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신 노조원 시신 서울로… 이재명 대표 등 야권 빈소 찾거나 집회 참여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최근 구속영장 실질 심사를 앞두고 분신해 숨진 양모(50)씨의 빈소를 강원 속초시에서 서울로 옮겨 노동조합장(葬)을 치르겠다고 4일 밝혔다. 양씨의 시신은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안치됐다. 민주노총은 이날 양씨의 실명과 얼굴, 후원 계좌 번호가 적힌 포스터도 만들었다. 야당도 이날 일제히 양씨의 빈소를 찾거나 집회에 참석했다. 양씨 죽음을 계기로 노조와 야권이 함께 대정부 투쟁을 밀어붙이겠다는 의도로 해석됐다.
건설노조에 따르면, 이들은 전날 유가족과 합의해 장례 절차를 넘겨받았다. 노조 측은 구체적 장례 일정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며 유가족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시신을 운구차에 실어 용산 대통령실로 향하거나, 양씨의 시신을 서울대병원에 안치한 채 무기한 장례 절차에 돌입할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노조 측은 이날 양씨의 얼굴과 유서 내용의 일부가 담긴 포스터를 만들며 양씨의 약력까지 공개했다. 건설노조는 매일 오후 7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양씨 추모 촛불 집회를 열 예정이다.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도 매일 오후 6시 30분 추모 촛불 집회를 열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양씨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병원을 찾아 “국가의 과도한 압박 수사 때문에 생긴 일”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과잉 수사로 생긴 일이니 대통령께서 조문해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며 “다시는 국가 권력 행사 때문에 국민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일이 없도록 세심하게 배려해주시기를 바란다”고 했다.
숨진 양씨는 작년 4월부터 올해 2월까지 강원 지역 건설 공사 현장 5곳에서 공사를 방해·지연한다고 협박해 8000여 만원을 받은 혐의로 경찰의 수사를 받았다. 노조 측은 양씨 관련 수사가 부당하며 현 정부의 의도적 ‘노조 탄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날 오후 1시 서울역 앞에는 건설노조 조합원 5000여 명이 모여 양씨 사망 관련 규탄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더 이상 죽이지 마라!’ ‘건설노조 탄압 중단하라!’ 등으로 적힌 손팻말을 들고 서울역에서 용산 대통령실 앞까지 걸어서 행진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윤석열 정권이 민주노총이 살 수 없도록 내몰고 있다”며 “건설 노동자는 노조를 통해 생존의 길을 찾고, 노조를 통해 건설 현장을 안전하게 했는데 오히려 윤 정권은 노조를 폭력 단체로 매도하고 파렴치한 집단으로 내몰아 양 동지를 죽였다”고 했다.
집회에는 정의당 이은주 원내대표와 진보당 윤희숙 대표도 참석했다. 정의당 이 원내대표는 “양 열사의 죽음은 윤석열 대통령이 책임져야 한다”며 “정의당은 대통령이 직접 유족에게 사과할 것을 공식적으로 요구한다”고 했다. 진보당 윤 대표도 “윤석열 정부의 ‘건폭’ 몰이가 양 동지를 죽였다”고 했다.
오후 3시 30분쯤 대통령실 맞은편인 전쟁기념관 정문 앞에서는 시위대가 폴리스라인에 ‘건설노조 탄압 중단, 윤석열 정권 퇴진’이라 적힌 빨간 스티커를 곳곳에 부착하면서 경찰 측에서 경고 방송을 하기도 했다. 집회가 진행되면서 경찰이 만들어놓은 통로가 막혀 행인 100명 정도가 길을 지나가지 못하게 되자 행인들과 노조원들, 경찰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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