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 물러난 ‘전주성’…누가 재건할까
성적 부진 책임 14년 인연 마무리
김두현 수석코치에 임시 지휘봉
김도훈·김학범·윤정환 등 물망
박지성 디렉터 ‘추천권’ 행사 땐
외국인 지도자로 기울 가능성 커
프로축구 전북 현대가 선수와 지도자로 14년 넘게 전북에서 활동한 김상식 감독(47) 사임을 발표했다. 총체적 난국 속에서 망가진 명가 위용을 재건할 후임자가 누가 될지 관심이 쏠린다.
전북은 4일 “김상식 감독이 사임했다”고 발표했다. 김 감독이 스스로 두 차례 전달한 사임 의사를 구단과 모기업(현대자동차)이 전날 받아들였다. 2009~2013년 전북 선수로 뛴 김 감독은 2014~2020년 코치로 최강희 전 감독, 조세 모라이스 감독(포르투갈)을 보좌한 뒤 2021년 감독으로 승격했다. 지난해 말 재계약했지만 두 번째 임기는 반 시즌 만에 끝났다.
전북은 12개 팀 중 10위(3승1무6패)에 머물고 있다. 베테랑을 내보내고 대규모로 선수단을 개편했지만, 그로 인한 조직력 저하, 부상자 속출 등이 맞물리면서 성적은 강등권으로 떨어졌다.
허병길 대표이사가 서포터스와 대립각을 세우면서 구단과 서포터스 간 관계까지 깨졌고 관중도 줄었다. 전북은 김두현 수석코치에게 임시 지휘봉을 맡겼다. 어린이날 서울 원정 벤치에도 김 코치가 앉는다.
전북과 모기업 현대차는 신임 감독 선임 작업을 시작했다. 김도훈, 김학범, 윤정환 등이 후보군으로 거명된다. 박지성 전북 테크니컬 디렉터(전력 강화 담당 이사)가 새 감독 선임에 적지 않은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지성은 김상식 감독 재신임, 대규모 선수 영입 등에 깊이 관여했다. 성적 부진, 감독 사퇴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박지성은 감독 추천권까지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박지성 디렉터가 후임 감독을 추천한다면 외국인 지도자가 될 공산이 크다. 외국인 감독 영입은 대부분 시즌을 마친 뒤 장기적인 계획 속에 이뤄진다. 구단 운영 철학, 선수단 비전 등에 맞춰 최소 3~5년 정도 임기를 보장해야만 외국인 지도자가 제 몫을 할 수 있다.
시즌 도중 위기 속에서는 외국인 지도자를 선임하는 경우가 별로 없다. 직접 겪어보지 못해 어떤 철학을 가졌는지 정확하게 모르는 데다, 한국 축구 문화와 상황에 낯선 외국인을 선임하는 게 위기 속에 또 다른 불안요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가 만일 올시즌 성적을 사실상 포기한다면 외국인 지도자를 선임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박지성이 추천한 지도자에 힘이 실릴 수 있다.
반대로 현대차가 이번 시즌 성적을 포기하지 못한다면, 국내 지도자를 뽑을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크다. 현대차는 글로벌 기업인 만큼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출전을 무척 중요하게 여긴다.
전북은 오는 8월 2023~2024시즌 ACL 조별리그에 참가해야 한다. 또 다음 시즌 ACL 출전권을 확보하려면, 이번 시즌 K리그 3위 안에 들거나, 대한축구협회컵(FA컵)에서 우승해야 한다. 올해 성적을 끌어올리려면, 선수들에 대한 정확한 파악 능력, 선수단을 다잡는 장악력, 치밀한 전술·전략 수행 능력, 현재 코치진과의 협업 능력 등을 고루 갖춘 국내 지도자가 필요하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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