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우가 “괜찮다”고 하면 “꽤 좋다”는 신호…세월 거슬러 다시 ‘황금기’로
2017 통합우승 당시 지표 찾아가
대부분 타자는 타격 지표의 변화에 따라 감정선도 함께 움직인다. 타격 지표가 정점에 이를 때면, 감정적으로 따라 올라가는 경우가 많다.
KIA 베테랑 최형우는 성향이 조금 다르다. 밖에서 보기에는 타격감이 꽤 달아오른 듯 보여도 대수롭지 않게 반응한다. 이를 고려하면, 최형우가 이번 시즌을 맞으며 슬쩍 꺼낸 표현은 꽤 의미있는 것으로 해석할 만도 했다. 최형우는 경기장서 기자와 대화 중 “그냥 괜찮다. 나쁘지 않다”는 정도의 얘기를 했다. 최형우의 화법에서 그 정도 표현이라면, “꽤 좋다”는 신호다.
최형우는 행동으로, 또 성적으로 입증하고 있다. 최형우는 1983년 12월생으로 나이 마흔 고개를 넘어가고 있다. 그런데 올 시즌 들어서는 각종 타격 지표를 5~6년 전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최형우는 3일 현재 타율 0.333(84타수 28안타) 3홈런 16타점에 OPS 0.968로 1.204의 알포드(KT), 0.968의 김현수(LG)와 함께 리그 톱3에 올라 있다. 장타율 0.512로 5위에 오르는 등 주요 타격 지표가 최상위권으로 향한다.
시계를 돌려보자면, KIA 유니폼을 입고 팀을 통합우승으로 이끌었던 2017시즌에 가까운 입지를 찾아가고 있다. 최형우는 그해 OPS 1.026으로 리그 4위로 시즌을 마쳤다. 타고투저의 바람이 불던 때와 비교하면 OPS 수치에 전반적인 변화가 있지만, OPS 순위표 속 최형우 입지는 그때만큼 확고해져 있다.
최형우는 2018시즌 OPS 0.963, 2019시즌 0.898을 기록한 뒤 2020시즌 OPS 1.023으로 반등한 이력도 있다. 2020시즌 OPS 지표로는 리그 2위였다.
최형우는 특유의 결정력도 되살리고 있다. 3일 광주 롯데전에서는 1-0이던 3회말 2사 만루에서 롯데 선발 나균안이 던진 포크볼을 걷어내 2타점 중전 적시타로 연결하며 팀에 승기를 가져왔다. 이날 롯데의 10연승을 저지하는 가장 인상적인 안타이기도 했다.
최형우는 굴곡진 2022시즌을 보냈다. 지난해에는 타율 0.264 OPS 0.787로 시즌을 마쳤지만, 시즌 초반인 5월까지는 타율 0.224 OPS 0.688로 완전히 다른 선수인 듯 타격을 했다. 최형우 또한 당시에는 “내가 나인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다른 느낌의 표현으로 시작한 2023시즌은 결과도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최형우가 다시 높은 곳을 쳐다보고 있다.
안승호 선임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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