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역배우 집단 성폭행' 관련자 업무복귀…MBC "계약 즉시 해지"

2004년 일어난 단역배우 집단 성폭력 사건에서 가해자로 지목된 이가 제작에 참여한 드라마는 보지 않겠다며 '불시청 운동'이 거세졌다. MBC 측은 계약을 즉시 해지하겠다는 입장문을 냈다.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방송 업계 관계자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한 뒤 목숨을 끊은 단역배우 집단 성폭행 사건에서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이 MBC 방영 예정 드라마 '연인'에서 업무를 맡은 사실이 확인됐다.

4일 MBC 시청자소통센터에는 '드라마 <연인> 시청자민원 관련 제작진 공식입장'이라는 제목의 공지글이 올라왔다.

MBC 측은 "드라마 '연인' 보조출연자 관리 업체와 관련된 시청자 여러분의 우려를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논란이 된 인원이 일부 현장을 방문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일차적으로 해당자의 제작 현장 접근을 금지하도록 조치한 데 이어 혹시 모를 참여를 원천적으로 배제하기 위해 해당 업체와 계약도 즉시 해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단역배우 집단 성폭행 사건 피해자의 유가족 A씨는 전날 유튜브 채널에 '드라마 연인 불시청운동(6월초 MBC게시판에 불시청운동)'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이 영상에서 A씨는 "단역배우 자매를 자살로 만든 가해자 중 한명이 다시 MBC 드라마 단역배우 캐스팅으로 일한다고 한다"며 "불시청 운동에 참여 바란다"고 했다.

그러자 해당 게시판에는 "드라마 연인을 불시청하겠다"는 게시글이 쏟아졌다. 2004년 일어난 단역배우 집단 성폭력 사건에서 가해자로 지목된 이가 업무 현장에 복귀해 제작에 참여한다면 해당 드라마를 보지 않겠다는 것.

A씨는 2004년 방송 업계 관계자들에게 집단성폭행을 당하고 2009년 고통을 호소하다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난 고(故)양소라씨의 어머니다. 양씨의 동생은 언니에게 보조출연 일자리를 권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다 뒤이어 6일 만에 세상을 떠났다.

A씨는 2020년에도 사건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의 SBS 드라마 '엄마가 바람났다', MBC 드라마 '연애는 귀찮지만 외로운 건 싫어'로의 업무 복귀 사실을 알리고 불시청 운동에 나섰다고 알려졌다.

김미루 기자 miroo@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