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수단 분쟁은 바이든 정부 오판 탓”
군벌 간 갈등 사실상 방치”
수단 정부군과 준군사조직 신속지원군(RSF)의 무력 충돌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 정부의 안일한 대처가 사태를 키웠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수단의 민주화를 순진하게 믿고 군벌 간 갈등을 사실상 방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급격한 질서 재편이 일어나고 있는 중동에서 영향력을 잃기 시작한 미국의 외교 난맥상이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3일(현지시간) “불과 몇 주 전까지 미 외교관들은 수단이 군사독재에서 벗어나 완전한 민주주의로 전환하고, 2019년 혁명의 약속을 이행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지난달 23일 그 외교관들은 대사관을 폐쇄하고 비밀 헬리콥터를 탄 채 수도 하르툼을 탈출해야만 했다”고 지적했다.
비판의 초점은 미국 정부가 수단 내부 상황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데 찍혀 있다. 수단은 2019년 4월 30년간 철권통치를 해온 독재자 오마르 알바시르 대통령을 축출했다. 당시 수단 정부군 수장이었던 압델 파타 부르한 장군과 RSF를 지휘하는 모하메드 함단 다갈로 사령관은 합심해 알바시르 대통령을 쫓아낸 뒤 군민 합동 과도정부를 수립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2021년 쿠데타를 일으켜 과도정부를 다시 무너뜨렸다. 이후 정권 1인자 부르한 장군과 2인자 다갈로 사령관은 정부군과 RSF 통합 문제, 통치 방법 등을 놓고 대립을 거듭했고 결국 지난달 무력 충돌로 이어졌다.
NYT는 “바이든 대통령은 전 세계 민주주의 강화를 핵심 외교정책으로 삼았고, 수단을 중요한 시험 사례로 여겼다”며 “하지만 오랜 군부통치의 역사를 지닌 국가가 민주주의를 도입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또 민주주의를 결코 실현하지 못할 독재자들과의 협상이 얼마나 위험한지 깨닫지 못한 오판을 저질렀다”고 했다. 이어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바이든 행정부는 과도정부 민간 지도자들에게 권한을 부여하기보다 부르한 장군과 다갈로 사령관의 협력을 우선시했다”고 지적했다.
수단 과도정부 총리의 고문이었던 암가드 파레이드 엘타예브도 NYT에 “미국 고위 관료들은 수단 군벌의 비합리적인 요구를 받아들이고, 그들을 자연스러운 정치 행위자로 취급하는 실수를 했다”며 “이는 수단 군벌의 권력을 향한 욕망에 합법성을 부여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비판했다.
미국의 오판으로 발생한 권력 공백을 틈타 러시아 민간용병기업(PMC) 와그너그룹 등 외부 세력이 수단에 침투해 들어왔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익명을 요청한 한 미국 관리는 “수단 군벌이 휴전하지 못하면 외부 세력이 개입해 분쟁을 더 과격하게 만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AP통신 등에 따르면 정부군 부르한 장군의 특사인 다팔라 알하즈는 이날 이집트 카이로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RSF와 휴전을 위한 협상을 수용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협상이 ‘적대행위의 중단’을 의미하는 건 아니라면서 “대면 협상은 없다. 소통은 중재자를 통해 이뤄질 예정”이라고 선을 그었다.
앞서 양측의 휴전을 타진해온 남수단 외교부는 전날 “양측이 4일부터 11일까지 7일간 일시 휴전과 협상을 위한 대표단 지명에 합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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