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너무 빠르고 오늘은 너무 느리고..‘투수교체 실패’가 부른 충격 연패
[잠실=뉴스엔 안형준 기자]
전날 실패가 너무 마음에 남았던 탓일까. 두산이 이번에는 너무 늦은 투수교체로 패했다.
두산 베어스는 5월 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경기에서 패했다. 이날 두산은 3-10 참패를 당했고 2연패에 빠졌다.
충격적인 연패였다. 두산은 전날 7회초에만 8실점하며 3-8 역전패를 당했고 이날도 5회에만 6점을 내주는 빅이닝을 허용하며 대패했다.
연이틀 투수교체 실패가 패배로 이어졌다.
두산 이승엽 감독은 전날 경기에서 한 박자 빠른 투수교체를 단행했다. 선발 김동주가 제구 난조를 보이자 실점이 없었음에도 3.1이닝만에 최승용을 투입했다. 최승용의 투입은 성공이었지만 7회가 문제였다. 무사 1,2루 위기에서 구원등판한 박치국이 공 1개로 아웃카운트를 잡아냈지만 이승엽 감독은 공 1개를 던진 박치국을 신인 이병헌으로 교체했다. 그리고 이병헌이 동점 적시타를 허용한 것을 시작으로 8실점 빅이닝이 진행됐다.
이승엽 감독은 이날 경기에 앞서 "어제는 한 박자 빠르게 투수를 교체했는데 벤치의 판단 미스였다. 책임은 벤치가 지는 것이다. 선수들은 위축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전날 투수교체 실패를 인정했다. 김동주의 이른 교체에 대해서도 "선발투수에게 5이닝은 맡겨야 하는데 미안하다"고 언급했다.
전날 너무 빠른 교체가 패배로 이어진 것이 이승엽 감독의 뇌리에 너무 깊게 남았던 것일까. 이날은 너무 늦은 투수교체가 치명적인 독으로 작용했다.
두산은 이날 외국인 투수 딜런을 선발로 내세웠다. 캠프에서 부상을 당한 딜런의 KBO리그 1군 데뷔전. 이승엽 감독은 1군 첫 등판인 만큼 딜런이 80구 정도를 소화할 것이며 투구 내용이 좋을 경우 더 길게 던질 수도 있다고 밝혔다.
딜런은 3회까지 무난한 피칭을 했지만 4회 급격히 무너졌다. 홈런 2개를 얻어맞으며 3실점했고 4회를 마친 시점의 투구수는 77개였다. 4회 급격히 흔들리며 당초 설정한 투구수를 거의 소화한 만큼 5회부터는 불펜을 가동하는 것이 순리였다. 하지만 이승엽 감독은 5회 딜런을 다시 등판시켰고 딜런은 두 명의 타자를 연이어 출루시키며 무사 1,2루 위기를 자초한 뒤 마운드를 내려왔다.
2-3으로 추격하는 접전 상황에서 이승엽 감독이 꺼내든 카드는 1군 1이닝 경력의 루키 김유성이었다. 김유성은 첫 타자 노시환에게 볼넷을 내준 뒤 채은성에게 만루 홈런을 얻어맞았다. 1군 마운드에 겨우 두 번째 오른 신인이 마음을 다잡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두산 불펜에서는 베테랑 김명신이 몸을 풀었지만 벤치의 움직임은 없었다. 김유성은 이후 두 타자에게 연속 볼넷을 내준 뒤 간신히 땅볼로 아웃카운트 1개를 올렸고 다시 볼넷, 적시타, 희생플라이를 허용해 추가 2실점했다. 김유성이 1이닝 동안 40개가 넘는 공을 던지며 볼넷 4개, 만루홈런 1개, 적시타 1개, 희생플라이 1개를 내주는 동안 두산 벤치는 요지부동이었다.
김유성은 6회초 마운드에 다시 올랐고 선두타자 노시환에게 홈런을 얻어맞고 채은성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준 뒤에야 마운드를 내려왔다. 김유성에게 마운드를 이어받은 김명신은 이후 3이닝을 무실점으로 안정적으로 지켰다.
모든 것이 쉽게 이해되지 않는 투수 운영이었다. 딜런의 교체 타이밍, 두 번째 투수로 김유성을 선택한 것, 김유성이 단 아웃카운트 3개를 책임지며 51구 3피안타(2피홈런) 5사사구 5실점을 기록할 때까지 마운드를 지킨 것 모두가 의문으로 가득했다.
물론 전날 경기에서 지나치게 빠른 투수교체로 불펜을 대거 투입한 것은 맞지만 박치국, 이병헌, 최지강 등은 2일 경기에 등판하지 않은 만큼 충분히 마운드에 오를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해당 투수들을 더 늦은 이닝에 기용하기 위해 아껴뒀다고 하더라도 풍부한 경험을 가진 김명신이 먼저 등판해 급한 불을 끄는 것이 더 나은 선택지일 가능성이 컸다. 하다못해 김유성이 5회 시작부터 마운드를 책임졌다면 결과는 충분히 달라질 수도 있었다.
이틀 동안 극과 극의 투수교체를 선보였지만 모두 실패한 두산은 최하위 한화에 2경기 연속 충격 대패를 당했다. 한화에 연패를 당한 두산은 3연속 루징시리즈를 기록하며 분위기가 가라앉은 상태로 강력한 전력을 가진 '잠실 라이벌' LG를 만나게 됐다.(사진=이승엽/뉴스엔DB)
뉴스엔 안형준 marka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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