1홈런 6삼진 3실점을 기록했다. 팀은 1-4로 졌지만, 마무리로 한길만 걸어왔던 그가 선발로 5이닝을 버틴 것 자체가 긍정적이었다.
2005년 삼성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한 오승환은 KBO리그 통산 620경기에 등판하면서 한 번도 선발로 뛴 적이 없다. 미국 메이저리그, 일본 프로야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오승환이 선발 투수로 나서게 된 건 최근 부진에서 벗어나기 위함이었다. 오승환은 올해도 마무리 투수로 시즌을 시작했으나 부진한 성적을 냈다. 마무리로 나선 7경기에서 1승1패4세이브 평균자책 4.91을 기록했다. 결국 마무리 자리를 내줬고, 중간 계투로 밀려나서도 제 구위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다 정현욱 투수코치가 선발 등판 제의를 했고 박진만 감독도 이를 받아들여 결정됐다.
그의 선발 등판에 은퇴를 앞둔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다. 오승환이 과거 “은퇴 전엔 선발로 한번 등판하고 싶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어서다. 이날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는 평일 경기임에도 불구하고 1만3394명의 많은 관중이 왔다. 오승환의 ‘마지막’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 팬들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오승환의 답은 명확했다. 그는 “아직은 그럴 때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 “많은 팬분들이 원하시는 것처럼 지금보다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은퇴를 하는 게 맞다고 생각을 한다. 내가 몸이 아프지 않은 이상은 더 열심히 해서 반등을 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게 첫번째다. 아직은 그렇게 걱정은 안 하셔도 될 것 같다”며 주변의 우려를 잠재웠다.
다행히 이날 개인 최다 투구(73개)를 하며 부진 탈출의 실마리를 잡았다. 많은 공을 던지며 밸런스와 구위를 두루 점검했다. 매번 경기 막판에만 나왔던 그는 경기를 시작하는 선발과 야수들의 책임감도 다시금 깨달았다.
오승환은 “확실히 9회에 나가는 것도 부담이지만 1회에 나가는 것도 부담인 것 같다”며 “선발, 불펜, 마무리, 1번부터 9번까지 정말 많은 부담을 안고 다 같이 뛰는구나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됐다. 1회부터 선수들이 힘 빠지지 않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앞섰다”고 말했다.
결국 오승환이 돌아가야 할 곳은 뒷문이다. 그는 “팀이 궁극적으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내가 제 위치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코칭스태프도 그렇게 말씀을 하신다. 나도 빨리 내 위치로 가야 모든 선수들이 안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승환은 4일 2군으로 내려갔다. 2군에서 마무리로 복귀하는 준비 과정을 밟은 뒤 1군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퓨처스리그 1~2경기를 소화할 계획이다.
오승환은 개인 통산 한·미·일 496세이브를 기록 중이다. 그가 2군에서 재정비해 ‘끝판왕’의 면모를 되찾고 돌아오면 머지않아 대기록의 금자탑을 쌓을 수 있다.
대구 |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김문기의 추석 선물’ ‘딸에게 보낸 동영상’···이재명 ‘선거법 위반’ 판결문
- 조국 “민주주의 논쟁에 허위 있을 수도···정치생명 끊을 일인가”
- 최현욱, 키덜트 소품 자랑하다 ‘전라노출’···빛삭했으나 확산
- 사라진 돌잔치 대신인가?…‘젠더리빌’ 파티 유행
- “민심의 법정서 이재명은 무죄”···민주당 연석회의 열고 비상행동 나서
- 40대부터 매일 160분 걷는 데 투자하면···수명은 얼마나 늘어날까?
- 드라마인가, 공연인가…안방의 눈과 귀 사로잡은 ‘정년이’
- 중학생 시절 축구부 후배 다치게 했다가···성인 돼 형사처벌
- 은반 위 울려퍼진 섬뜩한 “무궁화꽃이~”···‘오징어게임’ 피겨 연기로 그랑프리 쇼트 2위
- ‘신의 인플루언서’ MZ세대 최초의 성인···유해 일부 한국에 기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